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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vs‘학벌주의’…‘평생교육원 논란’에 들끓는 캠퍼스

중앙일보 2019.06.21 05:00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 중인 취업준비생. [중앙포토]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 중인 취업준비생. [중앙포토]

"사회교육원(경희대 평생교육 기관)에 다니시는 분이 경희대 소속이라고 하는 건 경희고등학교 학생이 경희대 다닌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경희대학교 대나무숲' 게시물)
 

[2019 대학별곡] ⑤

"본교나 교육원이나 똑같은 대학 아닌가요? 굳이 본교니까 좋고 교육원이니까 나쁘다, 이걸 왜 나누죠?"(해당 게시물에 달린 댓글)
 
'평생교육원 논란'이 캠퍼스를 달구고 있다. 평생교육원은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학점취득 기관이다.
 
각 대학이 다양한 이름으로 운영하는 이 기관은 보통 '평생교육원' '사회교육원' 등으로 불린다. 고교 졸업자라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지 않고 별도의 과정을 거쳐 입학할 수 있다.
 
"왜 학부생인 척 하나"vs"우리도 노력했다"
 
4월23일 페이스북 '경희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게시물. 사회교육원(경희대 부설 교육기관) 재학생이 '과잠'(과 점퍼)을 입거나 프로필에 학력을 표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경희대 대나무숲 캡처]

4월23일 페이스북 '경희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게시물. 사회교육원(경희대 부설 교육기관) 재학생이 '과잠'(과 점퍼)을 입거나 프로필에 학력을 표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경희대 대나무숲 캡처]

지난 4월 페이스북 페이지 '경희대 대나무숲'에 사회교육원 재학생의 행동을 문제 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교육원 재학생이) 경희대 이름이 박힌 '과잠'(학교·학과 이름을 새긴 외투)을 입고, 밖에서 경희대에 재학 중이라고 하거나 프로필에 '경희대 재학'이라고 표시해놓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교육원에서 무용을 전공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는 "너희는 공부만 하지만 우리는 춤 추고 이론하고, 다 하고 있다"면서 "불만 있으면 너희가 정신적·육체적 고통 다 받고 들어오라"는 댓글을 남겼다. 일부 교육원 재학생은 학부와 교육원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과잠이나 프로필까지 문제 삼는 건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반응에 경희대 학내 커뮤니티에서 '학력위조' '알바생이 정직원인 척하는 셈'이라는 등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퍼지면서 20대 누리꾼 사이에서 이슈로 부상했다.
 
'과잠'서 시작한 논쟁, '공정의식' 건드렸다
졸업 학사모 대학원 졸업식 [사진 pixabay]

졸업 학사모 대학원 졸업식 [사진 pixabay]

 
과잠이 논란이 된 이유는 뭘까. 대학생들은 교육원 논란이 '공정성'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학생 안모(23)씨는 "분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부생이 아닌데 그런 척하는 건 불공정하기 때문"이라며 "일종의 무임승차"라고 말했다.
 
'졸업장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생은 "브랜드 가치 훼손 문제도 있다"면서 "그들의 행동 때문에 학교 평판이 떨어지면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3)씨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학벌주의'라며 비판하는 기성세대도 있지만, 바로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게 이 사회"라면서 "기득권을 가진 입장이 되니 편하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진보, 보수를 떠나 공정성"이라면서 "수백 곳에 입사지원서를 내고도 떨어지는 게 흔할 정도로 경쟁이 심하다보니 20대가 손해를 보는 걸 참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기여 설립 취지, 이해해야"
비슷한 논란이 벌어진 건 경희대만이 아니다. 2018년 기준 교육부의 평가인정을 받은 대학 내 교육원은 138곳이다.

2016년 동국대·인하대·이화여대에서도 학생들이 '평생교육 단과대' 신설에 반발했다. 당시 학생들은 학교의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학위 장사' 우려를 들어 격렬하게 반발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평생교육원은 대학이 시설과 교육과정을 개방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좋은 취지도 있지만 일종의 수익사업으로 운영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원 제도의 원래 취지에 대한 이해가 학교 구성원들에게 퍼지고, 그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운영 원칙이 자리 잡혀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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