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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잘하면 가짜 뉴스에 안 속는다

중앙선데이 2019.06.22 00:02 641호 21면 지면보기
팩트의 감각

팩트의 감각

팩트의 감각
바비 더피 지음

40개국 10만 번 인터뷰·설문
현실과 인식 사이의 격차 측정
정보보다 감정에 휘둘려 문제
한국은 괴리 적은 인식선진국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상당수 미국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가짜뉴스·탈진실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손꼽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미국 매체들이야말로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있다고 말한다.
 
거짓·진실 게임의 실상은 과연 어떠할까. 『팩트의 감각』은 거짓과 진실에 대한 현실과 인식 사이의 격차를 분석한다. 세계 40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10만 번의 인터뷰·설문조사를 통해서다. 건강·섹스·돈·이민·종교·범죄·안전·선거·정치에 관해 물었다. 킹스칼리지런던(KCL)의 정책연구소장인 바비 더피 교수가 언론학·의사결정과학(decision science) 등 관련 과학을 총동원했다. 이 책 원제는 ‘인식의 위험성(The Perils of Perception)’이다. 현실과 인식의 격차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기술하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예컨대 무슬림 인구 비율에 대한 각국의 인식은 현실과 멀었다. 미국의 무슬림 인구는 17%라는 게 응답의 평균값이었는데 실제값은 1%였다. 한국의 경우 무슬림 인구 추측값은 7%, 실제값은 0.2%였다.
 
이 책이 전하는 좋은 소식은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으며, 오히려 나아지고 있을 때가 많다”라는 것이다. 예컨대 대부분의 국가에서 테러나 살인 발생 건수가 줄고 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2017년 1월 뉴욕의 시위 군중. ‘트럼프는 가짜 뉴스’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사진 머사이어스 와식]

트럼프에 반대하는 2017년 1월 뉴욕의 시위 군중. ‘트럼프는 가짜 뉴스’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사진 머사이어스 와식]

조사에 따르면 잘못된 인식은 교육이나 재산 수준, 직업과 무관했다. 그렇다면 인식 격차의 원인은 뭘까.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잘잘못 이전에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 문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사고방식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외부적 요소 때문에 현실을 잘못 인식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반복하는 실수다.”
 
우리 사고법은 뭐가 문제일까. 일단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것에 부합되는 사실만 기억한다. 정보보다는 감정에 더 크게 반응한다.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학·과학·통계학 지식을 중시해야 하는데, 세계 각국 국민 다수는 수리 능력 자체가 부족하고, 수리 능력을 갖춘 경우에도 정치적 신념이 수리 능력을 무력화한다. 저자는 공상과학소설가 HG 웰스(1866~1946)의 말을 인용한다. “수학적 분석 방법을 적절하게 훈련받은 사람만이 끝없는 사회·정치적 문제를 이해할 수 있고 이에 관해 사고할 수 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설문조사를 한다면 행복하다고 답하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라는 질문에 우리나라 응답자들은 24%라고 답했다. 그러나 2016년 세계가치관조사(WVS)에서 우리 국민 90%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즉 한국인 응답자는 다수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믿지만 ‘나는 행복하다’고 답하는 사람이 압도적이다.
 
둘째, 한국은 인식과 실제 사이의 괴리가 조사 대상국 중에서 작은 편이었다. 한국을 ‘인식 선진국’이라 부를만하다. 예컨대 “20세 이상 국민 100명 중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은 몇 명일까요”라는 질문에 우리 응답자의 평균 추측값은 32명이었는데 실제로도 32명이다. 정확히 일치했다. 최악은 사우디아라비아로 평균 추측값이 28명, 실제값은 71명이었다.
 
저자는 인식 간격을 좁히기 위한 방략으로 ‘냉소주의가 아닌 회의주의를 길러라’ ‘극단적 사례에 휘둘리지 말라’ 등 열 가지를 제안했다.
 
김환영 대기자/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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