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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김구·한용운…그 묵향에 실린 뜻을 기리며

중앙일보 2019.06.21 00:05 종합 23면 지면보기
백범 김구 선생의 유묵 ‘독립자유(獨立自由)’. [사진 국제서예가협회]

백범 김구 선생의 유묵 ‘독립자유(獨立自由)’. [사진 국제서예가협회]

3.1운동 100주년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0주기를 맞아 애국선열들이 남긴 유묵에 담긴 뜻을 되새기는 서예전이 열리고 있다. 20일 서울 백범기념관 특설전시장에서 개막한 ‘큰 뜻, 붓에 담다-애국선열·독립지사 유묵 探精神(탐정신), 撫筆意(무필의)’전이다. 이 전시는백범기구선생기념사업회(김형오)와 국제서예가협회(회장 이돈흥)가 기획한 것으로, 국제서예가협회 제9회 정기작품전이기도 하다.
 

‘큰 뜻, 붓에 담다’ 국제서협 특별전
서예로 돌아보는 임시정부 100년
우리 시대 중진 작가 작품 141점

서예가 이돈흥 국제서예가협회 회장이 김구 선생의 정신을 받들어 쓴 ‘자주독립’. [사진 국제서예가협회]

서예가 이돈흥 국제서예가협회 회장이 김구 선생의 정신을 받들어 쓴 ‘자주독립’. [사진 국제서예가협회]

이번 전시를 위해 국제서예가협회는 지난 1월 백범기념관 등 전국 주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애국선열들의 유묵 사진 약 300점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뒤 이를 회원들에게 배포했다. 그러면서 ‘유묵을 그대로 임서해도 되고, 글만 취해 자신의 스타일로 쓰거나, 유묵을 모티브로 창작 글을 써도 되고, 아니면 스스로 주제를 고르더라도 유묵의 뜻을 반영해 쓰라’고 회원들에게 전했다. 이후 지난 5개월 간 회원들이 유묵을 살피며 연구하고 분석한 뒤 각자 유묵에 담긴 ‘문의(文意·글의 뜻)’와 ‘필의(筆意·붓끝이 표현한 글씨 분위기)’를 바탕으로 창작한 141점을 모은 자리가 바로 이 전시다.
 
독립운동가 지운 김철수 선생의 유묵 ‘고고고고(古枯孤高)’. [사진 국제서예가협회]

독립운동가 지운 김철수 선생의 유묵 ‘고고고고(古枯孤高)’. [사진 국제서예가협회]

이번 전시에서 애국선열들의 유묵은 현대 서예가들에게 귀한 자료 역할을 했다. 백범 김구(1876~1949)가 즐겨 인용하고 좌우명으로 삼았던 ‘야설(野雪)’의 시구도 그 중 하나다. 조선 후기 문인 이양연(1771~1853)이 쓴 이 시는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 (遂作後人程)”이라는 내용이다. 풀이하면 “눈을 밟으며 들길을 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네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될 것이니”라는 뜻이다.
 
김구 선생이 쓴 충무공 이순신의 ‘진중음(陣中音)’의 시구를 비롯해, 안중근(1879~1910), 여운형(1886~1947), 한용운(1879~1944)의 유묵이 현대 서예가들의 붓끝에서 새 숨결을 얻었다.
 
김철수 선생이 만년에 종달새를 키우며 쓴 시를 서예가 김병기 전북대 교수가 옮겨 쓴 작품. [사진 국제서예가협회]

김철수 선생이 만년에 종달새를 키우며 쓴 시를 서예가 김병기 전북대 교수가 옮겨 쓴 작품. [사진 국제서예가협회]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도 관람객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도록에 작품만 실은 것이 아니라 각 서예가가 선열의 유묵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적은 글을 함께 실었다. ‘함께 느끼고, 함께 배우자’는 뜻에서다.
 
김형오 백범김구기념사업회장은 “이번 전시가 ‘구체신용(舊體新用)’ 즉 ‘옛것을 몸통으로 삼아 새롭게 활용하자’는 정신을 품격 있게 구현해낸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제서예협회는 실력 있는 중진 서예가들의 모임으로 매 작품전에서 특색 있는 전시를 선보여왔다. 이날 개막에 앞서 특별강연을 한 김병기 전북대 교수는 “우리 애국선열들의 유묵엔 숭고한 사상이 깃들어 있으나 안타깝게도 많은 자료가 박물관 창고 안에 머물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우리 서예유산의 소중함을 함께 느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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