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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차명부동산, 원래 주인한테 돌려줘야”…기존 판례 유지

중앙일보 2019.06.20 17:46
김명수 대법원장이 2월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부동산 명의신탁 사건 공개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2월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부동산 명의신탁 사건 공개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부동산 실소유주가 이를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는 위법을 저질렀어도, 부동산 소유권은 여전히 원래 주인에게 있다고 대법원이 분명히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부동산 소유자 A씨가 부동산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9대4 의견으로 원고 승소한 원심을 유지했다. 부동산 차명 소유가 법에 어긋날지라도 그 재산까지 박탈시킬 수는 없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A씨의 남편 김모씨는 1998년 11월 충청지역의 농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농지법에 위반되니 처분하라’는 관할청의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이를 팔지 않고 B씨의 남편 이름으로 명의만 바꿔놓았다. 1995년도부터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되고 있어 위법이었지만 이런 식의 ‘명의신탁’이 숱하게 이루어지던 때였다.
 
양측의 배우자가 사망한 후 A씨는 B씨에게 땅을 다시 돌려달라고 했지만 B씨는 이제 본인 명의의 땅이라며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해서 차명으로 부동산을 돌려놓는다면 그 명의신탁 자체가 무효”라는 법 해석을 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 B씨는 “명의신탁을 하는 건 반사회질서적 행위이며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돼 돌려줄 수 없다“며 맞섰다. 불법원인급여란 불법으로 얻은 이익이나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다는 민법상의 원칙이다. A씨의 남편이 농지법 처벌을 피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명의를 옮겼으니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1심과 2심은 모두 대법원 판례에 따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003년 대법원은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차명보유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것까지는 아니라며 재산을 뺏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부동산의 원래 소유자가 자의로 법을 어겨 차명으로 부동산을 등기한 뒤에도 이를 되찾게 해줘야 할지에 대해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이 사건이 16년 만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자 기존 판례가 뒤집힐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럴 경우 차명 등기가 비일비재한 부동산 업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는 A씨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며 기존 판결을 유지했다. 부동산실명법상 ‘불법 명의신탁 및 그에 따른 물권변동은 무효’라고 규정한 조항이 다른 것보다 우선한다고 본 것이다.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해 부동산 소유주의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기보다는 과징금 등 다른 처벌 방안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또 대법원은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협조한 명의수탁자의 불법성도 작지 않은데 불법원인급여를 적용해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B씨처럼 불법 차명 등기에 가담해놓고 그에 따른 이익을 보게 하는 건 옳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조희관ㆍ박상옥ㆍ김선수ㆍ김상환 대법관은 반대의견으로 “부동산실명제가 제정된 지 20여년이 넘어 이미 명의신탁은 불법이라는 사회인식이 형성됐는데도 대법원이 계속해서 신탁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돌려주라고 판결해 여전히 불법명의신탁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례에 의해 유효성이 인정되기 시작한 부동산 명의신탁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끄러운 법적 유산”이라며 법원이 사실상 명의신탁을 방조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불법 명의신탁을 제재할 수 있다면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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