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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사단 해체 취소? 국방개혁에 불똥튄 '北목선 사건'

중앙일보 2019.06.26 05:01
지난 15일 삼척항에 입한한 북한 소형 목선. [뉴스1]

지난 15일 삼척항에 입한한 북한 소형 목선. [뉴스1]

 
국방부는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정박과 관련한 경계실패 원인을 규명할 합동조사단(합조단)의 활동 기간을 연장한다고 25일 밝혔다. 당초 합조단은 26일까지 활동을 마칠 예정이었다. 합조단은 경계실패와 함께 은폐ㆍ허위 브리핑의 경위도 조사하면서 재발방지 대책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소형 목선 귀순 사건으로 국방개혁 2.0의 일부를 수정할 가능성이 생겨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북한 소형 목선이 유유히 삼척항에 들어왔는데도 군 당국이 전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삼척을 지역구로 둔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곳은 1968년 울진ㆍ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있었던 지역"이라며 "북한 선박이 삼척항에 진입한 뒤 주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지속해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삼척을 비롯한 동해안 주민들은 국방부가 해안 경계작전을 맡은 육군 제23보병사단과 제8군단을 해체하려 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철벽 부대’라 불리는 23사단은 강원도 동해안의 대부분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해안경계에 특화한 부대로 창설됐다. 이번에 북한 소형 목선이 입항한 삼척항이 23사단의 구역이다. 8군단은 23사단과 제22보병사단을 예하로 두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하나로 23사단과 8군단을 없앤 뒤 병력과 장비를 다른 부대로 보내는 부대구조 개편안을 짰다. 앞으로 인구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육군의 부대 수를 줄이는 대신 기동력과 화력을 보탠다는 게 국방부의 복안이었다.

 
야간 초소근무를 마친 제 22 보병사단(율곡부대) 장병들이 강원도 고성 죽왕면 해안선 수색 정찰과 해안 철책 점검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야간 초소근무를 마친 제 22 보병사단(율곡부대) 장병들이 강원도 고성 죽왕면 해안선 수색 정찰과 해안 철책 점검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방부는 병력 축소 때문에 해안 경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만일 합조단이 이와 비슷한 결론을 내릴 경우 국방부는 당장 23사단과 8군단을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계획대로 해체하자니 여론이 더 나빠지고, 그렇다고 놔두자니 부대구조 개편이 헝클어질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해ㆍ강안 경계 시설 철거 계획도 이번 사건의 영향권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021년까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해ㆍ강안의 철책 169㎞와 초소 8299곳을 정리하고, 최첨단 감시장비로 대체하겠다고 지난해 밝혔다.

 
군사 작전을 이유로 통제하고 있는 관광 명소를 풀어 주고, 주민의 불편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해안 감시 레이더와 지능형 영상감시체계, CCTV 등 최첨단 감시장비도 북한 소형 목선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해안가를 지키기보다는 먼바다에서부터 적의 침투를 차단하겠다는 국방부의 장기 계획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방부가 국방개혁 2.0 이후에도 안보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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