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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보험용 금리인하’ 준비하는 미국…막 오른 중앙은행 ‘통화 완화 전쟁

중앙일보 2019.06.20 16:21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9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9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우리의 입장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겼다.’
 
 18~19(현지시간)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첫마디는 이렇게 시작됐다. ‘인내심’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며 금리 인하를 향한 문을 활짝 열어져쳤다. 4년만의 금리 인하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파월의 한마디가 던진 신호는 이것이다. ‘매(통화 긴축)는 잊어라.’ 매의 발톱을 숨기기 시작한 건 Fed만이 아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 전쟁’에 앞다퉈 뛰어들 태세다. 지난해 돈 줄을 죄며 통화정책 정상화로 방향을 틀었던 중앙은행이 다시 수도꼭지를 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리 인하를 향한 깜빡이를 켰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유동성에 길들여진 시장은 중앙은행의 등판을 고대해왔다. 중앙은행이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슬슬 몸을 풀기 시작하자 시장은 반색했다.
 
 시장의 설렘을 제대로 자극한 건 FOMC 직후 공개된 점도표다. 향후 Fed의 금리 정책 방향을 점칠 수 있는 가늠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점도표에서 FOMC 위원 17명 중 8명이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이들 중 7명은 올해 2회 인하(0.5%)를 전망했다.
 
 게다가 금리 인하 소수의견까지 등장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Fed 총재가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만장일치 동결이 깨진 것이다.  
 
 Fed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약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에 비춰 경제전망을 위한 향후 정보의 의미를 면밀히 검토해 경기확장 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Fed가 ‘보험성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Fed는 1994년 2월부터 1년간 금리를 3.25%에서 6%까지 올렸지만 95년 초 성장률이 둔화하자 그해 7월부터 다시 금리를 내렸다. 당시 앨런 블라인더 Fed 부의장은 “침체를 막기 위해 약간의 보험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경기 전망이 나빠지기 전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낮아지는 물가도 파월이 금리 인하쪽으로 다가가게 등을 떠밀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책무를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중심으로 낮아지는 물가는 통화 완화에 나서는 가장 큰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Fed는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전망치를 기존의 1.8%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근원 PCE 전망치도 1.8%로 0.2%포인트 낮췄다.
 
 Fed가 쏘아올린 금리 인하 신호에 운신의 폭이 넓어진 곳은 한국은행이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하고, 지난 12일 이주열 총재가 창립기념사에서 “필요시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서다.
 
 게다가 지난 18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한 소수의견이 1명(조동철 위원)이 아니라 사실상 2명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한은의 조기 금리 인하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기 하향 위험과 낮은 물가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져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Fed의 변화가 국제 금융시장이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Fed의 방향을 고려해 (금리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 속도가 빨라지며 한은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Fed보다 앞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Fed가 다음달 금리를 내리면 8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관심사는 금리 인하의 단발성 여부”라고 강조했다. 시장금리가 이미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까지 내려온 만큼 한은도 금리를 연달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장기 국채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연 1.75%)를 밑돌고 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29일 이후 줄곧 기준금리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20일 오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426%를 기록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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