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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삼성전자 '재무통' 구속기소…"증거인멸 지시"

중앙일보 2019.06.20 18:58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삼바 증거인멸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상무급 이상 임원은 5명으로 늘었다. 이를 포함해 그룹 임직원 8명이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20일 이 부사장을 증거인멸교사와 증거은닉교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수사팀은 삼바 증거인멸 관련 수사를 7월 초까지 마무리하고 수사 본류인 분식회계 의혹 규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삼성 내 핵심 재무통으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다가 해체된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그는 이건희 회장 재임 시절부터 그룹 재무를 맡아오면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팀장과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부장을 지냈다. 이 부사장은 재경팀 소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래전략실의 후신 격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해 검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날 회의는 지난해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삼바측에 분식회계 관련 조치 사전통지서를 보내 검찰 수사가 예정된 나흘 뒤에 열렸다. 검찰은 이 부사장이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된 김모‧박모 부사장 등과 함께 조직적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회의에는 김태한 삼바 회장 등도 참석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5일 구속된 이후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는 쪽으로 진술을 바꿨다고 한다. 그는 구속되기 전까지 검찰 조사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삼바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증거인멸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송구하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 임원들은 삼바와 에피스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 '미래전략실’, ‘합병’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또 검찰은 삼바의 공용서버를 공장 마룻바닥에 숨기는 등 조직적 증거인멸에도 이 부사장 등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건물. 김민상 기자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건물. 김민상 기자

수사팀은 이 부사장을 구속한 후에도 소환조사를 진행하면서 분식회계 사건 본안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그가 삼성 내 재무통인 만큼 사건의 본류인 삼바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어서다.  
 
검찰은 지난 11일 조사를 받은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사장을 본안 수사와 관련해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정 사장은 증거인멸 관여 여부에 대해 부인했다고 한다. 다만 검찰이 사업지원 TF의 주도로 삼바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보는 만큼 정 사장은 본안 사건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 부사장과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김태한 삼바 대표와 안모 사업지원 TF 부사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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