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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물선 끊긴 2조 경인운하, 수상 레저시설 전환 추진

중앙일보 2019.06.24 01:30 종합 4면 지면보기
경인아라뱃길에서는 오가는 화물선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천터미널 갑문 바깥에서는 조정 선수들이 노를 저으며 훈련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심석용 기자

경인아라뱃길에서는 오가는 화물선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천터미널 갑문 바깥에서는 조정 선수들이 노를 저으며 훈련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심석용 기자

지난 1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오류동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완공 후 화물수송, 계획의 8%뿐
연 운영비 80억, 수익 사실상 '0'
내년 8월까지 기능 재조정 결론
일부선 "너무 일찍 운하 포기"

인천과 한강을 연결하는 폭 80m, 길이 18㎞의 뱃길 주변은 인적이 드물고 조용했다. 물이 가득 찬 운하 수로에서는 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수로 옆 자전거도로에는 간간이 자전거 탄 사람들만 오갔다.
 
김정미(52·여)씨는 “평소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자주 찾는데, 아라뱃길을 달리면서 화물선은 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삼훈 한국수자원공사 인천김포권지사 항만관리부 차장은 “지난주에 아라뱃길을 지나간 화물선은 없었다”며 “이번 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1300t급 경인아라뱃길 유람선은 하루에 3~4차례 10㎞ 구간만 왕복한다. 심석용 기자

1300t급 경인아라뱃길 유람선은 하루에 3~4차례 10㎞ 구간만 왕복한다. 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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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라뱃길을 정기적으로 다니는 선박은 1300t급 유람선이 유일하다. 그나마 아라뱃길의 한강 쪽인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경인항 김포터미널에서 서쪽으로 10여㎞ 떨어진 인천시 서구 시천나루까지만 운항한다. 운하의 절반 구간만 왕복한다.
 
유람선 업체 관계자는 "평일과 일요일은 3회, 토요일은 4회 운항 중인데, 운항 횟수는 이용객 수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2012~2014년에는 서울 여의도와 서해 덕적도를 잇는 75인승 여객선이 주말에 운항하기도 했으나 서울시의 반대로 중단됐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2012년 5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7년 동안 아라뱃길을 통해 처리한 화물은 모두 478만t이다. 사업계획 대비 8.4%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이용한 승선객도 85만 명으로 사업계획 대비 20%에 불과하다.
 
연간 운영비는 80억원 이상 들어가지만 벌어들이는 돈은 선박 접안료 등 한 달에 몇백만원도 채 안 된다. 2조6759억원의 건설비가 들어간 아라뱃길의 초라한 성적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인운하 주운수로에서는 지나다니는 배를 찾아보기 어렵다. 강찬수 기자

경인운하 주운수로에서는 지나다니는 배를 찾아보기 어렵다. 강찬수 기자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아라뱃길의 홍수 예방 기능만 유지하면서 운영비를 줄이거나, 수상 레저 등 관광 기능을 강화해 수익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기존의 운하 중심 운영을 포기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구성한 ‘경인아라뱃길 기능 재정립 공론화위원회’의 한 위원은 "아직 공론화 절차가 남아있지만 정부는 아라뱃길을 운하로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물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통합되면서 수자원공사와 함께 아라뱃길도 환경부 관할 업무가 됐다.

 
허재영(충남도립대 총장) 공론화위원장은 "이르면 이달 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아라뱃길 운영 대안 몇 가지와 함께 공론화 진행 방법을 담은 보고서 초안을 공론화위에 제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에서는 연말까지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인지, 혹은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조사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공론화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신동인 환경부 수자원관리과장은 “올 연말까지 공론조사 방법을 결정하고, 늦어도 내년 8월까지는 아라뱃길 기능 재조정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운하 기능 포기에 반발하는 기류도 있다. 일부 물류 전문가들은 “개통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운하 기능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윤백진 인천시청 해양항만과장도 “인천시는 현재의 유람선 운항 구간을 확장해 서울과 인천, 서해 인근 도서까지 연결하자는 의견을 계속 서울시 등에 피력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안전과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유람선 운항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강 본류를 준설하면 세굴 현상으로 교량 안전을 해칠 수 있고, 람사르 습지인 한강 밤섬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심석용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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