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곳이 검찰과 국세청입니다. 검찰총장이나 국세청장이 임명되면 동기나 선배 기수가 물러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신임 총장(또는 청장)이 소신껏 조직을 이끌도록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입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906/21/fb881611-b116-4d8a-8cd9-8c5982c56418.jpg)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중앙포토]
두 기관은 법과 세제를 집행하기 때문에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문화가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 운영의 규율이 엄격한 이유입니다. 검찰의 경우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게 검찰청법에 있었습니다. ( 이 조항은 2003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삭제됐습니다만 지금도 검사가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존중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들은 퇴임해도 변호사나 세무사라는 전문직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 시절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미련 없이 용퇴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직된 집단 문화가 과연 사회 공익을 수호한다는 가치에 맞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들은 20~30여년간 나랏돈을 봉급으로 받으면서 지식과 경륜을 쌓았습니다. 업무처리 능력과 판단 능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순전히 총장과 같은 기수 또는 선배 기수라는 이유로 고급 인력이 사표를 쓰고 공공부문을 떠나는 건 국가적으로 손해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906/21/47c8be57-fa80-45fa-b1ea-68b89f1720ba.jpg)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중앙포토]
하지만 이때뿐이었습니다. 검찰의 오랜 폐습은 질긴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공직에서 더 헌신할 수 있는데 기수 문화 때문에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면 다음 시나리오는 무엇이겠습니까. 선배가 마치 통 크게(?) 자리를 비워주는 것으로 포장되고 그 대가는 전관예우로 돌아오는 것 아닐까요. 의리라는 철 지난 관념에 똘똘 뭉친 조직에서 선배가 민ㆍ형사 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등장하면 후배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할 수 있을까요.
검찰 안에는 총장에게 직언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는 동기나 선배 기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강고해지고, 위상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폐쇄적인 기수 문화가 개인의 진퇴를 결정하는 건 시대착오적 관행입니다. 법 집행기관도 다양성을 지향해야 합니다. 민간 기업이나 단체는 이미 입사 기수와 연공서열의 장벽을 깨고 다양성과 창의성의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