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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츠와 탱고, 시각장애인도 넓은 공간 누비며 즐길 수 있죠

중앙일보 2019.06.21 07:00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5)  
2012년 대구 달구벌종합스포츠센터에서 제6회 대구-북경 국제장애인체육교류전이 열렸다. 사진은 참가 선수들이 댄스스포츠를 선보이는 모습.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춤을 출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중앙포토]

2012년 대구 달구벌종합스포츠센터에서 제6회 대구-북경 국제장애인체육교류전이 열렸다. 사진은 참가 선수들이 댄스스포츠를 선보이는 모습.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춤을 출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중앙포토]

 
“앞을 못 보는데 춤을 춘다고?”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춘다고?” “어떻게?” 필자도 처음에는 그랬다. 답은 “비장애인과 다를 것이 없다”이다. 필자가 댄스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장애인들과의 댄스였다. 주로 시각장애인과 춤을 췄다. 아예 앞을 못 보는 전맹도 있었고 형체가 희미하게 보이는 약시도 있었다. 약시는 스마트폰의 큰 글씨는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
 
남들은 더 힘든 봉사도 한다는데. 이 나이에 그간 익힌 댄스를 장애인에게 알리고 봉사하는 것은 필자에게 딱 맞는 일이었다. 필자가 시각장애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다. 당시 댄스동호회원 중에 침구사가 있었는데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녀 장애인인 줄 몰랐다. 그가 시각장애인이며 같은 처지의 동료들에게도 환상의 춤 세계를 공유하고 싶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만난 사람들이다.
 
열심히 라틴댄스의 하나인 자이브를 가르쳤다. 이동 범위가 넓지 않아 스텝만 외우면 되는 춤이다. 당시 파트너는 40대 주부로 전맹이었는데 자이브 동작 15개 정도를 가르쳐 숙달시켰다. 말로, 손으로 잡아주며 가르쳤고 때로는 필자의 신체를 만지게 하여 이해를 도왔다. 그 파트너는 점자로 스텝을 외워 거의 기계적으로 잘 따라 했다. 그렇게 익힌 자이브를 발표하는 자리가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여성의 날 행사의 오프닝 무대였다.
 
훗날 장애인의 날에는 영부인이 참석했는데 그때도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공연이 끝나자 파트너가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 사진을 찍어 봐야 볼 수 없는데 왜 찍느냐고 물으니 아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한때의 추억이라며 그렇게 헤어지고 장애인 댄스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후에 대한장애인댄스연맹이 정식으로 발족했다. 서울시 댄스스포츠장애인연맹이 생기면서 장애인 코치 및 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첫 파트너는 60대 중반으로 당시 필자보다 5살 많은 할머니였다. 몸이 약해서 마사지로 수입도 올리지 못하고, 복지관에서 이것저것 배우며 소일을 한다고 했다. 나이가 많아 빠른 템포를 소화해야 하는 라틴댄스 쪽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소외되어 있었다. 필자가 모던댄스를 권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뷰티플 마인드' 스틸 컷. 점자 악보를 읽는 모습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댄스에서도 점자를 활용한다. 선율을 익힐 때 점자악보를 보듯, 댄스 스텝을 배울 때 점자를 활용할 수 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다큐멘터리 영화 '뷰티플 마인드' 스틸 컷. 점자 악보를 읽는 모습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댄스에서도 점자를 활용한다. 선율을 익힐 때 점자악보를 보듯, 댄스 스텝을 배울 때 점자를 활용할 수 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라틴댄스는 이동 공간이 많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종목이라고 생각하던 터였다. 모던댄스는 플로어를 돌면서 춰야 하므로 시각장애인에게는 무리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모던댄스는 파트너가 한손은 맞잡고 한 손은 견갑골을 쥐여준다.
 
따라서 비장애인 파트너에게 의지해서 넓은 공간을 누비며 춤을 출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손을 잡았다 떼었다 하는 라틴댄스보다 오히려 적합한 종목일 것 같았다. 파트너는 다행히 몸이 가벼워 필자가 거의 들고 다니는 식으로 왈츠로 데뷔전을 치렀다.
 
다음에 만난 시각장애인 파트너는 30대였다. 약시인 데다 춤에 대한 감각이 있어서 이해가 빨랐다. 이 파트너와는 모던 5종목을 모두 소화하고 장애인댄스 대회는 물론 비장애인 대회까지 출전할 수 있었다. 국립극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장애인예술대전’에서 수상까지 같이했다. 넓은 대회장에서만 춤을 추다가 사방 6m에 불과한 작은 무대에서 왈츠와 탱고를 췄다.
 
그다음 파트너도 30대 시각장애인이었다. 전국체전까지 함께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봉사하는 것은 좋은데 굳이 필자가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야 하는가에 의구심이 생겼다. 젊은 선수들은 대회에 나가 수상하면 중요한 이력으로 남아 댄스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데 필자는 그렇지 않았다. 젊은 선수의 몫을 빼앗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선수를 할 사람이 없으면 몰라도 나이 든 사람이 굳이 기를 쓰고 할 일은 아니라고 봤다.
 
