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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령' 설채현의 자녀 교육 꿀팁…"부모가 책 읽으면 애들도 따라한다"

중앙일보 2019.06.20 10:48
“전 말 잘 듣는 학생이었어요. 공부하라면 하고 학원가라고 하면 가는.공부 잘하면 강아지 사준다는 말에 아무 생각없이 열심히 공부만 했죠." '개통령'으로 불리기도 하는 수의사 설채현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대학은 자기 뜻대로 갔다. 2004년 입시에서 카이스트에도 합격했지만, 건국대 수의학과를 선택했다.  

부모의 모범이 가장 좋은 교육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감능력

수의사 설채현은 행동트레이너를 겸하고 있어 '수레이너'로도 불린다.[설채현 인스타그램]

수의사 설채현은 행동트레이너를 겸하고 있어 '수레이너'로도 불린다.[설채현 인스타그램]

주변에선 다들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는 동물이 좋았다. 특히 개를 좋아했고 수의사의 길을 선택하는데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하지만 수의사 국가고시 합격 후 ‘어떤 수의사가 돼야 할까?’란 자신의 물음에 고민했다. 급격히 늘어난 동물병원도 그가 차별화를 고민한 이유다.
 
"수술이나 내과적 처치가 아니더라도 개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그는 동물 행동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당시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인 긍정 강화 교육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동물행동의학은 신경정신과와 비슷하다. 동물이 문제 행동을 보일 경우 알파 이론(서열 이론)에 기반을 둬 강압적으로 훈련하는 기존의 방식 대신 칭찬과 약물로 치료한다.
그는 국내 최초로 미국 KPA(Karen Prayor Academy)에서 클리커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해 동물 트레이너가 됐다. KPA는 미국 행동 생물학자 카렌 프라이어가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카렌 프라이어는 클리커(Clicker)란 도구를 이용해 동물이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줘 좋은 행동을 끌어내는 클리커 트레이닝을 만들었다.
 
그는 “소파에 오줌을 누면 1초도 안 되는 순간 안에 교정을 시켜야 효과가 있는데 그건 불가능하죠. 수치심이 없을 뿐 아니라 훈련받은 걸 일반화할 수도 없어요. 소파에 오줌 누는 걸 혼내면 오줌 누는 행위 자체를 하지 말라고 인지할 수 있고 다른 행동이나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죠. 칭찬하면 달라질 수 있어요. 동물도 표정이 있고 감정이 있고 우울한 날이나 순간이 있어요.”라고 했다.  
 
그는 훈련과 교육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훈련은 시키고 명령한 걸 그대로 따르는 것이고 교육은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죠. 전 반려견 스스로 어떤 행동이 좋은 행동인지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에요.”라고 했다. 타인의 언어와 행동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초 나온 개정판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2'에서 "개의 행동은 환경이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인간 교육에 적용해 이야기한다면?
 
개보다 사람에 적용했을 때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모방에 있다. 개들은 모방을 잘하지 못하지만, 사람은 모방을 잘한다. 특별한 보상이 없더라도
부모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며 배운다. 이 때문에 부모나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의 행동이 중요하고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교육 환경에 있어 기본적인 욕구 충족도 중요하다. 주위 환경이 정서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면 교육 효과가 떨어지기 마련인 게 그 예다.  
 
강제력 없이 칭찬으로 행동 양식을 가르치는 '카렌 프라이어'를 통해 배운 가장 큰 인사이트는?
 
강아지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란 점이다. 무엇이든 강제적으로 하기보다는 옳은 행동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칭찬할 때 교육의 효과가 있다. 어떤 과목이든 흥미를 가지려면 적당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놀이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나.
설채현은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기 위해선 훈련이 아닌 교육의 관점에서 동물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설채현은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기 위해선 훈련이 아닌 교육의 관점에서 동물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의 행동 문제 중엔 의학적인 문제도 많다. 모든 게 주인의 잘못이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라고 주장하시던데.  
 
물론 보호자의 잘못된 대응으로 반려견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호자들이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의학적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내 잘못이오"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문제는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와 해법이 있다.
 
개의 교육보다 보호자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학생과 부모의 입장에 적용해 조언해 줄 수 있을까?
 
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상황을 인식할 후에 그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취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훈련소에 가면 스위치를 온·오프 하듯 행동이 바뀔 거라고 기대한다. 엄밀히 따지면 트레이너의 말을 잘 듣는 거지 보호자의 말을 잘 듣는 건 아니다. 보호자는 트레이너와 함께 교육받아야 한다. 개들은 일반화를 못한다. 특정 환경에서 배우면 그 장소와 상황에서 배운 것이다. 다른 장소와 환경에선 새로 알려줘야 한다. 결국 보호자가 가르치는 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 반복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우리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부모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것이 방법일 것 같다. 공부하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부모가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를 따라서 책을 읽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성공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뭘까?
 
공감 능력을 키우면 좋겠다. 내가 가끔 연애를 해보라고 권하는 이유다. 부모님들이 싫어할 수 있겠지만. 이해하고 갈등하고,또 표현하고 공감하는 그 과정은 문제 해결의 능력이고 중요한 교육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책이 필요하고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책을 읽는 건 내 생각이나 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표현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역시 영어란 도구를 통해 표현하고 공감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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