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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윤석열 총장' 직후 조국·박상기 교체설 거론

중앙일보 2019.06.24 00:04 종합 24면 지면보기
새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가 2016년 12월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임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가 2016년 12월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임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검사들의 바람은 ‘막강 검찰’까지는 아니더라도 검찰의 위상 회복이다. 청문회 준비팀은 물론 대검 간부들은 그가 야당 의원들의 공격을 무사히 막아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윤후보자와 함께 총장 후보로 올랐던 한 고검장급 검사는 “힘 있는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검찰의 정치적 위치도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외연을 넓히는데 그가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묻어 있었다.
 

검찰 독주 견제 위한 인사 불가피
청문회 뒤 사정기관 판도 바뀔 듯
차기총장까지 장기 플랜도 검토중

이런 검찰 내부 기류는 문재인 정부의 시각에서 보면 역설적 작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검찰개혁을 통한 검찰 힘빼기가 아닌 검찰 권한 강화로 흘러가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한 그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가 통제와 제어가 힘든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윤석열을 ‘양날의 칼’에 비유하며 “우리 정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의 원칙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은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성한다”는 그의 발언처럼 윤후보자에겐 검찰이 삶이자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그의 등장은 현 정부 사정권력의 재편성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총장’과 검찰의 독점을 막기 위한 사정(司正)기관 ‘내부자’들에 대한 제2의 정렬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들이다.
  
청문회 ‘버럭’ 대응을 막아라
 
청문회 준비팀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공직자비리 수사처 등 검찰개혁에 대한 윤후보자의 입장을 중립적으로 정리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나는 플레이어에 불과하다”며 명확한 견해를 보인 적이 없다. 여기다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이 현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검찰의 입지가 다소 좁아진 측면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윤 후보자는 검찰 내부의 반발을 진화하고 여권에도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일각에선 그가 ‘강골 검사’의 이미지를 살려 검찰 중심의 발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일선 검사들을 특히 긴장시키는 것은 윤후보자의 부인과 장모를 향한 야권의 공세다. 미술전시 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 대표인 부인 김건희씨가 64억여원의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과 재산의 80%를 현금으로 보유한 이유를 캐물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언론은 부인이 “외환위기 이후 주식투자 등으로 재산을 증식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다 장모가 금전 문제로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고, 아직도 이해 당사자들간의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야권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장모 문제를 제기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윤 후보자는 “너무 한 것 아니냐”며 화를 내 야당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청문회팀은 그의 ‘버럭’ 대응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윤석열 총장’ 이후도 고려할 듯
 
최근 사표를 낸 봉욱 대검 차장을 비롯해 연수원 19기의 고검장급 검사 세명을 제외하곤 가급적 같이 근무한다는 것이 윤후보자의 생각이다. 특히 이중 연수원 20기로 그보다 3기 선배인 김오수 법무부차관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주 대동고 출신인 김 차관은 어떤 경우든 권력의 현직 내에서 중용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해에도 금감위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었다. ‘윤석열 이후’에 대한 포석도 준비해야 한다는 게 그 논리다. 윤후보자가 총장 임기를 제대로 마칠 경우 대통령 선거를 관리해야 하는 다음 총장은 정치적 신뢰도가 담보돼야 하고, 리더십도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김 차관이 대검 차장이나 서울고검장으로 있으면서 차기를 노린다는 관측이 현실적으로 맞아 떨어질 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선 민정수석 발탁설이 나오지만 검사로 퇴직한 지 1년 안에는 청와대에 갈 수 없다는 법 규정 때문에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조국 수석’에 대한 여론 피로감도 풀어줘야
 
조국(左), 박상기(右)

조국(左), 박상기(右)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권력기관과 국정을 조율해 왔던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을 여권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조 수석도 최근 사석에서 “제2기 검찰총장 출범을 계기로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지난주 청와대가 경제라인만 교체한 것은 윤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이후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검찰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근거로 법조계에선 차기 민정수석은 검찰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발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에서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내다 미국 로스쿨로 유학을 떠났던 신현수 변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온 그를 만났던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최근 기류를 볼 때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윤후보자의 후원자 그룹에 속하는 박영수 특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과도 친분이 두텁다. 대검 중수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때 사정비서관으로 있으면서 문 대통령과 같이 근무하기도 했다. 신 변호사외에 검찰 출신의 몇몇 변호사들이 자천 타천으로 차기 민정수석 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는게 요즘 법조계의 분위기다.
 
민정수석이 교체될 경우 법무부장관도 함께 인사 대상이 될 것으로 거론된다. 여권 내에선 최근 박상기 장관이 ‘나홀로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해 검사들에게 휘둘리거나 따돌림을 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좀 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인사로 대체해야 한다는 논리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법무장관을 희망하고 있지만 윤석열 검찰체제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는 게 범여권의 시각이다. 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거론되는 조국 수석의 법무장관행도 전혀 근거 없는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러한 인사 구도는 국정원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서훈 원장을 청와대로 들이면서 후임 원장을 임명하는 구도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영수 특검의 주장처럼 ‘뼛속까지 검사’인 윤석열 검찰호의 출항은 권력기관의 대대적 재편을 향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게 그들 내부의 대체적 전망이다.
 
인덕(人德)이 많았던 윤석열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 민정특보를 지냈던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윤석열에겐 사표(師表)나 다름없었다. 2002년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에서 검사로 다시 임관된 윤석열은 “나를 검찰로 복귀시켜준 이 총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태평양에서 같이 근무했다. 윤석열이 검찰과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2005년 현대자동차 수사 때도 그는 선배들의 지원을 받았다. 당시 정상명 총장은 고양지청 소속의 윤석열을 중수부로 파견 근무케 했다. 대검 중수부장으로 있던 박영수 특검과의 끈끈한 관계도 이 때 형성됐다.
 
그는 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검 범죄정보기획관과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할 때 한 단계 아랫직급인 과장으로 있었다. 저녁 시간에 한학(漢學)을 같이 공부했던 두 사람은 특검 수사 때 조사자와 피조사자 신분으로 대면했다. 우 전 수석은 특검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에 의해 구속됐다. 이후 윤석열은 2013년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원을 받으며 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팀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검찰총장으로 발탁될 수 있었던 결정적 사건이었던 셈이다. 정치적 이념에 관계없이 사람 덕을 많이 봤던 그가 검찰수장으로서 조직원들에게는 어떤 덕을 베풀런지.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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