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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메이저리그와 대학 입시

중앙일보 2019.06.21 00:12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원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원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단의 스카우터들은 연중 전국 각지를 떠돌며 유망주를 찾아나선다. 훌륭한 재능을 미리 발견하고 발굴해서 그 재능을 싹틔우고 만개하게 하는 것이 이들의 최고 관심사일 것이다. 이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딜레마는 다음과 같다.
 

제도 자체로는 완벽할 수 없어
대학은 경험·자료를 분석해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입시 제도로 진화해 나가야

예컨대, 비슷한 구속의 공을 던지는 두 명의 젊은 유망주가 있다고 하자. 매끈하고 다듬어진 폼으로 던지는 어느 선수와 엉성하고 투박한 폼으로 던지는 다른 선수가 있다면 누구를 뽑아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이들은 현장에서 묻게 된다고 한다. 스카우터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엉성하고 투박한 폼으로 던지는 선수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폼은 입단 후에 나중에 고치고 다듬으면 되고, 그 과정에서 선수가 던질 수 있는 공의 스피드는 더욱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대학 입시에 대해 얼마나 유의미한 비유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위의 이야기로부터 일말의 교훈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유망주를 선발해서 성장시키는 데에는 객관적 지표와 공정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이며, 이러한 재능을 알아보는 스카우터의 전문성과 ‘눈’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요컨대, 스카우터가 좋은 팀은 강팀일수밖에 없다.
 
주어진 제약 조건 속에서 우리의 대학들은 스카우터들을 두고 각종 다양한 입시 경로를 만들었으며, 그것은 결국 전국에 1,000개가 넘는 전형으로 이어졌다. 이제 학부모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에 학력고사를 치뤘던 학부모들은 다시 단순한 제도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국가가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을 한날 한시 지정된 장소로 소환하여 시험을 치고, 전국 모든 대학 학과의 커트라인이 발표되던 그 제도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의 재능이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 것처럼 한 번 치른 시험에서 얻은 하나의 표준화된 점수로 학생 선발의 모든 것이, 나아가 “인생이 결정”되어버리는 제도는 과연 보다 나은 제도일까. 하물며 야구 선수를 선발하는 데에도 하나 이상의 기준이 필요한데, 학생들의 재능과 잠재력을 측정하고 이들을 대학에서 받아들이는 과정이 단순할수록 좋다는 말은 동의하기 힘들다.
 
단순성에 대한 집착은 아마 언론과 신문지상을 가끔씩 장식하는 입시부정과 비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노출된 하나의 점수로 가장 단순하게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는 제도는 그만큼 관리가 쉽고 부정과 비리가 깃들기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학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입시와 관련된 부정과 비리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고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은 자괴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범법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단순한 입시제도로 되돌아가야한다는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마 근본적인 문제는 학생들의 잠재성을 알아보는 대학의 능력에 대한 절대적인 불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정비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입시 전형은 하나의 블랙박스에 불과하며 교수들과 입학사정관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는 암묵적인 불신. 그러나 면접장에서 학생당 30분 정도 진행되는 구술고사에 면접관으로 들어가 보면, 가끔씩은 수험생들의 번뜩이는 재치와 열정이 전해져 올 때가 있고, 어김없이 3명 면접관들의 의견은 수렴한다. 선발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게 될 당사자인 교수들이, 학생의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과 이들을 성장시킬 자신감에 있어서 굳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보다 뒤떨어질 것이라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의 선발 능력에 대한 불신은 사실 스스로 자초한 바가 크다. 어떤 대학도 자신들이 어떤 학생들을 왜 뽑았고, 어떤 다양한 전형을 통해 선발한 학생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대한 기록조차 수집하지 않거나 수집한다고 하더라도 공개하지 않는다. 야구 선수를 한 명 뽑아도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이후 스카우트의 자료로 삼는데, 우리 대학은 각종 전형으로 학생들을 뽑아만 놓고 이들의 성장곡선에 대한 기록도, 졸업 후의 성취에 대한 데이터도 없다. 교육이 국가백년대계라는 말이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이런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대학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입시제도에 대한 어떤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우리의 입시제도는 교육의 문제도, 대학의 일도 아닌 사회공학적 실천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입시제도 개혁 논의는 입시가 교육의 목표가 아니라 교육의 시작이라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는 스카우터가 인재를 찾아내고, 대학은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지난한 과정을 진행하며, 그런 인재들이 대학에서 성장하는 과정의 총합이 결국 우리 사회의 성장이 아니겠는가. 갈 길이 먼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학이 그 임무를 결코 포기할 수도 없다. 이상은 개인 소견으로 내가 소속한 대학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혀둔다.
 
박원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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