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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구독자 38만 명 … 61학번 부부의 짠한 손주사랑

중앙일보 2019.06.23 08:00
[더,오래] 반려도서(66)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안경자 글·이찬재 그림 / 수오서재 / 1만4800원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노년의 인플루언서(influencer,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인)들이 화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시작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기도 하고, 노년의 모델로 데뷔해 광고에 등장하기도 한다. 주로 인생역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 손주를 향한 그리움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 3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노부부가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drawing_for_my_grandchildren. 말 그대로 손자들을 위한 그림을 그려 글과 함께 담아 올리는데 구독자만 38만 명에 이른다. 남편은 그림을 그리고, 부인은 글을 쓴다. 1942년 동갑내기 부부는 같은 대학에서 61학번 동기로 만났다. 1967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결혼해 1남 1녀를 낳아 키우다 1981년 브라질로 이민을 갔다. 36년간 브라질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간 손주가 그리워 그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림마다 For AAA라는 사인이 남겨져 있는데 3명의 손자 알뚤(Arthur), 알란(Allan), 아스트로(Astro)의 첫 글자를 땄다. 이 그림과 글을 모아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로 펴냈다. 손자에 관한 진한 그리움을 그림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려 38만 명 구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78세 노부부가 전하는 인생에 관한 메시지가 담겼다.
 
아로가 창밖을 보고 있다.
꽤 오랫동안 내다보고 있다.
그 뒷모습에서 참 많은 게 보인다.
(중략)
아로야, 아직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네 마음속에 작게, 아주 작게 새겨진 건
헤어짐이라는 이름이란다.
그 아픔은 곧 그리움으로 바뀌게 될 거야.
언젠가 네가 이런 아픔을 또 겪게 되면
그때는 다시 만나는 기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기를
-그 때가 되면
 
노부부는 말한다. 어떤 때는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힘들고, 벅차고, 피곤하지만 되돌아보면 삶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살아볼 만하다고.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권정자 외 18명 저 / 남해의 봄날 / 1만8000원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글을 읽고 쓰는 데 불편함이 없는 나로선 글을 모르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낯선 외국에 가서 영어가 아닌, 알 수 없는 꼬부랑 글씨를 마주쳤던 순간의 기분으로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난 때문에, 여자라는 이유로, 사는 일만으로도 숨이 차 글을 배우지 못했고, 꿈을 펼치지 못했던 20명의 할머니가 뒤늦게 한글을 익히기 시작했다.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는 순천의 한 평생학습관에서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한 할머니들이 뒤늦게 글과 그림을 배우면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채워나간 기록을 담았다.
 
나는 가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공부를 안 해서 포기했습니다.

자식들이 선생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둘째 아들이 선생이 되었습니다.
참 기뻤습니다. 선생 한 달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외국으로 가 버렸습니다. 꿈이 깨졌습니다.

영감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기와집 짓고
사는 게 꿈이었습니다.
영감이 먼저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내 꿈은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입니다.
중학교 공부도 해 보고 싶습니다.
-나의 꿈
 
짧지만 그 짧은 글 안에 기쁘고, 슬프고, 웃기고, 씁쓸하기도 한 다채로운 인생이 담겼다. 꾹꾹 눌러 담은 담담한 글을 읽다 보면 콧잔등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굴곡 많은 시대를 살아온 할머니들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응원과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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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서지명 더,오래 팀 필진

더,오래 경제필진을 발굴하고 에디팅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내려가 책 읽고 글 쓰는 노후를 꿈꾸며 '로컬라이프'와 '반려도서'를 연재합니다. 노후, 은퇴라는 말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힌다면 '더,오래'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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