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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평양 간 날…미국, 대화·제재 카드 동시에 꺼냈다

중앙일보 2019.06.21 00:06 종합 2면 지면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20일 미국은 대화와 압박 카드를 동시에 내밀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 애틀랜틱 카운슬과 동아시아재단 주최 전략대화 기조연설에서 “양국(북·미)은 공개든 비공개든,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많은 소통을 하고 있고, (미국은) 김 위원장의 중대 정책 발표와 공식 성명을 신중하게 검토해 실무협상 재개 시 진전을 용이하게 하는 건설적인 구상들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셈법 변화를 촉구한 4월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과 외무성 담화 등에서 대화 재개 여지를 발견했고, 서로 한발씩 물러서는 유연한 접근 필요성을 찾았다는 얘기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제재 유지 입장엔 변화가 없지만 다른 분야에선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상 카드를 내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건 대표는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는 (북한의) 안전보장과 전반적인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폭넓은 논의 속에서 진행돼야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비건이 연설한 지 세 시간 뒤 미 재무부는 대북 독자제재 카드를 다시 꺼냈다. 지난 3월 21일 재무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차 벤츠 수입업체를 포함한 중국 해운사 두 곳을 추가 제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날 철회 명령을 내리면서 ‘없었던 일’로 된 지 석 달 만이다.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와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며 러시아 은행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를 추가 제재 대상에 지정했다. 이 은행은 지난 2년간 기존 제재 대상인 조선무역은행 러시아지점 대표 한장수와 무역은행이 소유한 중국 무역회사 단둥중성에 외환 계좌를 개설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시걸 멘델커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재무부는 러시아든, 다른 어느 곳이든 북한의 불법 무역에 편의를 제공하는 개인·기관을 계속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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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3월 재무부는 김 위원장의 번호판 없는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 수입에 관여한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과 다롄 하이보 국제화물 2개 해운사를 독자 제재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같은 달 보고서에서 “2018년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같은 달 베이징을 방문,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 사용된 벤츠의 상당수가 랴오닝 단싱의 컨테이너에 선적됐다”고 밝힌 회사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트윗에서 “재무부가 발표한 대규모 대북 추가 제재를 철회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부처 간 혼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수차례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고 현재로선 추가 제재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 방북에 맞춘 미국의 추가 제재 카드는 중국이 안보리 제재를 무력화할 정도의 대북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경고 메시지란 분석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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