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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만수르보다 돈 많은 '석유왕자' 한국원전·천궁 보러 오늘 온다

중앙일보 2019.06.26 05:00
26~27일 300여 명의 수행원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33) 왕세자는 한국 경제과 군사 분야에 한바탕 격랑을 일으킬 것인가. 서구에서 MbS(무함마드 빈 살만)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왕세자 겸 제1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맡은 사우디의 실세다.  

26~27일 한국을 방문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EPA=연합뉴스]

26~27일 한국을 방문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EPA=연합뉴스]

무함마드는 2015년 1월 23일 부친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3)가 국왕에 즉위하자 국방장관 자리를 물려받았다. 2017년 6월 21일엔 사우디 왕정의 제2인자인 왕세자와 국정 2인자인 수석 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절대왕정체제인 사우디에서 총리는 연로한 살만 국왕이 맡고 있으니만큼 수석 부총리인 무함마드는 실질적으로 사우디를 통치하고 있다. 무력을 총괄하는 국방장관에 경제개발위원회와 정치보안위원회 의장까지 맡고 있으니 그야말로 국정을 한손에 쥐고 있다. 그의 별명이 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인지 짐작할 수 있다.  
 
외교적으로 가장 바쁜 시기에 왜 방한?  
주목할 점은 26~27일이라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한 시점이다.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이다. 26일 무함마드를 만나 회담할 문재인 대통령은 27~29일 오사카에 머물며 한미, 한중, 한러 등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게다가 G20 정상회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29~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는다. 문 대통령이 묵직한 외교일정으로 바빠도 그렇게 바쁠 수 없는 일정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실세인 MbS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예사롭지가 않다. 그렇게 바쁘게 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으로밖에 풀이할 수 없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2월 말에도 방한설이 있었으나 오지 않았는데, 당시엔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운데)가 2017년 10월 24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왼쪽),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과 나란히 앉아 있다. 이날 무함마드 왕세자는 극보수적인 왕국을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되돌리겠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운데)가 2017년 10월 24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왼쪽),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과 나란히 앉아 있다. 이날 무함마드 왕세자는 극보수적인 왕국을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되돌리겠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게다가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해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발생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현재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다. 불과 한 주 전인 지난 19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OHCHR)가  101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에 대한 ‘계획적이고 탈법적인 처형’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출신의 인권 전문가로 OHCHR의 특별조사관인 아녜스 칼라마르는 지난해 10월 카슈끄지 피살 이후 6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칼라마르 특별조사관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비롯한 사우디 고위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개입한 의혹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며 국제사회에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세계의 이목을 피하는 것이 좋을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에 꼭 날아와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에서 “두 사람은 건설·인프라·에너지 등 전통적 협력을 넘어 ICT·원전·친환경 자동차·중소기업 등 미래산업 협력, 보건·의료·국방·방산·지식재산·전자정부 등 공공서비스 분야 협력, 문화·교육 등 양국 간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구체방안 등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발표와는 달리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 게 아닐까?  
2018년 6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의 에스라 알부티 전무가 발급 받은 사우디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있다.여성 운전 허용은 사우디 개혁의 시발점이다. [AP=뉴시스]

2018년 6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의 에스라 알부티 전무가 발급 받은 사우디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있다.여성 운전 허용은 사우디 개혁의 시발점이다. [AP=뉴시스]

