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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23살에 시작한 레깅스 사업…5년만에 400억원 매출 회사로 만든 워킹맘의 성공 비결

중앙일보 2019.06.22 05:00
요가나 필라테스를 해본 사람은 다 아는 브랜드. 고가의 해외 브랜드 외에는 선택할 운동복이 없었던 한국 요가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나 ‘한국 토종 요가복’ 신화를 쓰고 있는 곳이 있다. ‘안다르’다. 
2015년 자본금 4000만원으로 시작한 안다르는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신을 포함해 4명이었던 직원 수는 올해 113명으로 늘었다. 주력 상품은 운동용 레깅스. 쫄쫄이 레깅스 하나로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진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뮬라웨어·젝시믹스와 함께 국내 요가복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 브랜드로 손꼽힌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이 요가복을 만든 사람이 20대 후반의 젊은 워킹맘이라는 사실이다. 

남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 체인저'
③ 신애련 안다르 대표

지난해 4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안다르’ 신애련 대표가 지난 6월 7일 파주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신 대표는 검은색 일색에서 벗어나 화사한 컬러의 레깅스를 입고 싶어하는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그대로 저격했다. 김상선 기자

지난해 4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안다르’ 신애련 대표가 지난 6월 7일 파주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신 대표는 검은색 일색에서 벗어나 화사한 컬러의 레깅스를 입고 싶어하는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그대로 저격했다. 김상선 기자

 
“안다르 대표 신애련입니다. 14개월 된 딸 예서의 엄마이고 또 28세의 꿈 많은 청년이기도 합니다.”
지난 6월 7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안다르 본사에서 만난 신 대표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아기 엄마라고 믿기 힘들 만큼 앳된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이 풋풋했다. 하지만 일단 인터뷰가 시작되자 한 브랜드의 수장으로서 당찬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레깅스를 만들게 됐나.
“23살에 요가 강사를 시작하면서 기존 요가복에 부족함을 느꼈다. 체형의 결점을 보완해주면서도 여성스럽고 또 가격이 저렴한 요가복을 만들고 싶었다. 당시 룰루레몬·리퀴도 등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와 있었지만, 레깅스 하나에 10만원이 훌쩍 넘어 젊은 강사 입장에선 구매가 부담스러웠다. 반면 스포츠 브랜드의 레깅스는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지만, 디자인이 남성적이고 또 외국인 체형을 기준으로 해 한국인 몸엔 잘 안 맞았다.”
 
신애련 대표가 안다르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신애련 대표가 안다르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신 대표는 이 생각 하나로 남편(당시엔 남자친구), 지인 두 명과 함께 사무실도 없이 당시 살고 있던 집에서 요가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초기 자본의 대부분은 원단을 사는 데 썼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직접 디자인하고 봉제 공장을 섭외하러 한 달 이상을 뛰어다녔다. 경험이 없으니 인터넷을 뒤지고 직접 찾아가는 등 무조건 발품을 팔았다. 겁을 먹기 보다 ‘하다가 잘 안 되도 젊으니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편하게 생각한 것도 힘이 됐다. 
 
처음 도전한 사업에 어려운 점도 많았겠다.
“원단부터 봉제·판매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당시 원단 시장에선 기능성 원단을 보여 달라고 하면 등산복 원단을 보여줄 만큼 요가복용 원단에 대한 이해가 적었다. 겨우 알아낸 원단업체를 찾아가 원단을 사고, 다음엔 봉제 공장이 모여있는 면목동에 가서 창문에 ‘오드람프’(요가복에 사용하는 무시접 봉제법)라고 쓰여 있는 공장이 보이면 무작정 들어가 '요가복을 만들 수 있냐'고 물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마음씨 좋은 봉제공장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봉제공장에 줄 돈도 부족해 물건을 판매한 후 갚는 조건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일산(집)에서 공장이 있는 남양주까지 하루에도 2~3번을 오갔다. 패턴사를 따로 구하지 못해 샘플이 나오면 공장에 가서 직접 입어보고 고치는 작업을 수없이 해야 했다. 당시 공장엔 피팅룸도 없어 테이블 밑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하루에 1000km를 움직인 적도 있을 만큼 부지런히 뛰었다. 그렇게 5개월. 첫 제품으로 슬리브리스·홀터넥 상의 두 가지와 7부·9부 레깅스 두 가지를 만들었다. 이를 사이즈별·컬러별로 나눠 총 48종의 요가복이 완성됐다.  
우선 판매 대상은 요가강사로 정했다. ‘강사가 입으면 학생들이 따라 입는다’는 업계 생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고 포털 사이트에서 전국의 요가·필라테스 학원 연락처를 수집해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예상대로 국내 요가복과 스포츠브랜드에선 찾기 힘들었던 화려한 프린트 요가복이 잘 팔렸다. 어떤 날은 800만원, 어떤 날은 2000만원까지 매출이 나왔다. 사업 시작 4개월 만에 8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처음부터 잘 된 이유가 뭐였을까. 
“요가 강사들이 원했던 부분을 딱 집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예쁜 요가복, 편한 요가복에 대한 니즈를 채워준 게 주효했다. 프린트 레깅스 외에도 레깅스마다 10컬러씩을 만들어 검은색 일색인 레깅스의 지루함을 해소시켰고, Y존 부위에 봉제선을 없애 민망함을 줄이니 반응이 왔다.”
 
컬러는 어떻게 선택했나.
“당시엔 시장에 나와 있는 원단 중에 고를 수밖에 없어 선택의 폭이 적었다. 먼저 검정·회색·남색을 기본색으로 하고 기존 요가복에는 없는 컬러, 내가 입고 싶은 컬러를 나눠 뽑았다. 지금은 규모가 커져 원사부터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하하”
  
레깅스를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도록 제안한 안다르의 사진. [사진 안다르]

레깅스를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도록 제안한 안다르의 사진. [사진 안다르]

안다르의 모델 신세경. [사진 안다르]

안다르의 모델 신세경. [사진 안다르]

여심을 집어낸 건 마케팅 전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느 브랜드에서 재고떨이용으로 즐겨 사용하는 1+1이벤트에도 남다른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었다.  
“우리에게 1+1 이벤트는 결코 재고떨이용 행사가 아니다. 레깅스를 사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느꼈을 텐데, 레깅스를 처음 살 땐 검은색 아니면 회색 같은 기본 컬러를 사게 된다. 그런데 운동을 좀 하다 보면 자연스레 핑크·그린 같은 화사한 색도 입고 싶어진다. 이때 1+1으로 상품을 묶어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 하나는 기본 컬러, 하나는 입고 싶은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 레깅스가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입는 하나의 '옷'으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을 택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수도 늘고 있다. 화사한 컬러를 입고 싶지만 주저하게 되는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그대로 적용해 마케팅 전략을 폈다는 얘기다. 
“검정·회색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그래도 다른 컬러의 레깅스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만든 것, 이게 내가 건드리고 싶은 포인트였다.”
 

안다르는 지난해 17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네오플럭스·NHN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 5곳을 통해서다. 시장이 그만큼 안다르의 잠재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소감을 물었다.
“아직 성공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준비하고 있는 게 많다. 이걸 다 보여주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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