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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솥은 귀가 두 개다”

중앙일보 2019.06.26 00:07 종합 31면 지면보기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2012년 정초, 주역의 대가인 대산(大山) 김석진(92) 선생이 대구에서 강연할 때다. 한 청중이 물었다. “대선에서 누가 당선됩니까.” 대산이 답했다. “꾸러미 속에 물고기가 있는 괘다. 꾸러미는 투표함이고 물고기가 대통령이다.” 청중이 다시 물었다. “물고기가 암컷입니까, 수컷입니까.” “산짐승은 양(陽)이요, 물짐승은 음(陰)이다.”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에둘러 예고한 것이었다. 그보다 3년 전인 2009년 중앙SUNDAY와 인터뷰했을 때도 똑같았다. 다음 대통령을 묻자 “음의 시대이니 여성 지도자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대산은 주역의 대가이지만, 운명론자는 아니다. 오히려 “주역의 운명은 사람이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주역은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대처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람’이란 변수 때문일까. 때론 예측이 빗나간다. 그래도 강연을 듣고 따르는 이들이 많다. 오랜 세월 주역을 연구하며 터득한 지혜가 강연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다. 이런 식이다. “주역은 중정지도(中正之道)다. 가운데(中)를 지키고 바른(正) 데 처하면 흉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 대산의 팬이 된 어느 대학 총장은 그에게 세배갔다가 수많은 세배객을 보고 놀라 말했다. “총장인 저는 이런 제자가 없는데, 소학교만 나오신 선생님께서는 인산인해를 이루니 부럽습니다.”
 
대산이 화두를 던졌다. 오는 29일 겨레얼살리기 연수회관에서 하는 주역 강의를 앞두고서다. ‘치둔입정(治屯入鼎)’. 대산은 이렇게 풀이했다. “어려운 상황(屯)을 솥(鼎)처럼 좋은 상태로 바꿔야 한다. 옛 솥은 발이 세 개, 귀가 두 개다. 세 발은 협력과 균형을, 두 귀는 경청을 뜻한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듣고 상대를 존중하며 협력해야 한다.” 귀를 닫고 그저 편 가르기에만 골몰하는 위정자들이 꼭 새겨들었으면 한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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