 
무함마드, 사우디 대개조의 야망 키워  
사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야망이 큰 인물이다. 무함마드는 사우디의 대개조를 추진하고 있다. 원전·스마트시티 건설·방위산업·보안산업·지식기반산업 등으로 국가의 환골탈태를 꾀한다. 그는 사우디를 탈석유의 현대 정상국가로 개조해 21세기형 특수를 열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의 고도 경협이 절실하다. 거대한 제조업, 지식기반산업을 보유하고 경제발전의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구하는 미래 사우디에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사실 사우디는 국민이 선출한 의회도, 독립적인 사법 기구도 없는 중세형 절대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산유국 사우디는 거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고용·의료·교육 등에서 시혜성 ‘석유 복지’를 베풀며 정치적·종교적·사회적 불만을 눌러왔다. 사우디 국민은 이런 복지 혜택을 누리는 대가로 체제에 저항하지 않는 이른바 ‘침묵의 계약’ 체제를 유지해왔다. 사우디 왕실은 석유산업을 국영화해 복지 체제를 유지할 자금을 마련해왔다.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가 이를 맡아왔다. 사우디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아람코는 ‘침묵의 계약’을 유지하는 왕실의 자금원이다.  
왕실은 여기에 엄격한 ‘경찰 감시국가 체제’를 더하면서 체제 안정을 꾀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은 진취적으로 일하는 대신 복지 혜택에 기대왔다는 평가다. 무함마드는 사우디의 이런 석유중독을 종식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각종 산업을 진흥해 일하는 국민, 석유 없이도 지속 가능한 사우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키워왔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뜻을 이루려면 나라 경제를 뿌리째 바꿔야 한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 2016년 4월 25일 ‘비전 2030’이라는 탈석유 국가 경제 개조플랜을 공개했다. 세계적인 산유국인 사우디가 석유에서 탈피해 지식기반산업과 관광산업, 스마트 도시 건설 등으로 경제를 새롭게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수천억 달러 자금으로 비전 2030 추진
문제는 이에 필요한 자금이 천문학적이라는 점이다. 무하마드는 자금 마련을 위해 두 가지 트랙을 가동하고 있다. 하나는 현재 3200억 달러의 자금을 굴리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다. 국부펀드는 정부가 소유하고 투자하는 펀드를 가리킨다. PIF의 운용 자금은 2020년 4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아람코의 일부 기업공개(IPO)를 꾀한다. 사우디는 지난 4월 1일 아람코의 2018년 매출과 이익을 공개했다. 사우디 재정수입과 직결된 아람코의 영업 실적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아람코는 2018년 355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세금과 이자를 제외한 순이익은 1111억 달러에 이르러 세계 1위다. 순이익 세계 2위인 애플(594억 달러)과 3위인 중국공상은행(452억 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가치가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그중 5%만 공개하면 100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 자금을 투자해 ‘비전 2030’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정도 자금이 풀리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선진국은 특수를 누릴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큰손으로 알려졌던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흐얀. [AF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의 큰손으로 알려졌던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흐얀. [AFP=연합뉴스]

만수르보다 더 손이 큰 무함마드 왕세자
비전 2030을 위해 무하마드가 굴릴 자금은 흔히 중동 억만장자 왕족의 상징이자 글로벌 투자계의 큰손으로 여기는 ‘만수르’의 투자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만수르는 아부다비의 왕자인 만수르 빈 자이드 알아흐얀(48)를 가리킨다. 아랍에미리트(UAE)를 이루는 7개 토후국 중 가장 부자인 아부다비의 에미르(이슬람 군주)인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흐얀(71)의 이복동생이 만수르다. 만수르는 2009년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 순위에서 49억 달러의 재산으로 10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0년 포브스는 만수르 재산의 상당액이 개인 소유가 아닌 아부다비의 국가자금이라는 판단 아래 그를 억만장자 순위에서 제외했다. 만수르가 부자와 큰손의 대명사로 부풀려진 것은 된 것은 그가 2008년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시티를 사들이고 3억 달러를 들여 우수 선수를 영입하면서 생긴 착시 현상 때문으로 보인다.  
 
5000억 달러 투자,무함마드 ‘야망의 계절’
무함마드 왕세자의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네옴 프로젝트’다. 그는 2017년 10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 컨퍼런스에서 사우디 서북부 홍해 연안에 5000억 달러를 들여 사우디 국내법이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하는 거대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네옴으로 불리는 이 지역에는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고 럭셔리 관광, 스포츠, 문화산업, 재생에너지, 바이오테크, 로봇공학, 첨단제조업을 포함하는 거대한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해 사우디 경제를 탈석유화, 첨단화하겠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2018년부터 외국인에게 관광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요르단과 이집트가 가까워 지정학적인 시너지를 도모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이란 견제라는 점에서 죽이 잘 맞는 유대 국가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수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첨단기술을 공급할 인력과 교육기관, 그리고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함마드는 그야말로 중동의 지정학적 지형도를 완전히 바꾸는 대개조에 나설 꿈을 꾸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에 건설 중인 한국형 원전. [중앙포토]

아랍에미리트 바라카에 건설 중인 한국형 원전. [중앙포토]

