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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상 입은 아이 두 시간 방치...법원 "정서상 학대”

중앙일보 2019.06.25 12:00
어두운 구석에 내몰린 아이. [굿네이버스]

어두운 구석에 내몰린 아이. [굿네이버스]

 
다친 아이를 내버려 두는 것도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전치 4주의 골절상을 입은 5살 아이를 2시간 넘게 방치해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어학원 교사 A씨에 대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각각 40시간의 사회봉사와 아동학대 치료강의의 수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용인의 모 어학원을 다니던 B군은 강당에서 뛰어놀다가 친구의 머리에 얼굴을 세게 부딪혔다. 광대뼈 부근에 통증을 느낀 B군이 강당 바닥에 엎드려 울자 담임교사 A씨는 일어나라며 B군의 등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강당에서 교실로 돌아온 후에도 B군이 계속 책상에 엎드리는 등 고통을 호소했지만 A씨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연고만 발라주고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다.

 
하원 후 근처 병원을 찾은 B군은 오른쪽 눈 밑의 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교사 A씨는 “단순 타박상이라고 생각해 필요한 조치는 모두 했다”며 “B군을 발로 건드린 건 당시 임신 상태여서 몸을 구부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A씨가 부상당한 B군을 방임한 것은 정서적 학대행위로 아동복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A씨에 대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더해 사회봉사 40시간, 아동학대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했다. 해당 어학원의 이사장도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교사들에게 아동학대와 안전사고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하지 않았고,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데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교사 A씨가 B군이 놀이 중 상당한 충격을 받아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음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대로 방치한 경우 신체에 중대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상당 시간 방치해 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와 같은 행위는 정서적 학대행위 및 방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의도나 목적이 없었더라도 A씨가 자신의 행동이 B군의 정신건강이나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면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본 것이다.

 
이에 교사와 이사장은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도 이를 기각하고 유죄를 확정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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