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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 경보…축산농가 떨고있다

중앙일보 2019.06.22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49)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했다. 이로 인해 수입산 돼지고기 재고 물량이 떨어지는 시점부터 국내 돼지고깃값이 치솟았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돼지고기의 모습. [연합뉴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했다. 이로 인해 수입산 돼지고기 재고 물량이 떨어지는 시점부터 국내 돼지고깃값이 치솟았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돼지고기의 모습.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까지 전염되면서 축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사실상 전염병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북한에서 발병됐다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전염 위험이 그만큼 커졌단 뜻이다. 북한 접경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생소한 질환이다. Africa Swine Fever를 직역한 용어인데, 아프리카보다는 유럽과 중국에서 문제가 심각했던 모양이다. 양돈 농가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게다가 백신이나 치료 약도 없어 만약에 우리나라에 이 열병이 돌게 되면 몇 년 전 구제역 사태처럼 양돈돼지를 도살 처분해야 하는 끔찍한 사태가 일어난다. 무엇보다 양돈 산업은 궤멸할지도 모른다.
 
돼지 도살처분 재현되면 양돈산업은 궤멸
최대한 예방하는 것만이 최선이란다. 지금 축산농가에서는 가능하면 농장과 외부인 간의 접촉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햄과 같은 돈육 가공품에 바이러스가 잠복해 들어올 수 있다. 해외 여행자의 반입 물품에 대한 촘촘한 검역체계를 믿어 보는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대책도 중구난방식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축산업계에서는 이참에 잔반돼지를 없애자는 제안도 나왔다. 사육공간을 청결하게 해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전염병으로 병균이 유입되면 방법이 없기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원인의 하나가 ‘잔반돼지’라는 것에 동의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돼지는 전염병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잔반돼지를 없애 양돈 환경도 개선하고 전염병 확산 경로도 없애자는 것이다.
 
 지난 6월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검역 현장인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에서 세관 직원들이 X-ray 검색을 마친 입국 관광객들의 가방을 열어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검역 현장인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에서 세관 직원들이 X-ray 검색을 마친 입국 관광객들의 가방을 열어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게 쉽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잔반돼지가 전체 양돈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잔반 급여를 하는 축산농가와 음식물 폐기물 처리 업체 쪽에서는 난감해하고 있다. 잔반을 열처리해 돼지에게 먹이는 것이 합법적이고 안전하다는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이미 수억 원을 투자해 잔반을 처리하는 농가와 마을은 좌불안석이다.
 
구제역은 백신이라도 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의료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방역이 최선이다. 농가와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있다고 본다. 일반인은 해외에서 나갔다 돌아올 때 육류 제품은 아예 가지고 들어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 전국 공항에 육류·육가공품 반입이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 공항의 축산물 검역체계는 높은 수준이라 안심을 할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반입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고민이다.
 
축산 농가를 방문할 때는 가능하면 방역 조치를 하고 가야 한다. 현재는 각 축산 농장 입구에 방역장이 설치돼 있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최초에 아프리카에서 발병했고, 유럽으로 건너가 확산한 것이다. 유럽은 우리보다 사육 환경이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전염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구제역을 비롯해 가축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멀쩡한 동물까지 함께 파묻는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대응했다. 양돈 농가의 물적, 심적 피해가 무척 컸음은 물론이다. 지난 2010년 발생했던 구제역 사태 때엔 무려 330만 마리의 돼지를 도살 처분해 땅에 묻었다. 돼지도 살아 있는 생물이다. 하지만 워낙 사육환경이 비위생적이고 관리를 안 해 면역력이 없다 보니 도살처분밖에 방법이 없었다.
 
 지난 17일 오후 강원 양구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가상 방역훈련(CPX)에서 관계자들이 돼지 도살처분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상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동물을 도살처분한다. 하지만 이는 가축 농가의 물적, 심적 고통이 크고 비인도적인 방법이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강원 양구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가상 방역훈련(CPX)에서 관계자들이 돼지 도살처분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상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동물을 도살처분한다. 하지만 이는 가축 농가의 물적, 심적 고통이 크고 비인도적인 방법이다. [연합뉴스]

 
지금은 대응책도 많이 나아졌다. 구제역이 조금씩 발생하고 있으나 전국적인 확산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만일 지금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생산돼지가 급격히 줄어들면 국내 축산업의 근본이 무너질지 모른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만일 발병한다면 회복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도살처분도 능사가 아니다. 바이러스가 삶고 튀겨도 안 죽고 다시 발병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발병 이후 정상적인 양돈 개체 수를 회복하는데 1년 반 정도 걸린다고 하나, 소비자 신뢰 회복엔 이보다 더 걸려 축산 농가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사이 수입육이 국산육을 대체할 테니 말이다. 이번 기회에 잔반돼지를 없애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잔반이라 부르는 음식물 폐기물을 돼지에게 먹이고 그걸 다시 우리가 먹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환일 수 있으나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죄 없는 멧돼지만 피해 볼 수도
또 하나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있다. 정부는 휴전선의 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의 원인이 될지 몰라 접경 지역 멧돼지의 사살과 포획을 무제한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과연 멧돼지가 주범일지 의문이다. 멧돼지가 감염된 사실은 확인이 됐지만, 사육 돼지에 전염시켰는지는 분명치 않다.
 
영역 생활을 하는 멧돼지가 감염될 경우 일정 영역 안의 멧돼지는 죽지만 다른 영역으로 확산하지 않는다는 외국 보고서가 나와 있다. 만일 멧돼지를 무차별 사살할 경우 위험을 느낀 멧돼지의 이동 범위가 더욱 넓어져 오히려 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사육돼지를 지키기 위해 야생돼지를 없애겠다는 방책이 전염병 대책이 실패할 때 면피하려는 의도 같아 찜찜하다. 동물복지를 위해 양돈 돼지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상황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외국의 전염병 때문에 야생 멧돼지만 피해를 볼까 미안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수 없다. 뾰족한 대책이 안 보여 축산 농가는 불안하기만 하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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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필진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 농촌이나 어촌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못해 귀농·귀촌을 지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원래 농촌 체질인가 봐”라며 땅 사고 집도 지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귀농·귀촌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녹록지 않다. 필자는 현역 때 출장 간 시골 마을 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리워 귀농·귀촌을 결심한 농촌관광 컨설턴트다. 그러나 준비만 12년째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준비한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정착한다고 했다. 귀농·귀촌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정착 요령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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