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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 진료 중단 여의도성모병원...복지부, '업무정지' 취소 과징금 부과키로

중앙일보 2019.06.20 19:04
[연합뉴스]

[연합뉴스]

오는 24일부터 의료급여 환자 진료를 한달반 가량 중단하기로 결정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과 관련해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가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하고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은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여의도성모병원 행정처분서’를 20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병원 측은 복지부로부터 의료급여 업무정지 47일과 건강보험 업무정지 35일 처분을 각각 받았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006년 백혈병 환자 진료비를 부당청구한 사실이 적발돼 10여년의 법정공방 끝에 최근 업무정지 처분이 확정됐다. 현행법상 이런 경우에 병원은 영업정지와 과징금 납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병원 측은 다음주부터 47일간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진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의료급여 환자 외에 건강보험 환자의 진료는 중단되지 않는다. 건강보험 환자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을 내기로 결정해서다. 이 때문에 “돈 안되는 저소득 의료급여 환자는 받지 않는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최 의원은 “복지부의 업무정지 처분은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수납업무를 정지하는 것으로, 병원이 과징금 납부를 신청하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병원 측은 이 규정을 이용해 건강보험 환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납부해 업무정지를 피하고, 의료급여 환자에 대해서는 업무정지를 선택한 것이다. 이 병원이 건강보험의 업무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경우 30억 원이었고, 의료급여의 경우는 15억 원으로 절반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부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의료기관들의 꼼수를 방치한 사이, 유사사례는 다수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가톨릭 의료재단의 의료수입을 확인해보니, 재단 산하 10개 의료기관의 3년간 건강보험 수입은 4조 5000억원이다. 이 중 의료급여 수입은 3천500억원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의료급여의 경우 돈이 안 되는 저소득환자들이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어 굳이 과징금까지 내가면서 정상진료를 하려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20일 의료급여 부분에 내린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하고, 의료급여 부분도 업무정지가 아닌 과징금을 납부하라고 다시 처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익적인 차원에서 앞서 내린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하고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2006년 여의도성모병원이 백혈병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부당청구했다는 고발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병원 측은 “백혈병 환자의 골수검사 때 재사용 바늘 사용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데 의료진은 재사용 바늘을 사용하면 감염 우려가 높고, 끝이 무뎌져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임의비급여(임의로 비급여 청구하는 행위)’로 1회용 바늘을 쓰고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복지부는 병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벌인 뒤 환자들에게 받은 본인부담금에 대한 부당이득 환수결정(약 19억원)과 환수금액의 5배에 달하는 과징금(약 96억원) 부과처분을 내렸다. 병원은 이에 불복해 2008년 소송을 제기했고 10여년간 법정다툼이 이어져왔다. 대법원은 2017년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했던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좌절감이 크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의료급여 환자는 하루에 10명 정도 병원에 방문한다. 현재 의료급여 환자에게 일일이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업무정지 기간 전후로 예약 시기를 조정하거나 인근 다른 병원서 진료를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중증도 투석환자 등 반드시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병원 자선기금을 활용해 무상 진료를 받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8년 시작된 백혈병 임의비급여 소송으로 병원은 적자운영이 계속됐다. 백혈병 등 중증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자 했던 의료진의 숭고한 노력이 마치 부당한 영리추구행위인 것처럼 매도됐다”며 “건강보험 관련 업무정지 기간은 35일인데, 이 기간에 병원을 찾는 환자수는 약 8만 명으로 예상돼 병원이 진료를 중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 “병원은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업무정지 대신 과징금 납부를 결정했다”며 “이 같은 의혹에 여의도성모병원 교직원은 심한 자괴감을 느끼며, 적자운영을 감수하면서도 자부심을 갖고 전개했던 다양한 의료사업이 무너지는 것 같아 좌절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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