장애인댄스는 휠체어댄스가 원조다. 휠체어 댄스는 하지 절단이나 마비로 하체가 제 기능을 못 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펼치는 댄스스포츠이다. 하지 대신 휠체어가 다리 역할을 한다. 댄스가 재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육성하고 있다. 일반 휠체어와 달리 휠체어 바퀴의 윗부분이 안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어 회전할 때에도 잘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있다. 휠체어의 빠른 속도를 이용해 비장애인 댄스보다 더 다이내믹하기도 하다.
 
장애인댄스는 원래 휠체어댄스에서 시작했다. 휠체어댄스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비장애인 댄스보다 더 화려하기도 하다. 사진은 2007년 용인대 특수체육교육학과 휠체어 에어로빅팀이 은평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휠체어댄스 시범을 보인 모습. [중앙포토]

장애인댄스는 원래 휠체어댄스에서 시작했다. 휠체어댄스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비장애인 댄스보다 더 화려하기도 하다. 사진은 2007년 용인대 특수체육교육학과 휠체어 에어로빅팀이 은평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휠체어댄스 시범을 보인 모습. [중앙포토]

 
1980년 노르웨이 장애인올림픽에서 휠체어 댄스가 첫선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2002년 한국 휠체어댄스스포츠연맹이 창립했다. 휠체어 댄스는 세계 대회가 열리고 우리나라 선수도 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대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을 지냈던 장향숙 씨가 지난 2월에는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PC) 부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장애인댄스는 휠체어댄스가 중심이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적 장애인 등이 참여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통한다. 전국체전에서도 2017년까지는 같은 대우를 해줬으나 이후 세계 대회가 있는 휠체어 댄스의 점수를 더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앞을 못 보는데 어떻게 춤을 추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비장애인이라고 하는 일반인들 춤과 같다. 물론 전맹인 경우 처음에는 비장애인 여러 명이 장애인 한 명에 붙어 기초를 가르쳐야 한다. 약시의 경우는 그보다 훨씬 수월하다. 그들끼리는 춤을 출 수 없지만, 비장애인이 그들의 눈 역할을 도와주는 것이다. 특히 모던댄스는 시각장애인끼리는 불가능하다. 이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2010년 부산점자도서관장배 전국시각장애인 볼링대회가 부산 아시아드 볼링장에서 열렸다. 전국의 시각장애인 100여명이 참가해 실력을 뽐냈다. 장애인 스포츠 대회에서는 시각장애인 선수는 안대를, 청각장애인 선수는 귀마개를 착용하기도 한다. 시력이나 청력에 차이가 있기에 형평성을 위해서다. [중앙포토]

 
청각장애인은 음악을 들을 수 없는데 어떻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느냐고 궁금해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장에서는 스피커를 크게 틀기 때문에 소리가 마루를 통하여 울리는 것으로 감지한다. 비장애인 파트너가 신호를 주기도 한다. 리듬을 익혀 놓기 때문에 시작하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면 된다. 청각장애인은 겉보기에는 티가 안 난다. 이들과 어울리며 수화를 배우는 과정도 재미있다.
 
애로 사항도 있다. 댄스는 남자 파트너가 리드를 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이 남자인 경우 이동 공간을 많이 차지하며 플로어를 돌면서 추는 춤은 어렵다. 라틴댄스에서 삼바, 파소도블레, 모던 댄스 5종목이 모두 그렇다. 휠체어 댄스에서도 휠체어가 무겁기 때문에 서서 추는 파트너는 힘이 좋아야 한다. 그러므로 남성이 휠체어를 탄 경우는 여성 스탠딩 파트너가 힘이 좋아야 한다.
 
경기 대회에 나가면 시각장애인 선수들은 비장애인과 같은 정규 복장 외에 안대를 해야 한다. 시력에 차이가 있어 공평을 기하기 위해서이다. 청각장애인 선수들은 귀마개를 해야 한다. 같은 이유이다. 예쁜 얼굴에 예쁜 드레스까지 입었는데 검정 안대를 해서 보기에 안쓰럽다. 사진을 보면 더 그렇다. 장애인이라 하여 경기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다. 장애인 선수 중에는 비장애인 대회도 겸해서 뛰는 선수, 비장애인 못지않게 가량이 출중한 선수도 있다.
 
장애인댄스경기대회는 비장애인 댄스대회가 열리는 체육관에서 주로 열린다. 평소에 농구장으로 사용하는 장소인 경우가 많다. 마루가 깔렸다. 그 넓은 공간에서 춤을 추는 것이다.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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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필진

[강신영의 쉘 위 댄스] 댄스 동호인으로 시작해 30년간 댄스계에 몸담았다. 댄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외면하고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댄스스포츠 세계는 문화, 역사, 건강, 사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알수록 흥미롭다. 30년 댄스 인생에서 얻은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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