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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여교수 1인 왕국" 전북대 무용과 학생 떨고있다

중앙일보 2019.06.20 05:00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 대학본부 전경. 김준희 기자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 대학본부 전경. 김준희 기자

"홍삼축제·김치축제 등에서 공연하려고 이 학과에 들어온 게 아닙니다."  
 
전북대 무용학과 학생들이 스승인 A교수(58·여)의 처벌을 요구하며 검찰에 낸 탄원서 일부다. 학생들은 "교수님이 업적을 쌓기 위해 우리를 이용하는 것 같다"며 "학생으로서 마땅한 교육을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전주지검은 19일 A교수를 사기와 강요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제자들은 "우리 학과는 A교수 왕국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학과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교수는 앞서 2015년 학생에게 욕설을 하는 등 '갑질'이 문제가 돼 해임됐다가 행정소송에서 이겨 이듬해 복직했다. 검찰에 따르면 A교수는 2016년 10월과 지난해 4월 학생들에게 '생활비 명목인 것처럼 장학금을 신청하라'고 지시해 전북대 발전지원재단으로부터 두 차례 총 2000만원을 학생 계좌로 받은 뒤 자신이 운영하는 무용단(사단법인) 의상을 제작하는 의상실 계좌로 다시 받아 가로챈 혐의다. A교수는 본인이 장학생을 추천했고, 이렇게 타낸 장학금은 자기 무용단 의상비로 썼다.  
 
A교수는 2017년 6월과 10월 무용학과 학생 19명을 자기 무용단이 발표하는 전북무용제 공연 등에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이 일이 문제가 되자 학생들에게 '무용단 공연 출연에 대해 설명을 충분히 들었고, 자발적 출연이었다'는 취지의 사실 확인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A교수의 지시가 부당한 줄 알면서도 왜 쉬쉬했을까. 전북대 무용학과는 4가지 부문(춤)이 있고, 전임교수는 3명뿐이다. A교수는 전임교수 중 1명이다. 검찰은 "A교수가 맡은 춤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A교수는 절대적 지위에 있었고, 이 사건도 이런 구조에서 발생했다"고 봤다.  
 
A교수는 본인이 지도하는 1~4학년 학생들을 자신의 무용단 단원으로 의무적으로 가입시키고, 공연에도 강제로 출연시켰다. 학생들에 따르면 A교수는 '졸업 전에 공연 10번 이상 안 하면 졸업을 못한다'는 확인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 무용단은 전적으로 A교수가 개인 활동을 위해 만든 단체이고, 일명 '○○○(교수 이름) 무용단'으로 불렸다.    

 
A교수는 같은 무용단 소속 일반 단원들에게는 출연료를 줬지만, 제자들에게는 출연료를 거의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 일부가 출연료를 요구하면 "우리가 예술인이지, 노동자냐" "왜 이렇게 돈을 밝히냐"며 면박을 줬다고 한다.  
 
A교수는 전공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무용단 공연 레퍼토리 연습을 시켰다. 방과 후에는 '특강'이라는 형태로 학생들에게 무용단 공연 연습을 하게 했다. 학생들에게 특강비도 받았다.
 
학생들은 "공연 상당수가 A교수가 일방적으로 잡은 일정인 데다 무용을 전공한 학생들이 나갈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들은 검찰에서 "A교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학교 생활이나 수업 시간에 '투명인간' 취급을 받거나 학점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공연에 참여하고 장학금을 신청했다"고 털어놨다. "수업 시간에 빠지면서까지 공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A교수는 전공 실기 시험에서 자신에게 반기를 든 학생들에게 '0점을 주겠다' '이러면 졸업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 압수수색 결과 A교수가 학생 2명에게 실기 점수 0점을 준 채점표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는 지난해 7월 교육부 고발로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 12일 A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A교수는 검찰에서 "학생들의 실력 향상과 무대 경험을 위해 무용단 공연에 출연시켰고, 모두 자발적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교수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A교수가 채점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다. 피해 학생들을 대리하는 김용빈 변호사는 "A교수가 자기 지시를 거스른 학생들에게 F학점을 주면 한 학기를 더 다니거나 졸업을 못할 수도 있다"며 "대학 측에서 성적 입력 기간 전에 A교수 권한을 박탈하고 학생들과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전북대 관계자는 "검찰에서 '공무원 범죄 처분 결과 통보서'를 보내면 이를 토대로 A교수를 징계하고,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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