 
탈석유 무함마드 왕세자, 한국 원전 눈여겨본다
사우디 미래경제를 개조할 ‘비전 2030’을 추진하는 무함마드 왕세자로선 한국의 원전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경제 발전과 탈석유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함께 대규모 원전 건설 계획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탈석유 에너지 계획을 주도하는 사우디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원은 일단 2030년까지 200억~300억 달러(약 22조~34조원)를 투입해 1400MW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현재 원전이 하나도 없는 사우디는 2030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15% 목표를 이루려면 1000억 달러(약 110조원) 이상을 투자해 10기~17기의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 석유 왕국 사우디에 천문학적인 원전 특수의 문이 열리는 셈이다.  
전 세계에서 사우디 수준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는 서방에선 한국과 프랑스, 옛 공산권에선 러시아와 중국 정도다. 하지만 프랑스 국영 원전사인 아레바는 핀란드 원전 공사가 지연되면서 투자 여력과 신뢰를 잃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원전 종류가 서방형과 사뭇 달라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미국 원자력안전규제 위원회(NRC)가 한국형 표준원전인 APR-1400 설계에 대해 발부한 설계안전인증서(DC).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미국이 확인했다는 증서다. 프랑스와 일본도 받지 못한 DC를 확보하면서 한국은 원전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NRC는 2018년 9월 28일 DC 심사 통과 사실을 알려왔다. [사진 정근모 박사]

미국 원자력안전규제 위원회(NRC)가 한국형 표준원전인 APR-1400 설계에 대해 발부한 설계안전인증서(DC).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미국이 확인했다는 증서다. 프랑스와 일본도 받지 못한 DC를 확보하면서 한국은 원전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NRC는 2018년 9월 28일 DC 심사 통과 사실을 알려왔다. [사진 정근모 박사]

 
원전기술 강국 한국, 사우디 원전 시장 가나
한국은 원전기술과 건설 경험 모두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독자 개발한 한국형 표준원자로인 신형가압경수로 APR-1400은 지난 4월 30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미국 내 사용을 인증받았다. APR-1400이 인증받으면서 한국은 앞으로 15년간 미국에 APR1400 원전을 건설·운영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외의 나라에서 개발한 원자로가 미국 내 사용을 최종 인증받은 것은 처음이다. 한국의 원전 기술력과 안전성을 본고장인 미국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APR-1400은 전 세계에서 개발된 3세대 원자로 중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APR-1400은 국내에선 2016년 12월 상업 운전에 들어간 신고리 3호기와 올해 2월 운영 허가를 받은 신고리 4호기 원전에서 사용한다.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을 통해 UAE에서 건설 중인  4기의 원전에도 이를 장착하기로 했다. 건설부터 원자로까지 모두 한국의 기술과 능력으로 이뤄졌다. 한국은 그간 전 세계 원전 시장 점유율을 5%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그간 달려왔다. 한국은 1500MW급 차세대 신형 원자로인 APR+를 개발해 2014년 8월 정부의 표준 설계인가를 취득했다. 100% 고유 기술로 개발했으며 안정성의 훨씬 강화됐다. 사우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만반의 준비가 된 신뢰성 높은 원전 기술 강국이다.  
 
한국-사우디 손잡고 원전시장 개척할 수도
현재 세계 원전 시장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28%, GE가 20%, 프랑스 아레바가 24%, 러시아 AEP가 10%, 캐나다 ACEL이 5%를 각각 차지한다. 중국은 내수용 원전 건설에 몰두해왔다. 한국은 이들 나라와 새롭게 열리는 사우디의 메가 원전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사우디의 탈석유 친원전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내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번 방한에서 무엇을 보고 결정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우디에 원전을 건설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기술과 사우디의 자본을 결합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하자는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야망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2일 충남 보령시 대천사격장에서 진행된 '2017년 방공유도탄 사격대회'에서 지대공 미사일 '천궁'이 발사 대기하고 있다. 이날 최초 실사격한 천궁은 발사 직후 공중에서 2차로 점화한 뒤 마하 4.5(약 시속 5500km)의 속도로 날아가 약 40km 떨어진 표적을 정확히 명중해 적 항공기에 대한 요격 능력을 보여줬다 [공군 제공 뉴스1]

2017년 11월 2일 충남 보령시 대천사격장에서 진행된 '2017년 방공유도탄 사격대회'에서 지대공 미사일 '천궁'이 발사 대기하고 있다. 이날 최초 실사격한 천궁은 발사 직후 공중에서 2차로 점화한 뒤 마하 4.5(약 시속 5500km)의 속도로 날아가 약 40km 떨어진 표적을 정확히 명중해 적 항공기에 대한 요격 능력을 보여줬다 [공군 제공 뉴스1]

