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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국민연금 낸 돈만큼 받고 기초연금은 50만원으로”

중앙일보 2019.06.21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김성주

김성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정부와 다른 연금개혁의 길을 제시했다.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이나 보험료율과 같은 숫자를 바꾸려는 정부안과 차원이 다르다. 국민연금의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 방안이다.
 

정부 개혁안과 다른 방향 제시
소득비례로 바꿔 용돈연금 탈피
재분배 기능은 기초연금이 맡게
복지부는 “실현 불가능” 쐐기

김 이사장은 19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모수 개혁(숫자 개혁)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조개혁 방안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제시한 방안은 낸 돈보다 덜 받거나 더 받게 돼 있는 국민연금을 낸 돈 만큼 받는 소득비례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신 기초연금을 지금의 약 두 배로 올린다. 모수 개혁이란 ‘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9%’ 조합을 바꾸는 미시적 개혁을 뜻한다. 김 이사장은 정부안과 차이를 의식해서인지 “다만 지금 이런 논의를 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지난해 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논의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정부는 단호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조 개혁안은) 지난해 연금제도발전위원회 회의에서 잠깐 언급했다가 논의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검토한 적도, 논의할 계기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현 불가능한 안”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4지 선다’ 개편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는 손도 안 대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연금개혁특위가 6개월 논의했으나 결론 없이 4월 문을 닫았다.
  
현재는 저소득층에 더 주는 구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민연금은 고소득층이 보험료를 많이 내고 연금은 적게 받고, 저소득층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다. 소득재분배 기능 때문이다. 노후연금액의 기초가 되는 소득대체율(40%)의 절반은 소득재분배 장치를 적용해 산정하고, 나머지는 납입한 보험료에 비례해 계산한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988년 국민연금을 시작할 때 기초연금이 없어서 이걸(소득재분배 장치) 기초연금이라고 여기고 도입했다”고 말한다. 그 이후 2008년 기초노령연금, 2013년 이를 확대한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줄이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무시됐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이하의 저소득 노인을 돕는다. 9만여원(소득대체율 5%)에서 시작해 30만원(12%)까지 올랐다.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성주 이사장은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되, 먼저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점차 50만~60만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한다. 지급 대상도 소득 하위 70% 이하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한다. 문제는 돈이다. 지금도 연 12조원가량이 들어가는데, 김 이사장 안대로 할 경우 30조원가량으로 급증한다. 김 이사장은 “조세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나 세목 신설에는 선을 그었다.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면 저소득층의 국민연금은 줄어든다. 그걸 기초연금으로 보완해서 총 수령액을 늘리자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중산층·상위층도 국민연금·기초연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김 이사장 제안은 2004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법률 개정안, 2007년 대선 공약과 비슷하다. 완전히 새로운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캐나다를 많이 참고했다. 캐나다는 10년 이상 거주 노인에게 기초연금 53만원(최고액)을, 국민연금은 소득비례 방식으로 평균 50만원을 지급한다.
  
“기초연금 2배로 늘려 전 계층에 지급”
 
전문가들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부분과 기초연금은 중복이다. 이를 합치고 국민연금은 소득비례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기초연금을 올리되 저소득 노인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수 개혁은 정답이 없어 싸움만 이어질 것”이라며 “김 이사장의 제안은 전향적이고 귀담아들을 만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원섭 교수도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줄일 필요가 있다. 다만 완전히 없애지 말고 일부 남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대신 기초연금을 40만원 정도로 올려서 월드뱅크가 제안한 최저수준(소득대체율 20%)을 보장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이 들어있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소득비례로 바꾸되 노동시장을 개혁해 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위원은 “기초연금을 60만원으로 올리는 것은 안 된다.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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