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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연결시대, 전문성보다 지식 활용 능력 갖춰야

중앙일보 2019.06.24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19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이 지식 전수기관이 아닌 학습법 전수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19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이 지식 전수기관이 아닌 학습법 전수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지난해 2월 취임 후 매주 월요일마다 학교 안의 한 카페를 찾는다. 점심시간 학생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아주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매주 4~5명 안팎의 학생들이 박 총장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장학금 문제부터 프로젝트 조언 구하기 등 이야기의 주제도 다양하다. 학생뿐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교수·직원과 격식 없이 얘기를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박 총장은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현재 구성원들의 만족도부터 높여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말했다. 19일 오후 그의 집무실에서 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
무크 등이 대학의 역할 대체
쌍방향·프로젝트 기반 학습 등
대학의 새로운 가치 제시 필요

 
소통에 힘쓰는 이유가 있나.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대학이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학의 30%만 정원을 모두 채웠다. 이미 무크(MOOC·온라인 공개 수업) 등의 등장으로 대학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 인터넷으로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의 유명 교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대다. 학생들에게 전통적인 의미의 대학을 다녀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질 것이다.”
 
 
학생 의견이 제도 개선에 반영되는가.
“미디어학과와 문화콘텐츠학과의 학점공유가 대표적인 사례다. 두 학과는 각각 정보통신대와 인문대 소속인데, 비슷한 과목도 따로 가르친다. 한 번은 문화콘텐츠학과 학생이 과목 수가 적다며 미디어학과 수업을 듣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교수들에게 물으니 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이 미디어학과 수업을 들으면 학점을 받을 때 불리하다더라. 그래서 지금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강의는 공유하고 평가는 따로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래 대학의 새로운 가치는 뭔가.
“교육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학교를 찾아다닌 결과 쌍방향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라는 답을 얻었다. 쌍방향 학습의 대표주자는 최근 연구중심 대학으로 주목받고 있는 싱가포르 난양공대다. 이곳에서는 칠판과 네모난 책상이 있는 전통적인 의미의 강의실은 찾기 어렵다. 대부분 교실에 원형 책상과 화이트보드 벽면이 있다. 학생들은 언제나 자유롭게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무크에서는 배울 수 없는 토론·토의·소통의 기술을 이곳에서 배울 수 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어떤 걸 의미하나.
“과거 대학에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맞춤형으로 가르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교실에서 얻는 지식의 한계를 깨달은 뒤에는 해외에서 다양한 것을 보고 들은 학생들이 주목받았다. 앞으로는 학생 스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스탠포드대나 애리조나주립대 등에서 진행하는 사회문제해결형 수업이 좋은 예다. 빈민이나 하수구 등 정부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학생들이 찾는 방식이다.”
 
 
아주대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는 걸로 안다.
“2016년부터 프로젝트 기반 학습 프로그램 파란학기제를 운영 중이다.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도전과제를 설계하고 실천하면 3~18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7학기 동안 총 717명이 참여했다. 드라마 기획·제작·배급, IT 활용 제로 에너지 주택 모델 개발, 위험 감지용 드론 제작 등 분야도 다양하다. 미래는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 아닌 ‘백견이불여일동’(百見而不如一動) 하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다. 백번 보는 것보다 한 번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학생들이 직접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한다는 뜻인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사회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게 도우려고 한다. 올해 1학기 파란학기제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아이디어톤’(아이디어+마라톤)이 좋은 예다. 전국 대학생 150여 명이 참여해 ‘장애인 접근성 문제 해결’을 주제로 아이디어 대결을 펼쳤다. 점자 지도, 청각언어 장애인용 응급구조 신고 애플리케이션, 보급형 접이식 경사로 등 우수한 평가를 받은 아이디어는 수원시에서 실제 정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많은 직업이 사라진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33년까지 현재 일자리의 46%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느 날 갑자기 하던 일이 없어지고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대학이 많이 아는 사람보다 잘 배울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하는 이유다.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책과 논문을 찾아보는 등 학습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미래는 융합이 아닌 연결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연결은 각각의 요소가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서로 협력하는 개념이다. 융합이 A+B=C라면 연결은 A+B=AB다. 기존의 지식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교육뿐 아니라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아주대에서 진행 중인 자율주행센터가 ‘연결된 연구’의 한 형태다. 기계공학뿐 아니라 정보통신·데이터사이언스·의학·법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 협력 중이다.”
 
 
박형주 총장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대에서 수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미국 오클랜드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고, KAIST 고등과학원,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수학자로 꼽힌다. 지난 2015년 수학과 석좌교수로 아주대에 합류했고, 2017년 7월까지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2월 총장에 취임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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