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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정당방위"라는데...시신없는 살인사건, 대법 판례는

중앙일보 2019.06.20 16:20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정(36)에게 살해된 전 남편 강모(36)씨의 시신이 사건 발생 한 달이 되도록 발견되지 않으면서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또 고유정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사건을 수사 중인 제주지검은 "일체 밝힐 수 없다"면서도 "경찰 수사를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하고 있으며, 2차 구속만기일인 오는 7월 1일까지 수사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살인사건의 직접증거인 시신이 없는데다 범행의 동기와 수법마저 밝혀지지 않아서 과연 고유정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유정 사건, 시신 없는 살인사건 되나
완도해경이 18일 오전 5시30분쯤 고유정이 유기한 사체 일부를 찾기 위해 2차 수중수색을 재개했다. 해경은 사회적 파장이 크고 유가족의 요구에 의해 수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완도해양경찰서 제공]

완도해경이 18일 오전 5시30분쯤 고유정이 유기한 사체 일부를 찾기 위해 2차 수중수색을 재개했다. 해경은 사회적 파장이 크고 유가족의 요구에 의해 수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완도해양경찰서 제공]

 
경찰은 지난 5일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 추정 물체를 라면박스 2개 분량 만큼 발견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해당 뼈는 동물뼈로 확인됐다.
 
경찰은 고유정이 시신을 완도 해상에 유기한 정황을 포착, 해상에서도 수색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한 어민은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완도 해상에서 발견했다가 놀라 버린 뒤 이런 사실을 신고했다. 해경이 수색에 나섰지만 어민이 버렸다는 봉지는 찾지 못했다.
 
현재 국과수는 18일 경찰이 경기도 김포시 소각장에서 발견한 뼛조각 40여 점을 분석 중이다. 그러나 500∼600도로 고열 처리된 후 1∼2㎝ 이하로 조각난 상태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하기는 쉽지는 않다고 한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 판결은 무죄부터 무기징역까지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만일 피해자의 유해를 끝내 찾지 못한다면, 법원의 판단은 어떻게 될까. 
 
법원이 시신 없는 살인사건을 다룬 판례는 여럿이 있다. 피고는 사건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기도, 무기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형량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범행 동기가 분명하고 계획 범죄임이 명백할 경우 강한 처벌을 내리는 추세다.
 
2010년 부산에서 발생한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그 예다. 명확한 타살 증거가 없고 살인과 관련한 정황증거만 있었지만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40대 여성 A씨가 여성쉼터에서 소개 받은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화장한 뒤 마치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챙기려 한 사건이었다.  
 
당시 A씨는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살인 혐의만은 완강히 부인했다. 시신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사인을 밝히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아 살해 동기가 충분하고, 인터넷을 통해 독극물과 살인방법 등을 검색한 점 등을 계획 범행 증거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무죄를 선고한 판례도 있다. 2010년 경남 함안에서 동료 외국인 노동자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글라데시인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숨졌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면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유정은? 형량 낮추려 치열한 수싸움 중
1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입 물품은 방진복, 커버링, 덧신이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1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입 물품은 방진복, 커버링, 덧신이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고유정은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범행 동기'에 대해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다. 또 사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유정은 "전 남편인 강씨가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며 다친 오른손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했다.
 
이같은 고유정의 '전략'은 시신이 끝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재판에서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될 경우 범행 동기와 계획 범행 여부가 재판부의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수사 당국이 시신 찾기와 계획 범죄 입증에 총력을 다하는 이유다.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고유정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이 총 89점에 달하고, 고유정 역시 일단 살인혐의를 인정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고씨가 전 남편과 자녀의 첫 면접교섭일이 지정된 다음 날부터 보름간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드러났다. 고씨가 제주에 오기 전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했고 제주에 온 뒤 마트에서 범행 도구를 구입한 점, 범행 관련 단어를 인터넷으로 검색한 점 등이 계획 범죄의 정황 증거다.  
 
앞으로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고씨의 혐의를 얼마나 충실히 입증해내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극명히 나뉠 것으로 보인다.
 
살인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은 범행동기에 따라 ▶참작동기 살인 4∼6년 ▶보통동기 살인 10∼16년 ▶비난동기 살인 15∼20년 ▶중대범죄 결합 살인 20년 이상 또는 무기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23년 이상 또는 무기 등으로 나뉜다.
 
고유정의 경우 계획살인, 사체 손괴, 잔혹한 범행수법, 반성 없음, 사체 유기 등이 모두 인정될 경우 2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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