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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바라카 원전 운영 '일괄 수주' 결국 무산

중앙일보 2019.06.24 13:00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개의 정비 서비스를 담당하게 되는 최소 5년간의 ‘장기정비 사업계약(LTMSA)’을 맺었다. 복수의 국가ㆍ기업에 정비계약을 맡기는 것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의 단독 수주는 물 건너간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계약 기간과 규모도 크게 줄어들었다.
 

단일업체→복수 사업자로 변경
계약 기간과 규모도 크게 줄어

24일 한수원에 따르면 UAE는 당초 경쟁입찰을 통해 ‘단일업체’에 맡기는 장기정비계약(Long-Term Maintenance AgreementㆍLTMA)을 체결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바라카 원전운영법인인 나와에너지가 정비를 포함한 바라카 원전운영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복수의 정비사업자에게 서비스를 받는 장기정비서비스계약(Long-Term Maintenance Service AgreementㆍLTMSA)으로 변경했다.
UAE를 공식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여 킬로미터 떨어진 바라카 원전 공사 현장에서 개최되는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2018.03.26 /청와대사진기자단=한겨레 김경호

UAE를 공식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여 킬로미터 떨어진 바라카 원전 공사 현장에서 개최되는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2018.03.26 /청와대사진기자단=한겨레 김경호

나와가 복수의 협력사를 고르면 향후 외국업체도 들어올 수 있어 ‘팀 코리아’의 단독수주 구도가 사실상 흐트러진 것이다. 쉽게 말해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일괄 수주 방식이 ‘쪼개기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한수원은 23일 UAE 아부다비에서 한수원-KPS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은 나와 에너지와 정비사업계약을 각각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수원ㆍKPS 컨소시엄은 LTMSA를, 두산중공업은 ‘정비사업계약’(MSA)을 체결했다. 마크 레드먼 나와 사장은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품질기준에 따라 파트너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ㆍKPS, 두산중공업은 향후 바라카 원전 4개 호기의 정비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담당할 예정이다”라며 “관리ㆍ감독 전문가뿐만 아니라 정비분야 고위직을 파견해 원전 정비계획 수립 등 의사결정에 참여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두산중공업은 주기기 등 전문분야 정비를 맡기로 했다. 정비 서비스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양사 합의에 따라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설계ㆍ운영ㆍ핵연료ㆍ정비 등 원전 전(全)주기 협력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두산중공업 등 우리 기업이 원전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로도 평가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계약에는 나와에너지에 상당 부분 주도권이 넘어간 것이 반영됐다는 점이다. 나와 측은 “UAE 법률에 따라, 나와가 원전 정비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계약 명칭이 변경됐다”면서 “LTMSA 및 MSA은 나와의 주도하에 단일 업체가 아닌 복수의 협력사가 발전소를 위한 정비용역을 제공하도록 규정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복수의 협력사 선정은 다른 국가도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서비스 계약 기간인 5년이 지난 뒤, 지금보다 한국의 원전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할 시에는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계약 기간과 규모도 예상보다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서는 팀코리아가 최대 3조원 규모로 10~15년에 이르는 바라카 원전 정비 업무를 수주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정비서비스 계약 기간은 5년이다. 양사 간 합의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지만, 반대로 합의가 안 되면 계약은 5년으로 끝난다는 얘기다. 이처럼 계약 기간과 내용이 달라지면서 전체 수주액도 당초 전망치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ㆍ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쉽게 말해 현대자동차를 샀는데, 정비는 앞으로 쌍용차에서 받겠다는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 원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다른 국가ㆍ기업이 유지ㆍ정비를 맡게 되면서 우리가 공들여 만든 기술 도면과 정보를 넘어갈까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팀 코리아’ 원전 수출이 위태롭다는 지적은 지난해 나왔다. 지난해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비록 규모는 적지만 바라카 원전 운영ㆍ유지를 위한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다. 계약 기간은 10년, 금액 규모는 1000만 달러로 알려졌다. 국내 원전업계에선 “국내는 원전을 줄이면서 해외로는 원전 수출을 하는 것이 모순된다”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은 물론 나와도 공식적으로 “이번 정비 파트너 선정을 위한 의사결정은 한국의 원전정책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단지 나와 측에서 UAE 법률에 의거해바라카 원전에 대한 책임을 본인들이 갖는 것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계약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7년 6월 한국과 단독 수의계약 협상은 종료됐고 국제경쟁 입찰로 바뀌었기 때문에 시기 상으로도 탈원전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UAE가 우리 정부의 원자력 정책 방향과 바라카 원전 사업을 연계해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한국이 사실상 주도적 역할을 하게될 것이며, 5년이라고 되어있는 계약 기간도 계속 연장되면 30년 이상의 협력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되려 이번 협상은 한국과 UAE가 원전 건설부터 설계ㆍ운영ㆍ정비까지 원전 전 주기에 걸친 협력을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계약 내용은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2년 새 급박하게 돌아가던 글로벌 수주전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게 정부 내의 평가다. 그간 정부는 최고위급 외교 채널 및 민간 채널을 총동원해 정비 계약 수주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바라카 원전
아부다비에 위치한 아랍의 최초 원자력발전소다. 1.4GW급 4기 규모(한수원 자체기술인 APR1400 적용)로 전체 설계ㆍ공사비가 20조원에 달한다. 이 중 1호기 건설이 2012년 시작돼 지난해 완료됐고 2~4호기 건설이 진행 중이다. 올해 말~내년 초에는 1호기의 연료 장전이 예정돼 있다. 약 1년간 시운전을 한 후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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