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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은 뭔가 있나…북한 목선 귀순 ‘의혹의 일주일’

중앙선데이 2019.06.22 00:26 641호 5면 지면보기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남김없이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부족했는지 청와대는 “철저히 점검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까지 공개했다. 지난 20일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 15일 오전 강원도 삼척항에 북한 소형 목선이 유유히 들어온 사건이 시작이었다. 경계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과 함께 은폐·축소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 일주일 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의혹이 터졌길래 그럴까.
 

아군 3중 경계망 뚫고 유유히 남하
예비역 장교 “식별 못한 게 신기”

합참, 이틀간 조사 뒤 해명 브리핑
발견 지점 등 사실과 달라 논란 증폭

은폐·축소 의혹, 청와대까지 불똥
문 대통령 “철저히 점검하라” 지시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① 어떻게 여기까지 내려왔나=최근 오징어잡이철을 맞아 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에 많이 모여 있어 군 당국은 경비함·해상초계기·해상작전헬기를 추가 투입해 경계를 강화한 상태였다. 그러나 북한 소형 목선은 아군의 3중 경계망 속에서도 우리 측 해역을 57시간 동안 아무런 제지 없이 돌아다녔다.
 
길이 10m, 폭 2.5m, 무게 1.8t 규모에 28마력의 엔진을 장착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까지 항해하려면 최소 1000L의 기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함북 경성에서 삼척항까지 직선거리로 500㎞ 이상이다. 하지만 소형 목선엔 이 정도 연료를 실을 공간이 충분치 않다. 연료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다른 선박으로부터 월남 계획을 의심받을 수 있다. 북한 소형 목선의 도착지가 어디였는지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선원들의 행색이 8일간 바다 위를 헤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점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들의 발견 직후 모습은 다소 피곤한 듯 보였지만 탈진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중간에 다른 선박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② 왜 발견 못했나=북한 소형 목선은 지난 14일 밤 삼척항 동쪽 4∼6㎞ 떨어진 곳에서 대기한 뒤 동이 트자 엔진을 켜고 15일 오전 6시22분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 정박했다. 이 과정에서도 북한 소형 목선을 발견한 기회가 세 번 있었다.  
 
그러나 목선을 반사파로 인식하거나(해안 감시 레이더) 우리 어선으로 판단했다(지능형 영상감시 체계, CCTV). 북한 선원들은 112 신고로 경찰과 해경이 출동할 때까지 주민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 예비역 장교는 “감시 장비뿐 아니라 항내엔 경비정이, 부둣가엔 병력이 순찰을 돈다. 이런데도 아무도 식별하지 못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군의 경계 태세가 매우 느슨해졌기 때문이란 질타가 이어지는 까닭이다.
 
③ 군, 축소·은폐 논란 자초했다=국방부는 군 경계 태세가 허술하다는 기사가 잇따라 나오자 지난 15일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을 바로 투입해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지난 17일 백브리핑을 자청했다. 군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해안에서 6㎞ 떨어진 곳에서 2t 정도의 목선이 기동할 경우 (해안 감시 레이더가) 잡는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후 소형 목선이 동력으로 삼척항에 입항한 뒤 방파제 부두에 배를 댄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일 “삼척항 인근이란 표현을 쓴 것은 말을 바꾼 게 아니다”며 “‘항’은 보통 방파제·부두를 포함하며 ‘인근’이란 표현은 군에서 주로 많이 쓰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장성은 “인근은 근처라는 의미인데, 북한 소형 목선이 정박한 부두는 삼척항 안에 있다”며 “이럴 때는 ‘항내’ 또는 ‘삼척항 내’로 표기한다”고 말했다.
 
④ 왜 평소보다 빨리 돌려보냈나=통일부는 지난 18일 북한 선원 4명 중 50·30대 남성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는 게 통일부의 입장이다.
 
직선거리로 500㎞가 넘는 구간을 8일간 항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북한 목선은 삼척항에 들어오기에 앞서 하룻밤을 엔진을 끄고 바다 위에서 대기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으로 떠내려온 게 아니라 계획을 세워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도착한 뒤엔 2명이 되돌아가겠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조난이 아니라 스스로 한국을 찾은 북한인을 1차 합동신문만으로 보낸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부는 북한 어선을 해상에서 구조하고도 5일 이상 합신을 거친 뒤 송환 절차를 밟았다.
 
⑤ 청와대 행정관, 왜 군 브리핑에 갔나=야권은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이 지난 17·19일 국방부 백브리핑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자 맹공을 퍼붓고 나섰다. 현역 군인 신분인 그는 사복을 입고 국방부 기자실 구석에서 백브리핑을 들었다.
 
이에 대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행정관은 어떤 방식으로 여론이 흘러가는지 확인차 브리핑에 갔던 것”이라며 “지난 1월 16일 일본과의 초계기 갈등 상황 때도 행정관이 국방부 백브리핑에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윤 수석은 “(북측 선원) 4명이 넘어왔을 때 보도가 나가서는 안 됐다. 보도로 인해 남북 관계가 경색된다”며 언론 보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만약 그들이 모두 귀순 의사를 갖고 넘어왔고 언론이 ‘북한에서 4명이 넘어와 귀순하려고 한다’고 하면 북한에서 ‘당장 돌려보내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북한에서 남쪽으로 오면 조사가 끝날 때까지 발표를 안 하는데 (언론 보도는) 일종의 사고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위문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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