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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55.5세 늙은 국회…“5G·젠더엔 손놓고 과거사 싸움”

중앙일보 2019.06.20 01:30 종합 8면 지면보기
호모 여의도쿠스 ④·끝 
‘호모 여의도쿠스’가 늙어간다.
 

시대 변화에 뒤처지는 여의도
유권자 30% 2030인데 의원 2명뿐
늙은 정치, 국가 미래 대안 못만들어

제헌국회(47.1세) 이래 40여년 간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40대였다. 특히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는 40대 의원의 비율이 전체의 45~61%를 넘나들며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이 50대로 본격 접어든 것은 민주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1987년 13대 국회부터다. 당시 50대 비율이 48.7%로 절반에 육박하면서 전체 평균이 50.9세가 됐다. 이후 18·19·20대 국회로 가면서 평균 연령은 53.5→53.9세→55.5세(당선 당시 기준)로 지속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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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이 가장 낮았던 3대 국회(1954년 총선)과 지금의 20대 국회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3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45.7세로 20대(55.5세)보다 10살 가량 적었다. 당시 3.4%에 불과했던 60대 이상 의원의 수는 28.7%로 늘었고, 반면 23.2%에 달했던 30대 국회의원은 0.7%로 급감했다. 국회의 무게 중심도 40대(42.9%)에서 50대(53.7%)로 이동했다.
 
물론 한국 사회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기 때문에 자연히 국회의원의 고령화 현상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통계청 추산으로 2020년에 국민평균연령은 42.7세가 되는데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9.5세에 달해 그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국제의원연맹(IPU)가 내놓은 자료를 봐도 한국과 평균연령이 비슷한 국가들의 의회 평균 연령은 오스트리아 47.9세, 프랑스 48.7세, 독일 49.4세, 영국 50.5세, 캐나다 52.0세로 한국보다 대부분 낮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지금의 국회의원 연령 구성으로는 급속한 사회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고 세계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19일 “미래 좌표를 만드는 게 정치인데 노령화된 정치는 좌표를 두세 발 늦게 만들어낸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변화속도가 빠른데 늙은 국회로는 젠더 문제나 5G 같은 이슈들을 적시에 풀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관계자는 “미국이나 영국은 이민법이나 브렉시트 처럼 인구구조나 산업의 미래에 대한 법안을 놓고 싸우는데 우리는 아직도 친일ㆍ김원봉 논란 같은 100년 전 역사 정통성 문제로 씨름하고 있으니 국민들 보기에 얼마나 한심하겠냐”며 “마치 국제 정세에는 담을 쌓고 우물안 개구리로 지내던 구한말 정치를 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1월 22일 메이 전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와 관련해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1월 22일 메이 전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와 관련해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표성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현역 최연소 의원인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권자 연령 분포를 총 유권자를 보면 20~30대 비중이 30%정도다. 그렇다면 300명 중 60명은 청년 의원이어야 하는데 지금 국회는 2명 밖에 없다.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연령 구성비가 법안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분석한 결과 ‘청년’ 관련 계류 법안 수는 312건인 반면 ‘어르신’ 혹은 ‘노인’ 관련 법안은 413건으로 약 33% 가량 많았다. 박 교수는 국회가 젊은이들의 고뇌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서 세대 간 갈등도 좀처럼 안 풀리는 것”이라며 “정치에 대한 불신→경멸→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대안마련 정책 토론회가 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박용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대안마련 정책 토론회가 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박용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정치권에선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의 ‘장기 집권’이 국회 세대교체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0대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천을 4~5번 받았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기득권이다. 20년 간이나 오랫동안 기회를 누리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해야 한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지 않겠나”고 말했다. 반면 86그룹의 한 의원은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퇴장하라는 건 사람을 숫자로 평가하는 것 아닌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미국 낸시 펠로시 같은 사람 나이가 79세인데도 평가가 좋다”며 “나이가 문제는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좋은 정치인을 뽑을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회의 고령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전문 교육 프로그램 등을 대안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지금 구조에선 젊은이들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너무 비좁다”며 “우리도 일본의 정치 인재 양성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 같은 정치 신인 양성 과정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유성운ㆍ현일훈ㆍ이근평ㆍ윤성민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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