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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제작 상품이라 교환 불가" 카카오메이커스의 거짓말

중앙일보 2019.06.23 12:23
대학생 김 모(23) 씨는 지난해 여름 모바일 쇼핑몰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여름철 인기상품인 휴대용 선풍기를 샀다. 상품을 배송받고 보니 이미 집에 있는 제품이라 필요가 없었다. 환불을 신청하자 카카오메이커스에선 “주문제작 상품이므로 교환ㆍ환불이 불가하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김 씨는 “동네 마트에서 파는 제품과 차이가 없는데 주문제작 상품이라 환불해줄 수 없다고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가 자회사인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면서 주문제작 상품이 아닌데도 취소 및 교환ㆍ환불이 불가하다고 소비자에게 알린 행위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 25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는 인터넷ㆍ모바일 쇼핑몰에서 상품을 산 뒤 단순 변심 등 사유로도 일정 기간 내(상품을 받은 날로부터 7일 등)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하지만 예외가 있는데 ①소비자가 재화 등을 멸실ㆍ훼손한 경우 ②시간의 경과로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③소비자 주문에 따라 개별적으로 생산하는 재화로, 청약을 철회할 경우 사업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엔 청약을 철회할 수 없도록 했다.

 
카카오는 세 번째 예외 사례를 악용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는 2016년 2월~2018년 6월 카카오메이커스 판매 화면에 ‘카카오메이커스 상품은 주문제작 상품이므로 취소 및 교환ㆍ반품이 불가합니다’란 게시글을 띄웠다. 모든 제품이 맞춤형 구두ㆍ셔츠처럼 소비자가 디자인ㆍ색상ㆍ재질 등 대략의 상품 외형을 결정한 뒤 소비자 신체를 실측하고 상품 생산에 돌입하는 주문제작 상품인 것처럼 홍보해 환불을 거부했다.

 
실제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판매한 상품 중 상당수는 휴대용 선풍기처럼 소비자 주문이 있기 전 이미 생산을 마친 ‘기성품’이었다. 또 주문제작 상품이더라도 대부분 사업자가 미리 일정한 규격ㆍ색상을 정해 견본품을 제시하고 소비자는 단순히 주문 여부만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임수환 광주지방공정거래사무소 소비자과장은 “전자상거래법상 환불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제약한 사례를 제재해 소규모 인터넷 쇼핑몰의 법 위반 행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메이커스 측은 "공정위 조사를 받은 직후 소비자가 청약 철회권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했다"며 "소비자 권리가 더욱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쿠팡ㆍ위메프와 비슷한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 수요를 미리 파악한 뒤 최소 주문량을 넘기면 상품을 제작ㆍ배송하는 식이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사고 중소 협력사는 재고ㆍ판매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제조업 혁신’ 아이콘으로 관심을 모았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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