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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北어선 거짓말 브리핑···靑행정관 현장서 몰래 봤다

중앙일보 2019.06.20 20:03
해양경찰청이 지난 15일 아침 북한 목선(木船)이 동해 삼척항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합동참모본부·해군작전사령부 지휘통제실 등에 즉각 전파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브리핑에 몰래 참석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북한 목선 삼척항 진입 사건의 축소 은폐 논란이 군에 이어 청와대로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KBS 제공=연합뉴스]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KBS 제공=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이날 해경으로부터 입수한 ‘해경 상황센터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합참 지휘통제실과 해군 1함대 사령부, 청와대 및 국정원 등에 발생 상황을 상세하게 전파했다.
 
동해해양경찰서는 15일 오전 6시 54분 해양경찰청과 국정원에 '삼척항 내 북 선박 정박'이라는 제목으로 "15일 시간 미상 경, 삼척시 삼척항 내 북한 어선이 정박해 있다고 신고"라는 내용의 상황보고서 1보를 발송했다. 이 같은 1보는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이 해군 1함대 사령부에 즉각(6시 54분 발송) 전달했다. 
 
이어 해양경찰청 본부 상황센터가 추가 취합된 정보를 더해 오전 7시 9분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실, 통일부 정보상황실, 합참 지휘통제실, 해작사 지휘통제실 등이 수신하는 해경 본부발(發) 1보를 보냈다. 1보 문서에는 "오전 6시 50분 삼척항 방파제에서 미상의 어선(4명 승선)이 들어와 있는데 신고자가 선원에게 물어보니 북한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신고 접수"라고 돼 있다. 또 "함경북도 경성에서 6월 5일 조업차 출항하여 6월 10일경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6월 14일경 기관이 수리돼 삼척항으로 입항"이라면서 "선명(船名) ㅈ-세-29384, 목선"이라고 돼 있다. 사건 발생 19분 만에 해당 어선의 주요 정보를 군은 물론 청와대·총리실·통일부 등도 입수한 것이다.
 
이어 추가로 확인된 정보들이 2,3,4보의 형태로 당일 오전 10시 8분까지 약 3시간여 동안 속속 관계기관에 전파됐다.
 
이는 군 당국이 지난 17일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했다"는 브리핑과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군 관계자는 "삼척항 정박 사실을 왜 밝히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발견 지점과 이동 경로를 합동 심문 중이었기 때문에 밝히지 못했다"고 했지만, 합참과 청와대 등은 이미 15일 오전 목선이 방파제 내에 정박한 사실을 해경으로부터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 경계 실패 책임론을 우려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또 군 당국이 당초 발표한 내용과 달리 북한 목선에 GPS(위치추적장치)가 설치돼 있던 것으로 해경 보고서에는 나온다. 해경이 오전 10시 8분 청와대와 국정원, 합참 등에 보낸 3차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북 선박 GPS 플로터(배터리 연결) 1개, 통신기 1개 보유"로 돼 있다. 그러나 군은 17일 브리핑에서 GPS 장착 사실을 묻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방부가 17일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진행할 당시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소식통은 “현역 군인 신분인 행정관이 사복을 입고 브리핑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국방부의 축소·은폐 브리핑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는 정황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핑에서 '청와대 안보실에도 17일 브리핑 내용이 보고가 됐나'고 묻자 "대강의 틀로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라고 보고했다"고 답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북한 목선 경계 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북한 목선 경계 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목선의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 "(선박이) 북쪽에서 우리 쪽까지 오는 과정에서 제대로 포착하거나 경계하지 못한 부분, 그 후 제대로 보고하고 국민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문제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 역시 (6월15일) 해경으로부터 최초보고를 받았다. 매뉴얼에 따라 여러 정보를 취합해 해경이 보도자료를 내도록 조치를 취했다"며 "(청와대와 군이) 사실을 숨겼다가 17일에 발표했다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위문희·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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