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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붉은 수돗물 인천시, 세균 검사 시늉만 했다

중앙일보 2019.06.25 01: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인천 서구일대에 공급된 '붉은 수돗물' [뉴스1]

인천 서구일대에 공급된 '붉은 수돗물' [뉴스1]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수돗물 오염의 원인을 두고 인천시와 환경부가 수도관 '물때' 탓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물때의 주요 성분인 세균 검사는 시늉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잔류 염소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 세균 오염 가능성이 있는 수돗물을 시민들이 마시도록 방치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물때 성분은 세균 덩어리인 생물막
세균 검사는 시료의 0.68%만 실시
1316개 시료 중 7.2% 잔류염소 없어
살아있는 세균 수도꼭지로 나올 수도
주민에게 끓여 마시라는 안내도 없어

 
24일 환경부와 인천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수질 분석 결과'를 보면,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시민들이 검사를 요구한 수돗물 시료 총 1316개를 분석, 모두 음용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인천시는 탁도· pH(산성도)·철·구리·잔류염소·아연·망간 등 11개 항목만 분석하고, 대장균·일반세균 등 세균 관련 4개 항목은 9개 시료만, 증발잔류물·암모니아 등 3개 항목은 6개 시료만 분석했다. 시료 중 0.68%만 세균을 조사한 셈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수도관 물때는 녹과 같은 무기물 찌꺼기뿐만 아니라 세균 등이 자라면서 형성한 생물막(biofilm)도 포함한다.
물때가 떨어져 나왔다면 세균 덩어리가 떨어져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일부 수돗물 시료 속의 소독 성분인 잔류 염소 농도가 지나치게 낮았다는 점이다.
1316개 시료 중 11.4%인 150개는 잔류염소 농도가 0.1ppm 미만이었고, 그중 95곳(7.2%)은 잔류염소가 아예 '불검출'이었다.
 
잔류 염소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세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지만, 잔류 염소가 너무 낮으면 생물막에서 떨어져 나온 세균이 산 채로 수도꼭지를 통과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는 물에 녹아있는 염소, 즉 유리 잔류염소(free residual chlorine) 농도를 0.2ppm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잔류염소가 검출만 되면 농도가 낮아도 무방하다고 규정했지만, 미국 내 20여개 주에서는 0.2ppm 이상을 유지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수돗물 수질 분석 장면. [중앙포토]

수돗물 수질 분석 장면. [중앙포토]

환경부나 국내 지자체들도 잔류염소 농도를 0.1ppm 이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다만, 먹는물 기준에서는 잔류염소 농도를 4ppm 이하로 정해놓은 것은 잔류염소 농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소독약 냄새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번에 인천 영종도 지역 26개 학교·유치원 수돗물을 조사해 잔류염소 농도가 0.06ppm만 검출된 유치원 한 곳에 부적합하다고 통보했다.
 
인천시가 세균 검사를 한 9개 시료는 일반세균·대장균 등이 불검출이었다. 이들 9개 시료 중 8개는 잔류염소 농도가 0.2ppm 이상이었고, 하나는 잔류염소가 검출되지 않았다.
 
하현섭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장은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수돗물 안심확인제에서 정한 6개 항목과 유해중금속 5개 항목 등 11개 항목만 조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 소장은 "일반세균을 검사할 경우 세균 배양에만 최소 4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에는 빠른 복구가 필요해서 하루 만에 분석 결과를 내려다보니 세균 항목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일에도 일부 시료에서 잔류염소가 전혀 검출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고, 지금까지 20일 이상 시간이 있었던 만큼 세균 검사할 시간은 충분했다. 인천시가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붉은 수돗물이 나오면서) 시민들이 물을 쓰지 않아 수도관에 고여있던 물에서 소독제 성분이 날아간 것일 수도 있다"며 "매일 혹은 매월 단위로 모두 60가지 항목을 검사하게 돼 있는데, 인천시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세균 검사를 생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평상시 170가지, 부산시는 200가지가 넘는 항목을 검사하고 있다. 법적 항목이 아니더라도 혹시라도 오염됐을까 싶어 이것저것 검사하는 것이다.
인천 서구 수돗물 피해 주민들이 20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피해주민들은 붉은 수돗물과 관련된 인천시 관계자들을 고소 고발했다.[뉴스1]

인천 서구 수돗물 피해 주민들이 20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피해주민들은 붉은 수돗물과 관련된 인천시 관계자들을 고소 고발했다.[뉴스1]

이처럼 세균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인천시는 서구 검암동 등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끓여 마시라'고 안내한 사례는 없다.
 
윤호준 인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장은 "인천시가 처음에는 맨눈으로 보고 수질에 이상이 없다고 하고, 그다음에는 11가지 항목만 조사하고는 모두 적합하다고 했다"며 "하지만 설사를 하고, 피부병 발진으로 병원에 다니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번에 인천 수돗물에서는 세균이 나올 가능성도 있었던 만큼 인천시가 세균 검사를 강화했어야 했다"며 "인천시정도면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더라도 세균 검사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임이자 의원은 "조사기관마다 제각각인 수질검사 항목을 통일시켜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에게 신뢰성 있는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며 "질 좋은 수돗물 공급의 최고 책임자인 환경부가 인천시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남 탓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4가 삼환아파트에서 열린 ‘붉은 수돗물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등포구 제공=뉴스1]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4가 삼환아파트에서 열린 ‘붉은 수돗물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등포구 제공=뉴스1]

한편, 서울시는 영등포구 문래동 등의 수돗물 오염과 관련해 수질 분석 결과, 우려했던 중금속이나 세균 검사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과 서울물연구원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인데, 현재까지 기준치를 넘어서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인천=심석용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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