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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교육부의 ‘역주행 일자리 창출’

중앙일보 2019.06.24 00:04 종합 31면 지면보기
하현옥 금융팀 차장

하현옥 금융팀 차장

한번 커진 씀씀이는 줄이기 쉽지 않다. 높아진 임금을 낮추기도 어렵다. 경제학에서 일컫는 하방경직성이다. 경제 여건이나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떨어져야 하는 가격이 내리지 않는 상황을 지칭한다. 카르텔이나 노동조합이 가격이나 임금 하락을 저지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하방경직성을 가뿐히 뛰어넘어 수요 감소에도 공급을 늘리는 곳이 있다. 관료 조직이다. 이를 증명한 것이 ‘파킨슨의 법칙’이다. 영국 경제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이 1955년 소개한 이론으로 ‘공무원 수는 무조건 늘어난다’는 것이다. 파킨슨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해군에서 함정이 67% 줄었지만 행정인력은 78% 늘어났다는 사실로 이를 주장했다.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공공선택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뷰캐넌은 “관료는 기업처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없는 탓에 커다란 조직을 운영하는 권력과 지위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일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리무진도, 개인 운전사도, 회의실도 더 필요하다며 예산을 늘리고 조직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파킨슨과 뷰캐넌의 이론을 설명할 때 딱 맞는 사례가 한국에 등장했다. 교육부다. 2008년 폐지됐던 차관보(1급)가 부활하며 관련 인력 9명의 자리가 새로 생겼다. 교육부의 역할과 권한이 줄어드는 상황에 맞지 않는 ‘역주행 일자리 창출’이란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의 기능을 국가교육위원회(중장기 교육개혁)와 시·도 교육청(유아교육과 초·중등교육)에 넘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사회부총리의 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고위직이 적어 장·차관급 회의에 참석할 인원이 부족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교육부의 변(辯)이다. ‘회의 요원(?)’ 차관보 부활로 늘어난 자리만큼 교육부의 업무 능력이 향상될 지는 의문이지만, 세금으로 고용은 창출한 셈이다.
 
하현옥 금융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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