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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펀드에 몰리던 한진가···델타항공이 백기사로 나섰다

중앙일보 2019.06.23 15:41
 
델타항공이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을 알렸다. [델타항공 홈페이지 캡쳐]

델타항공이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을 알렸다. [델타항공 홈페이지 캡쳐]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등장했다. 일명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그레이스홀딩스)의 경영권 위협으로 수세에 몰렸던 한진가(家)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델타항공은 지난 20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며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우호지분 28.93% ▶KCGI 15.98% ▶델타항공 4.3% ▶국민연금 4.11% 순으로 구성돼 있다. 델타항공이 계획대로 10%까지 지분을 끌어 올리고, 한진그룹 사주 일가가 조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면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은 40% 가까이 된다.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 확보하더라도 조 회장 측에 맞서 경영권을 가져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 다시 한진칼 주식을 매입해 왔다. 그런데 최근 미래에셋대우가 대출 기간 연장을 거부하면서 KCGI의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국적의 글로벌 항공사는 왜 한진그룹의 구원투수로 등판을 자처했을까. 한진그룹은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언급했다.
 
 2017년 6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협약 체결식. 오른쪽 세번째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스티브 시어(Steve Sear)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및 글로벌 세일즈 전무 [사진 대한항공]

2017년 6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협약 체결식. 오른쪽 세번째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스티브 시어(Steve Sear)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및 글로벌 세일즈 전무 [사진 대한항공]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특수관계’에 주목한다.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대한항공은 2000년 6월 델타항공과 함께 항공사 동맹인 스카이팀 창립을 주도했다. 같은 해 9월엔 항공화물 분야 운송 동맹인 스카이팀 카고도 출범시켰다. 
 
19개 글로벌 항공사가 회원으로 가입한 스카이팀은 전 세계 여행객 10%가 이용하는 세계 1위 항공동맹이 됐다. 항공화물 운송분은 최대 규모다. 델타항공 입장에선 세계 최대 항로로 떠오르고 있는 환태평양 노선에서 항공동맹의 경영권 위협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양사는 또 지난해 5월 양국 간 직항 13개 노선과 370여 개 지방 도시 노선을 함께 운영하는 조인트벤처를 출범했다. 이 조인트벤처는 두 회사가 하나처럼 항공편 스케줄을 조정하고, 공동 전략을 수립해 마케팅과 영업 활동까지 공유하는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다.
 
이 조인트벤처를 통해 델타항공은 미국 내 맞수인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과의 경쟁에서 인천공항을 발판으로 한 동북아시장 거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도 일본항공이나 전일본공수와의 환태평양 노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다.  
 
2004년 6월 인천에서 열린 스카이팀 최고경영자 회의. 조르지오 칼레가리 알리탈리아항공 부사장, 로젤리오 가스카 아에로멕시코항공 회장, 장 시릴 스피네타 에어프랑스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야로슬라프 트브르딕 체코항공 회장, 폴 맷슨 델타항공 부사장(왼쪽부터)이 기자회견 시작 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6월 인천에서 열린 스카이팀 최고경영자 회의. 조르지오 칼레가리 알리탈리아항공 부사장, 로젤리오 가스카 아에로멕시코항공 회장, 장 시릴 스피네타 에어프랑스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야로슬라프 트브르딕 체코항공 회장, 폴 맷슨 델타항공 부사장(왼쪽부터)이 기자회견 시작 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는 지분 매입 직후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발표한 메시지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은 1400편 이상의 코드 공유 항공편을 포함한 환태평양 지역의 공동 운항을 확장하고 있다”며 “델타항공은 이 조인트벤처를 통해 아태 지역에서 2012년 이래 처음으로 매년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델타항공의 가세로 당장 경영권 방어란 숙제를 해결한 한진그룹 3세 경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현민(36) 한진칼 전무에 이어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 여부다. 
 
조원태 회장은 비판 여론에도 남매 갈등설 봉합을 위해 조 전무를 한진칼 전무 및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시켰다. 법정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시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현아(사진 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중앙포토]

조현아(사진 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중앙포토]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 사건 전 칼호텔네트워크와 한진관광 대표이사 등을 맡아 그룹 내 호텔ㆍ레저사업을 총괄했다.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복귀를 꾀했지만, 동생인 조현민 전무의 물컵 사건으로 무산됐다. 조원태 회장이 주력인 항공부문을 총괄하면서 조 전 부사장이 호텔사업을, 조 전무가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역할을 분담한다면 그룹 내 파벌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복귀에 대한 비판 여론과 내년 한진칼 주주총회란 산이 남아 있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2020년 3월 끝난다. 내년 주총이 한진가와 KCGI의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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