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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백기사로 등장한 델타항공, 지분 4.3% 매입

중앙일보 2019.06.21 11:43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아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델타항공이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을 알렸다. [델타항공 홈페이지 캡처]

델타항공이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을 알렸다. [델타항공 홈페이지 캡처]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또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뒤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로 대한항공 대주주다. 

조원태 회장 경영권 방어에 호재
델타 "앞으로 10%까지 늘릴 계획"
조 회장 우호 지분 40%로 증가 전망

이날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대한항공과 맺은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주주들에게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미국과 아시아는 잇는 최상의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이번 투자로 JV 가치를 기반으로 한 대한항공과의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진 뒤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대한항공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JV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한진그룹]

델타항공은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탄탄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대한항공이 주도해 2000년 창설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멤버로 참여했고, 지난해 5월에는 항공사 간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단계인 JV를 출범시키며 ‘공동운명체’가 됐다. 13개 국제노선과 370개 지방 도시 노선을 공동 운항 중이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16% 가깝게 사들이며 조 회장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20년 협력사인 델타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은 조 회장 측에는 호재다. 델타가 우호지분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해하는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델타 지분이 예고대로 10%까지 늘어나면 한진칼엔 한결 유리한 환경이 된다. 예정대로 추가 매입이 이뤄져 우호지분이 40% 가까이 되면서 경영권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고, KCGI가 15.98%로 뒤를 쫓고 있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 다시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늘려 왔으며 추가 매입도 진행 중이다. 
한편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진 21일 오전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가는 약세로 출발했다. 증권가는 “한진그룹 사주 일가 경영권 방어에 우호적 지분이 늘어난 것이 주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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