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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하다

찜찔방 아동성추행 2범 사는 여인숙 주변엔 찜질방 11개

중앙일보 2019.06.24 01:30 종합 6면 지면보기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한 번화가의 왕복 8차선 도로. 오른쪽으로 꺾어 들자 채 10m도 지나지 않아 자동차 한 대는커녕 지나가는 행인들끼리도 어깨가 스칠 듯 비좁은 골목길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졌다. 모텔과 여인숙 600여 개가 빼곡하게 차 있는 이곳에 A(45)씨가 살고 있었다.
 

탐사추적|아동 성범죄자 그 이후 <상>
성범죄자 21%, 고시원 등 떠돌이
이사 20일 내 신고 의무 잘 안 지켜
보호관찰관이 거주지 모르기도

A씨는 2013년 2월 여섯 살 여자아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출소한 뒤 현재 ‘성범죄자 알림e’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는 그의 주소는 여인숙이다. ‘보증금 없음, 달방(한 달 단위로 방을 계약해 거주하는 것) 가능’이란 문구가 붙은 여인숙에 들어가 계단을 오르니 자물쇠로 굳게 잠긴 그의 방이 나왔다.
 
전과 4범의 아동 성범죄자 A씨는 경기 성남시의 한 여인숙에 장기 투숙중이다. 정진우 기자

전과 4범의 아동 성범죄자 A씨는 경기 성남시의 한 여인숙에 장기 투숙중이다. 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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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하다 by 중앙일보’가 A씨를 찾아 나선 건 그의 범행 방식 때문이다. A씨는 2008년부터 일정한 주거 없이 찜질방과 여인숙을 오가며 네 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질렀다. 모두 찜질방에서였다.
 
2011년에도 일곱 살 여자 어린이를 추행해 전자발찌를 채워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주거지가 일정치 않은 A씨는 이를 피해 다니다 2013년 또 범행을 저질렀다. 법원은 “일정한 주거 없이 찜질방이나 여인숙에서 생활하는 피고인의 생활환경이 범죄 발생과 무관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출소 뒤 A씨가 거주하는 곳은 또 여인숙이다. 반경 2㎞ 안에 찜질방이 11개 있다.
 
‘탐사하다 by 중앙일보’가 신상이 공개된 서울·경기 지역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215명 중 범행지역 인근으로 돌아온 84명의 주소를 살펴본 결과 18명이 자신의 주거지를 여인숙·모텔·고시원·상가·시장·창고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탐사하다 by 중앙일보’가 신상이 공개된 서울·경기 지역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215명 중 범행지역 인근으로 돌아온 84명의 주소를 살펴본 결과 18명이 자신의 주거지를 여인숙·모텔·고시원·상가·시장·창고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서울·경기 지역에 사는 아동성범죄자 중 범행지 시·군·구로 돌아간 84명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A씨처럼 모텔·고시원·상가·시장·창고 등을 주거지로 신고한 사람이 18명이었다. 출소 뒤 여인숙이나 모텔 등에 산다 해도 등록된 주소지에 실제 거주하는 이상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주거지 등록을 기본적으로 전과자의 자진 신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정한 주거지는 곧 신상정보공개제도의 허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이들을 특별히 관리할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현재 가진 예산과 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보호관찰관 190여명이 관리하는 전자발찌 착용자가 3000여 명이어서라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정부와 민간에서 운영하는 보호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본인이 원치 않으면 강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A씨는 그나마 신고한 곳에 산다. 12세 여자 어린이를 성추행한 B(58)씨의 거주지는 안산시 단원구의 모텔로 돼 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해 확인해보니 지난해부터 장기투숙하던 그는 이미 4월 그곳을 떠났다고 했다.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인 성범죄자는 이사할 경우 20일 이내에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안산 단원서 관계자는 “5월 초 확인했을 때 B씨는 경기 오산 지역으로 이사가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해서 주거지가 확정되면 오산 지역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경찰로부터 B씨의 직업과 휴대전화 번호가 변경됐다는 사실만 전달받았고 주거지 변경에 대한 내용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2006년 만들어진 ‘아담 월시 아동보호 및 안전법’은 죄질 등에 따라 성범죄자를 3개 등급으로 나누고 가장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3등급 성범죄자는 평생에 걸쳐 3개월마다 주소지 정보를 업데이트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연방법상 중죄로 처벌하게 했다. 한국에선 성범죄자가 주거지 이전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탐사보도팀=유지혜·정진우·하준호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