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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폭되는 ‘귀순 어선’ 의혹, 진상 밝혀야

중앙선데이 2019.06.22 00:21 641호 30면 지면보기
‘귀순 북한 어선’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와 국가정보원·군은 지난 15일 북한 어선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채 발견된 지 19분 만에 해경 보고로 이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이틀 뒤인 17일 국방부의 ‘거짓말 투성이 브리핑’을 통해서야 처음 국민에 알려졌다. 국방부는 부두에 정박한 배를 ‘항구 인근’에서 접수했다고 거짓말을 했고, 이틀 전에 해경이 상세한 보고를 한 사실도 감췄다. “군 경계망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듣자 0.2m였던 당일 파도 높이를 10배나 부풀려 발표하며 “파고가 험해 배를 식별할 수 없었다”고 둘러댔다. 게다가 브리핑 현장엔 이례적으로 청와대 행정관이 몰래 들어와 지켜봤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북한을 의식해 이틀간 숙의 끝에 조직적으로 진실을 은폐 또는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논란이 거세지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기자실을 찾아 “청와대 안보실이 국방부 브리핑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부실 브리핑을 알고도 방치한 걸 자인한 셈이다. 그래놓고 “은폐나 축소, 조작은 없었다”고 강변했다. “국방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게 계획된 작전 활동을 했다가 구멍이 생긴 것”이라고도 했다. ‘작전’을 벌였다니 무슨 의미인가. 군이 북한 어선 귀순을 놓고 무슨 기획이라도 했다는 것인가. 이러니 군 일각에서 “청와대가 사건을 어물쩍 넘어가려고 군에 책임을 몰아가고 있다”는 반발이 나오는 것 아닌가. 게다가 윤 수석은 “(어선에 탄) 4명이 넘어왔을 때 보도가 나가서는 안 됐다”며 팩트를 보도한 언론을 탓하는가 하면 “(그러면) 남북 관계가 경색된다”고 말해 정부가 이번 사건을 다루면서 시종 북한 눈치를 본 것을 사실상 자인했다. 해명을 내놓을수록 의혹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사건은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침투를 막기는커녕 파악조차 못 한 군은 물론이고, 국방부의 사실 축소·왜곡을 방조한 청와대와 의혹투성이인 사후 처리를 주도한 국가정보원 모두에 큰 책임이 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밝히고 진정한 책임자가 누구인지 가려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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