예멘 내전과 미사일 방어에 혈안인 무함마드
사우디는 방산 수요도 어마어마하다. UAE와 이집트 등으로 수니파 연합군을 결성해 예멘 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에도 수니파 민병대에 무기를 공급해 왔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이자 페르시아만 군주국의 맏형으로서, 시아파 종주국이자 중동 민중 혁명의 효시인 이란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군사력은 사우디가 중동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런 사우디의 가장 큰 고민의 하나가 바로 예멘의 후티 반군이 수시로 사우디 깊숙이  발사하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지난 14일에도 사우디 서남부 아브하 공항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26명이 부상했다. 심지어 2017년 지난 7월에는 성지 메카 부근으로, 11월에는 수도 리야드 근방의 공항으로 탄도미사일이 각각 날아와 방공시스템이 이를 요격했다. 사우디는 숙적인 이란이 같은 시아파인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탄도미사일도 공급하고 있다고 여긴다. 정보 당국은 이란의 미사일과 미사일 기술은 러시아는 물론 북한에서도 직간접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본다.  
 
사우디, 한국 미사일방어시스템 천궁 PIP에 눈독  
이런 험악한 상황 때문에 사우디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 확충이 절실하다. 사우디는 미국산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활용해 예멘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해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를 도입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해 여러모로 초조하다.  
거기에 후티 반군이 발사하는 미사일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어 도무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가 미국으로부터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를, 러시아로부터는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S-400을 동시에 사들이기로 결정한 이유다. 미국산과 러시아산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모두 갖춘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사우디가 사드를 구매하면 미국이 이를 처음으로 해외에 판매하는 사례가 되며, S-400을 배치하면 미국 주요 동맹국 중 처음으로 러시아산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보유한 나라가 된다. 미국은 S-400 도입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사우디로선 부담이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터키도 S-400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의 반대가 심해 진행이 더딘 편이다.  
2017년 11월 2일 공군이 충남 대천 사격장에서 연 '2017년 방공유도탄 사격대회'에서 천궁 블록1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공군]

2017년 11월 2일 공군이 충남 대천 사격장에서 연 '2017년 방공유도탄 사격대회'에서 천궁 블록1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공군]

이런 사우디로선 한국이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과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천궁PIP에 눈독을 들일 이유가 충분하다. 사우디에 이를 수출할 경우 중동 여러 나라에서 추가 구입 요청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UAE와 관련 수출 교섭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술 더 떠 사우디나 UAE가 좋은 조건으로 기술 이전이나 현지 생산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사우디와 UAE의 명운을 건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사우디 장벽 보안설비에도 관심  
무하마드 왕세자의 관심사와 관련해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장벽 보안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국방장관에 오른 직후부터 이웃 이라크와 국경에 대규모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이라크의 시아파 세력이나 이슬람국가(IS) 테러분자들이 국경을 넘을까봐 우려해서다. 하늘에는 정찰용 드론을, 지상에는 감시카메라와 적외선 감시장치 등 첨단 보안시설을 5중으로 설치한 대형 보안시설이다.  
무함마드의 사우디는 다양한 부문에서 한국에 거대한 특수를 낳을 기회의 땅이 되어가고 있다. 이를 놓쳐서는 안 된다.  
 
‘빈 살만’은 무슨 뜻?
성이 아니라 ‘살만의 아들’이란 뜻
참고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부르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라는 이름은 ‘알사우드 왕가의 압둘아지즈(사우드 왕가의 첫 국왕)의 아들인 살만의 아들인 무함마드’라는 뜻이다. 자신의 이름을 앞세우고 그 뒤로 집안 부계(父系)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다 마지막에 가문의 이름을 밝히는 아랍식 명명법에 따른 것이다. 그의 이름은 무함마드이고 빈 살만은 성이 아닌 ‘살만의 아들’이라는 뜻에 불과한데 서방 언론은 그를 ‘빈 살만’으로 불러왔다. 살만 국왕을 빈 압둘아지즈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름에 ‘빈 살만’이 들어가는 살만 국왕의 아들은 무함마드 외에도 여럿이다. 그를 ‘무함마드 왕세자’나 ‘MbS’로 부르기를 권하는 이유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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