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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근 21년 도피 어떻게 가능했나…이름 4개로 신분 세탁

중앙일보 2019.06.23 16:21
도피 21년 만에 중미 국가인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씨가 22일 오후 국적기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도피 21년 만에 중미 국가인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씨가 22일 오후 국적기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회삿돈 32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다 잠적한 정한근(54)씨가 도피 21년만에 붙잡혀 지난 22일 한국으로 송환됐다. 정씨는 국내 거주하고 있는 캐나다 시민권자의 명의를 이용해 신분을 세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은 정씨가 국내에 거주하는 캐나다 시민권자 A씨의 명의를 이용해 미국과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해 신분을 세탁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1997년 IMF 사태 당시 한보의 자회사 자금 32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자 도주했다. 그는 지난 1998년 6월 검찰수사를 받던 중 잠적했고, 검찰은 공소시효를 감안해 2008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 위반(횡령·재산국외도피죄)로 먼저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정씨의 소재 불명으로 재판은 진행되지 못했고, 2023년 9월 23일 재판시효가 완성될 예정이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정씨주변인물을 중심으로 기록을 검토한 결과 정씨 가족이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대검은 정씨가 본인 이름이 아닌 캐나다 시민권자 A씨의 이름을 이용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대검 관계자는 "정씨와 A씨는 고교 친구 사이로 보이고, 이름을 넘긴 A씨는 이후 개명해 국내에서 줄곧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A씨의 이름과 가족 등 신상정보를 이용해 2007년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했다. 'RYU, Daniel SeungHyun'이라는 영문 이름으로 캐나다에서 살던 정씨는 이후에도 같은 수법으로 미국 영주권(영문이름  RYU, SeungHyun), 2011년 미국 시민권(LIU, Sean Henry), 2012년 캐나다 시민권(RYU, Daniel)을 취득했다. 정씨는 2011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 대만계 미국인과 결혼을 했다.
 
정씨는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2017년 7월부터 에콰도르에 입국해 최근까지 거주하고 있었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지난 2월 에콰도르 대법원에 정씨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청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 에콰도르 대법원에서 지난 4월 범죄인인도 요청을 거절하자 검찰은 에콰도르 정부와 강제추방절차를 협의해왔다.
 
그러던 중 검찰은 정씨가 그로부터 2개월 뒤인 지난 18일 파나마를 경유해 미국 LA로 출국한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파나마에 도착한 정씨는입국을 거부당해 결국 우리 송환팀에 넘겨졌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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