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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청소기 같은 쓰레기장···고유정은 하얀 비닐봉투 넣었다

중앙일보 2019.06.22 06:00
고유정은 이 아파트에 설치된 크린넷 중 한 곳에서 시신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버렸다. 쓰레기를 버리면 배관을 타고 집하장까지 자동으로 이동되며 집하장을 거친 쓰레기는 차량을 이용해 인근 소각장까지 옮겨진다. 박해리 기자

고유정은 이 아파트에 설치된 크린넷 중 한 곳에서 시신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버렸다. 쓰레기를 버리면 배관을 타고 집하장까지 자동으로 이동되며 집하장을 거친 쓰레기는 차량을 이용해 인근 소각장까지 옮겨진다. 박해리 기자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의 한 아파트 단지. 하얀 비닐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주민들은 우체통처럼 생긴 녹색 통의 문을 열고 쓰레기를 집어넣었다. 이 통은 ‘크린넷’이라고 불리는 쓰레기 자동집하시설로 투입된 쓰레기를 지하 관로를 통해 집하장까지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수거하는 시스템이다.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시신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버린 곳이 바로 여기다.   

“뭘 넣었을지 어찌 아냐” …고유정 전남편 시신 유기 아파트 가보니

 
제주 동부경찰서는 지난 20일 “전날 오후 5시30분쯤 경기도 김포시 아파트 쓰레기 분류함 배관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분류한 결과 A4용지 상자 절반 분량의 뼈 추정 물체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김포에는 제주의 펜션에 이어 고유정이 전남편(36)의 시신을 2차로 훼손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친 소유 아파트가 있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전남편을 살해한 뒤 이곳으로 시신과 함께 이동한 뒤 또다시 훼손하고 유기했다.
 
오후 5시쯤 방문한 이 아파트 단지는 평온한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었으며 단지 중심에 있는 놀이터에는 하교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놀이터 주변에는 아이들이 타고 온 킥보드와 소형 자전거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 곳곳에 ‘크린넷’이 설치돼 있었다. 일부는 사람들이 통행이 잦은 곳에, 일부는 아파트 뒤편 통행로에 놓여 있었다. 대부분 아파트 출입구와 멀지 않았다. 이 단지뿐 아니라 주변 아파트 단지 모두 같은 시스템으로 쓰레기를 처리한다. 가정마다 카드가 제공되고 카드를 크린넷 통 인식부에 대면 투입구가 열려 쓰레기를 넣는 구조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주와 그 전주에 경찰이 와서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며 “경찰이 투입된 쓰레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되는지 물어봐서 알려줬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고유정이 시신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흰색 종량제봉투를 이 아파트 크린넷에 버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아파트 단지 내 곳곳에 설치된 ‘크린넷’은 각 가정마다 카드가 제공되고 카드를 인식부에 대면 투입구가 열려 쓰레기를 넣는 구조다. 심석용 기자

아파트 단지 내 곳곳에 설치된 ‘크린넷’은 각 가정마다 카드가 제공되고 카드를 인식부에 대면 투입구가 열려 쓰레기를 넣는 구조다. 심석용 기자

이 관계자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릴 때 기계 안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으면 옆에 쓰레기봉투를 두고 가고 기계 안에 쓰레기가 적게 들어있으면 바로 넣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유정이 쓰레기봉투를 버릴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당 쓰레기봉투는 고유정 본인이든 관리사무소 직원에 의해서든 결과적으로 기계 안에 집어 넣어져서 관로를 통해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 만난 남성 A씨는 “뉴스에서 봐서 (고유정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 단지에서 그렇게 생긴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다”며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끔찍하게 죽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와 대화 중에도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를 오고 가며 하얀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버리기도 했다. A씨는 “저렇게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데 그 안에 뭘 넣었는지 알 수가 있느냐”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아 아이들도 많은 곳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여기서 수년 살았는데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다”며 “고유정 사건처럼 끔찍한 일이 실제로 여기서 일어났다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경기도 김포시 아파트 쓰레기 집하장에서 고유정이 훼손한 시신으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찾고 있다. 이 집하장은 고유정 부친 소유 아파트에서 버린 쓰레기가 배관을 타고 모이는 곳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이곳에서 A4용지 상자 절반 분량의 뼈 추정 물체를 수거했다.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경찰이 경기도 김포시 아파트 쓰레기 집하장에서 고유정이 훼손한 시신으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찾고 있다. 이 집하장은 고유정 부친 소유 아파트에서 버린 쓰레기가 배관을 타고 모이는 곳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이곳에서 A4용지 상자 절반 분량의 뼈 추정 물체를 수거했다.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고유정 사건과 관련해 뼈 추정 물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경찰은 지난 14일 인천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2박스 분량의 사람 뼈로 추정되는 물체를 수거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지난 15일에는 경기도 김포시 소각장에서 뼈 추정물체 40여 점을 수거해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지난 5일 인천의 재활용업체에서 수거한 사람 뼈 추정물체를 감정 의뢰했으나 ‘불상의 동물 뼈’라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증거확보와 유족의 피해 회복을 위해 시신 수색작업에 주력하고 있다”며 “작은 가능성만 있더라도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심석용·박해리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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