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론 중시’ 교육부, 과거 사례 보면 상산고 문제 답이 보인다

중앙일보 2019.06.24 06:00
상산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날인 20일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교육청 입구에 '지키자 상산!'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상산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날인 20일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교육청 입구에 '지키자 상산!'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 관계자는 23일 전북 상산고의 재지정 취소 사태를 바라보며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현 정부가 외고·자사고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논란이 많은 상산고가 첫 테이프를 끊으면서 교육부의 부담이 확 커졌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보다 평가기준을 높게 제시하면서 빚어진 전북교육청의 공정성 논란이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이유로 지난 21일 여권은 전북교육청과 선 긋기에 나섰다. 여권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상산고와 같은 전국 단위 자사고는 제외”라는 말이 흘러 나왔다. 청와대와 교육부도 “지정취소의 최종 권한은 교육부에 있다”며 논란을 서둘러 진화했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교육부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심의해 동의 여부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진 곳은 3개 학교다. 그 중 상산고만 유독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기준점 때문이다. 다른 지역은 모두 70점인데 전북만 유일하게 80점으로 높다. 경기도의 안산동산고는 62.06점을 받아 기준점(70점)에 미달했고 중앙고(군산)는 스스로 지정취소를 신청했다. 그러나 전북의 상산고는 79.6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고도 기준점(80점)에 미달해 지정취소 위기에 몰렸다. 불과 ‘0.39점’ 차이다.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자사고 평가 가이드라인으로 70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일반고도 70점은 넘긴다, 자사고면 80점은 돼야 한다”는 김승환 교육감의 논리에 따라 다른 지역과 달리 기준점을 높였다. 만일 상산고가 전북이 아닌 다른 지역에 속해 있었다면 충분히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을 점수다. “법과 상식에 따라 판단한다면 교육부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전북교육청의 평가 결과를 동의하지 않을 것“(박삼옥 상산고 교장)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여당의 정세균 의원은 2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교육부 가이드라인은 70점인데 전북만 유일하게 80점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학교를 탈락시키기 위한 임의적인 요소가 반영된 것은 아닌지, 원칙에서 벗어난 심의과정이 없었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전북이 지역구인 민주평화당의 정동영·조배숙·김종회·유성엽 의원도 22일 공동성명을 통해 ”전북 교육청의 전횡과 횡포가 상산고의 자사고 강제 취소라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현동 기자

지난 3월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현동 기자

 
 이처럼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부가 ‘상산고 살리기’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는 여론의 반발이 거센 사안일 경우 기존 입장을 폐지 또는 철회하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 2017년 8월 발표키로 했던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대표적 예다. 당시 김상곤 장관은 오랜 소신대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려고 했지만, 반대여론과 여권의 제지로 결정을 1년 유예했다. 그리고 2018년에는 관련 계획을 철회했다.  
 
 올 1학기부터 시행예정이던 방과후 영어 금지 조치도 지난해 10월 유은혜 장관 취임 이후 없던 일로 결정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국민 반감이 큰 사안은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으려 하는 기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사고 폐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경우 진보 교육감 및 전교조 등 기존의 지지 세력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전교조는 20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을 서둘러야 한다, 전교조는 특권학교가 폐지되고 모두가 평등한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