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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사태 한 달…글로벌 '협력경쟁 생태계' 무너졌다

중앙일보 2019.06.20 17:04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화웨이 리서치개발센터. [AP=연합뉴스]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화웨이 리서치개발센터. [AP=연합뉴스]

글로벌 '협력-경쟁 생태계' 파괴돼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한 달이 지나면서 단순한 화웨이 옥죄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글로벌 기업은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협력경쟁(코피티션·Coopetition)'의 먹이 사슬로 엮여 있다. 미국 제재는 바로 이 협력경쟁 먹이사슬을 헝클어 놓으면서 화웨이는 물론 미국, 또 한국 기업의 매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 사태에 따른 5개 IT 업종 국내 기업의 기상도를 살펴봤다.       
 
①반도체 ☂…메모리 시장 회복 시기 불투명  
화웨이는 스마트폰과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큰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의 5%(약 4조3000억원), SK하이닉스는 15%(약 6조원)를 화웨이에 의존한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역시 화웨이가 주요 고객이다. 이들 중 화웨이 매출 비중이 가장 큰 SK하이닉스에게 상처가 더 크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 SK하이닉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영업이익은 46%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의 반도체 수요 감소는 지난 연말 시작된 반도체 시장 침체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당초 메모리 시장은 올 3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며 "하지만 화웨이 사태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길어질수록 우리 수출도 위태로워진다. 지난해 반도체는 한국의 총 수출 6050억 달러 중 1200억 달러를 차지했다. 
 
②스마트폰 ☼…삼성·LG전자 6000만~7000만대 수혜

시장조사 업체 IHS 마킷은 "당초 화웨이가 올해 2억5000만대를 판매할 전망이었지만 미 제재로 판매량이 1억8000만~1억9000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화웨이의 판매량 감소분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프리미엄과 중저가 폰에서 화웨이와 경쟁 중인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이다. 또 LG전자에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LG전자는 당장 이달 말 스타일러스 펜을 장착한 보급형 스마트폰인 '스타일로 5'를 출시하며 화웨이의 빈자리를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③디스플레이 ☁…삼성·LGD 수익성 악화 
스마트폰을 파는 삼성전자·LG전자와 대조적으로,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OLED와 LCD를 각각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피해를 볼 수 있다. 올해 2~4분기에 화웨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2365만장(약 9813억원)을, LG디스플레이는 LCD 452만장(약 803억원)을 공급할 계획이었다는 게 NH투자증권의 분석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할 경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매출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④통신 장비☼…삼성 '2020년 20%' 파란불
 
화웨이는 2014년부터 통신 장비 시장의 압도적인 세계 1위(점유율 30%)다. 노키아와 에릭슨, ZTE 등에 이어 삼성전자는 7위(점유율 5%) 정도다. 하지만 화웨이에 대한 미국 견제가 시작되며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부터 5G 장비 시장에서 37%의 점유율로 화웨이(28%)를 크게 앞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과 미국에서 5G 장비 공급을 늘릴 것"이라며 "2020년 20% 점유율 목표가 멀지 않다"고 자신했다. 
 
반면 화웨이의 앞날은 험난하다. 화웨이가 내세우는 5G 기지국에 들어가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핵심 칩(FPGA), 아날로그의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해주는 장치(ADC), 5G에 특화한 반도체(ASIC) 등을 모두 자일링스나 인텔 같은 미국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FPGA나 ASIC 등이 없는 5G 장비는 무용지물이라 화웨이가 지금 같은 1위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⑤5G 시대 ☁ …SKT·KT·LGU+는 '보안' 위기 
세계 700여 개 이통사 단체인 GSMA는 최근 "화웨이 장비를 유럽에서만 안 써도 5G 망 구축 비용은 550억 유로(약 73조500억원)가 더 들고, 도입 시기는 18개월 늦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부터 일본과 유럽 연합 등 50여개 국이 5G 상용화를 앞둔 상황이다. 세계 최초로 5G를 시작한 국내 기업은 5G폰(삼성·LG전자)과 장비(삼성전자), 서비스(이통사)를 들고 해외 시장 진출을 엿보고 있다. 하지만 5G 도입이 늦춰지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이통사는 오히려 화웨이 장비 때문에 난처한 입장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 장비 사용 배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각각 약 1500억원과 2000억원 어치의 화웨이 유선 장비를 사용 중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당초 계획(5G 전국망의 20~30% 정도)대로 화웨이 장비를 쓸 것"이라면서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를 걷어내고 다시 깔려면 수천억 원이 들어간다"며 "또 화웨이를 장비 입찰에서 배제하면 망 구축 비용은 더 올라간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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