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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 힘 못 쓰는 경제…‘어공’‘늘공’ 새 투톱 배턴터치

중앙선데이 2019.06.22 00:29 641호 3면 지면보기
청와대 경제라인 물갈이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과 김수현 전 실장, 윤종원 전 수석과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왼쪽부터)이 21일 청와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과 김수현 전 실장, 윤종원 전 수석과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왼쪽부터)이 21일 청와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경제수석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한 것은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눈에 보이는 경제 성과 도출을 추진했지만, 경제성장률과 고용·수출 등 경제지표가 나아지지 않자 경제정책 입안의 축인 이들을 전격 물갈이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한국의 지난 1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은 -0.4%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도 계속 내리막이다. 정부는 당초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여왔지만, 지표는 여전히 부진하다. 이 때문에 김수현 전 실장과 윤종원 전 수석의 조합에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이번 인사는 7월 초로 예정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정책라인의 전면 쇄신을 통해 성과 창출에 ‘올인’하겠다는 구상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김 실장과 이 수석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른바 민간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관료 출신 ‘늘공(늘 공무원)’의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는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중 김 실장이 맡은 공정경제 부문에선 유일하게 성과가 있었던 점이 고려됐다. 고용과 분배지표 악화,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정책과 달리 공정경제 부문에선 대기업의 순환출자 감소, 지주회사 전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크고 작은 변화를 끌어낸 것은 김 실장의 성과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진 김 신임 실장은 장하성 전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경질된 이후 개혁적 경제정책을 상징하는 인물로 남은 인사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과 학계에서 수정 요구를 받는 소득주도성장의 방향 수정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되려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만큼 경제활력 위주보다 재벌개혁 등 개혁적 경제정책에 힘이 실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개혁 후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 점도 김 실장을 정책실장에 앉힌 배경이 됐다는 해석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찾은 자리에서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3대 축으로 국민 모두가 잘사는 사람 중심 경제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승 경제수석은 김 실장과 경제관료 간 가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자타공인 거시경제 전문가로, 기재부 핵심 경제정책 라인을 거쳤다.
 
새 청와대 경제라인은 홍남기 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경제부처 장관들 간의 팀워크도 신경 써야 한다. 김 실장이 공정위원장 시절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서 한목소리를 낸 최 위원장은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아싸(아웃사이더의 준말)’ 논란이 일고 있는 홍 부총리다. 색깔이 강한 김 실장의 목소리에 묻혀 기재부의 청와대화(化)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수석은 그러나 “경제팀이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조율되고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도록 충실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1997년 3월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된 김인호 전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22년 만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청와대행을 두고 재계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지만, 무게중심은 기대보단 우려에 쏠렸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 검찰로 불리는데 이런 기관의 수장인 공정거래위원장의 청와대 직행은 상당히 이례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재계에선 재벌 개혁을 주도했던 김 실장의 정책 기조가 청와대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10대 그룹 한 임원은 “이번 인사로 청와대가 재벌개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경제 정책 방향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읽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경제정책 방향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청와대에 있는지 의문”이라며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선 김 정책실장에 대한 기대감도 들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경제정책 방향을 어떤 식으로 바꿀지 모르겠지만, 각종 경제 지표를 고려하면 재벌개혁보다는 성장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신임 정책실장이 잘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 ▶1962년생 ▶경북 구미 ▶대일고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석사·박사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한국금융학회 부회장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이호승 청와대 신임 경제수석 ▶1965년생 ▶전남 광양 ▶동신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32회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IMF 상임이사실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 겸 일자리위원회 기획단장 ▶기획재정부 1차관
 
세종=손해용·김도년 기자, 강기헌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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