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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요청 거절했던 애플, 탈중국 결정 뒤엔 '138달러' 폭탄

중앙일보 2019.06.23 15:33
#2011년 2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이 스티브 잡스 애플 CEO등과 한 만찬.[중앙포토]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이 스티브 잡스 애플 CEO등과 한 만찬.[중앙포토]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나요."(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아이폰의 일자리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미 실리콘밸리의 주요 인사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잡스와 나눈 얘기의 일부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애플의 생산 거점인 중국의 70만개 일자리의 미국 내 이전을 요청했지만, 잡스 CEO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2019년 6월.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중국 외의 지역에서 하려 한다는 일본 니혼게이자이 보도.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중국 외의 지역에서 하려 한다는 일본 니혼게이자이 보도.

"애플, 중국 (생산) 집중 해소하려 거래처에 (이전) 검토 요청."(일 닛케이)
"폭스콘이 아이폰 전량을 중국 밖에서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미 CNBC) 
 
일본 닛케이와 미국 CNBC 등은 "애플이 아이폰의 중국 내 공장 15~30%를 동남아로 이전하는 비용 평가에 착수했다"는 보도를 최근 잇달아 내놨다. 중국에서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도 아이폰 전량을 중국 밖에서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오바마의 요청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애플이 '중국 탈출'을 검토하고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미·중 무역 분쟁이다. 애플은 이미 미·중 무역 전쟁의 유탄을 맞은 중국 정보기술(IT) 대표 기업 화웨이가 고사 위기에 처한 과정을 지켜봤다. 이에 미국의 대표 IT기업 애플이 선제 대응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아이폰 한 대당 138달러 관세 폭탄 맞을라
애플의 생산 기지 이전 착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자국 정부의 관세 폭탄이다. 애플은 최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가 애플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나타나듯 애플이 우려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325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카드다. 미국이 지난달 10일 단행한 중국산 수입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이어 나머지 3250억 달러어치에 대해 10%던 관세를 25%로 올리면 중국서 만드는 아이폰이 대상이 된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서 만들어 미국에 들여와 판매되는 '아이폰 XS 맥스'의 수입 가격은 554달러, 이 수입가에 관세 25%가 부과되면, 대당 약 138달러가 비싸진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 드는 순간 애플의 이익 감소는 불가피해진다"고 말했다. 물론 애플은 소비자가(현재 1099달러)를 올리거나, 생산·부품사에 비용을 전가하거나, 일부 이익을 줄이는 방안 등을 감수할 수 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7160만대가량을 판매했다"며 "관세로 가격이 오르면 삼성전자와 경쟁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아이폰의 인기가 중국에서 급속히 식고 있다는 점도 생산거점 이전의 한 이유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은 올해 1분기 중국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48%가 줄었고, 시장 점유율도 7%로 떨어졌다. 
 
아이폰의 중국 생산…스마트폰 이익 78% 독식 비결
애플은 스마트폰을 자체 생산하는 삼성전자나 화웨이와 달리 100% 위탁 생산한다. 아이폰의 조립은 파트너사인 대만의 폭스콘(생산량 60% 조립)과 페가트론(28%), 위스트론(12%)이 담당한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애플은 경쟁사보다 비싼 단가를 유지하고, 설계·조달·생산의 다각화 시스템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수익을 독식해 왔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처럼 아이폰 설계는 미국 본사가, 부품 조달은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은 중국서 하는 시스템을 고수해왔다. 여기에 삼성전자나 화웨이와 달리 단말기 단가가 600달러 이상의 고가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판매량은 2억900만대로 2위였지만, 수익은 78%를 독차지했다(시장조사업체 SA).
 
애플은 아이폰뿐 아니라 맥북(노트북)과 아이패드(태블릿PC), 아이팟도 비슷한 설계·조달·생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애플의 이번 중국 내 생산시설 이전 검토에는 맥북과 아이패드 등의 시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BC는 "애플에 공장 이전 평가 요청을 받은 곳은 맥북 제조업체인 콴타 컴퓨터, 아이패드 조립업체인 콤팔 일렉트로닉스, 아이팟 제조사 인벤텍·럭스셰어-ICT·고어테크 등이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 신문은 "애플은 전체 조달액 150조원 중 100조원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며 "이 중 15~30%를 중국 밖으로 빼내려 한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삼성·LG전자·애플의 격전지로 부상? 
중국 내 생산시설을 조립 파트너사를 통한 중국 공장을 이전할 후보지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이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이 진출해 있고, LG전자도 구미에 있던 스마트폰 공장을 다음 달 베트남으로 옮겨간다. 
 
애플의 최대 파트너사인 폭스콘도 지난 2월 베트남 박장(Bac Giang) 공단 내 25만m²의 공장 부지를 마련했다. 싱가포르 비즈니스 타임스 등은 "페가트론도 생산 시설을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3개국 중 한 곳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이 미·중 무역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인 동시에 최대 스마트폰 생산 격전지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 있던 글로벌 기업의 생산 공장이 베트남으로 몰리는 것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공장 조성이나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가 잘 갖추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0%대인 국내 업체와 달리 적지 않은 판매량을 올려왔다"며 "미·중 무역 전쟁으로 애플의 일부 생산 공장이 베트남으로 이전할 경우 삼성·LG전자와 생산조건이 비슷해져 글로벌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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