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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의 국회정상화 합의, 한국당 의원들이 2시간 만에 뒤엎었다

중앙일보 2019.06.24 20:25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회 정상화 여야합의문을 보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회 정상화 여야합의문을 보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거부로 가까스로 이룬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간 국회 정상화 합의가 2시간 만에 불발됐다. 
 
당초 이인영(더불어민주당)ㆍ나경원(자유한국당)ㆍ오신환(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전격 합의한 건 24일 오후 3시 30분쯤이었다. 주요 합의 내용은 ①패스트트랙 법안(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은 각 당의 안을 존중해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 ②추경은 임시회에서 처리하되 재해 추경을 우선 심사한다 ③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 특별법(5.18 특별법)과 원안위법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④경제원탁토론회를 열되 방식과 내용은 추후 협의한다 등이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왼쪽부터), 오신환 바른미래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제369회 국회 임시회 개의에 합의한 뒤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합의문을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왼쪽부터), 오신환 바른미래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제369회 국회 임시회 개의에 합의한 뒤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합의문을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합의문 발표 30분 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열리면서 분위기는 돌변했다. 발언에 나선 15명 안팎의 의원들은 "주기만 하고 받은 게 없다"며 합의 내용을 조목조목 따졌다. “(합의)된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사인하기 전에 의견을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심재철) “여당이 온갖 법안을 다 갖고 와서 끼워 넣었다”(강석호)며 나경원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에게 쓴소리했다.  
 
특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관련, "각 당의 안을 존중해"라는 문구를 지적하는 이가 많았다. 주광덕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합의문대로면 결국 5당이 협의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공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결국 (원안대로) 패스트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이번 합의가 패스트트랙을 정당화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하며 '합의문'을 손에 들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하며 '합의문'을 손에 들고 있다. [뉴스1]

 
또한 '5.18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뜬금없이 왜 5.18 특별법이 들어갔느냐”(박성중 의원),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자고 하면 징역 5년에 처하는 법안을 어떻게 수용하는가"(정태옥 의원)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또 다른 쟁점인 추경 합의도 “회기 내 추경을 처리해준다 해놓고 재해 추경 우선 심사가 무슨 의미인가" 등의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결국 의총 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의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공직선거법,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원천무효화 시키라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의원들이 의총에서 부결시킨 것은 저에게 더 큰 힘을 갖고 합의할 수 있도록 큰 권한을 준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의총 추인 불발로 나경원 원내대표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이 나온다. . 다만 당의 한 중진의원은 “일단 협상을 무효로 하기로 했으니 (나경원 원내대표의) 재신임 문제는 안 묻기로 했다”고 전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변선구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변선구 기자

 
한국당이 2시간 만에 합의문을 뒤엎자 정치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합의와 절충, 타협으로 진행돼야 하는 의회주의에 대한 몰이해이자 전면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결국 드러난 자유한국당의 목표, 속내는 국회 정상화 반대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분간 정국에는 냉기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당이 요구하고 있는 추가 협상도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민주당과 야 3당은 6월 국회 일정이 본회의에서 의결된 만큼 한국당을 빼고서라도 국회 상임위원회·특별위원회를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추경을 심사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원회의 위원장 몫이 한국당이라는 점에서 7월 내 추경 처리는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영익ㆍ성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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