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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의 글로벌 인사이트] 성장률 뛰고 무역적자 줄인 미국, 주가 폭락한 중국

중앙일보 2019.06.20 00:04 종합 20면 지면보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양국 경제는 격동의 1년을 보냈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양국 경제는 격동의 1년을 보냈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인 지 1년이 되어간다. 지난해 7월 6일 미국은 중국산 상품에, 중국은 미국산 상품에 추가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이후 12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양국 고위 관료들은 무역협상단을 꾸려 워싱턴과 베이징을 오가며 11차례 협상했지만, 갈등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무역전쟁 1년 … 미·중 경제 성적표
미국, 성장률·무역수지·주가 우위
관세 카드 있지만 물가 오를 위험
중국, 물가·외국인투자 선방
무기는 미 국채 투매 희토류 제재

 
지난달 10일 워싱턴에서 마지막 협상이 결렬된 뒤 양국의 보복 조치는 더욱 격해지고 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은 두 나라 경제를 어떻게 바꿔놨을까. 지난 1년간 미·중 경제 성적을 분석했다.
  
줄어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는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시작됐다. 자칭 ‘관세 맨(Tariff Man)’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중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멕시코 등 교역상대국 탓이라고 주장했다. 무역적자를 미국 제조업의 몰락과 미국 쇠락의 증거로 인식했다. 높은 관세를 매겨 이를 바로잡겠다며 시작한 게 무역전쟁이다.
 
중국이 타깃이 된 이유는 미국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 시진핑 정부가 첨단 제조업 육성을 통해 미국의 기술 우위를 넘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7년 미국 전체 무역적자(5980억 달러) 가운데 63%(3756억 달러)가 중국 몫이었다. 트럼프는 중국산 상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 미국 기업이 중국 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고, 일자리도 되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의 뜻대로 됐을까. 적어도 무역적자에서는 그렇다. 지난 1년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줄었다. 지난 3월에는 247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최근 3년래 가장 적었다. 관세 확대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일단 무역수지에서는 미국이 1승을 거둔 셈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성장률 높이는 미국, 목표치 낮춘 중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무역전쟁 1년 동안 양국 정부는 각고의 노력으로 경제성장률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 경제는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2.9%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담한 3%에는 못 미쳤지만, 2015년 이후 가장 강력한 성장세였다. 2017년에는 2.2% 성장했다. 
 
지난 4월 실업률은 3.6%로, 1969년 이후 50년 만에 가장 낮았다. 1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 감면과 재정 지출 확대가 주된 요인이었다.
 
시진핑 정부도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쳐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했다. 지난해 중국은 6.6% 성장했다. 목표인 ‘약 6.5%’를 넘겼으나 28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올해는 사정이 더 나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중국 정부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6.0~6.5%’ 구간으로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낮춘 것이다. 목표에 맞춘 듯 올 1분기 성장률은 6.4%였다. 미국이 올 1분기에 3.2% 성장해 전 분기(3.0%)를 넘어선 것과 대조된다.
 
주가 6% 오른 미국, 14% 내린 중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무역전쟁은 지난해 두 나라 주식시장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지난해 뉴욕과 상하이 증시는 1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경험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5.6%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2% 하락했다. 
 
12월 한 달에만 각각 8.7%, 9% 빠졌다. 1931년 12월 이후 최악의 12월로 기록됐다. 올해 들어 주가는 다시 올랐다. 미·중 무역협상이 꾸준히 열리면서 합의에 대한 기대가 컸다. 다우와 S&P 500지수 모두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했다.
 
지난해 중국 증시는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상하이 지수는 25% 폭락했다. 뉴욕 증시보다 하락 폭이 4~5배 컸다. 올해 들어서는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무역전쟁 이전으로 회복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중국 주가는 14% 빠졌지만, 미국 주가는 6% 상승했다”면서 주식 시장에선 미국이 이겼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다음 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예고되면서 양국 증시가 다시 한번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인상에도 조용한 물가 
지난달 중국의 에어컨 조립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중국의 에어컨 조립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관세는 수입품에 붙는 세금이다. 일반적으로 고율 관세가 매겨지면 소비자 가격은 올라간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관세가 물가를 올려 결국엔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직 급격한 물가 인상 조짐은 미국에서도, 중국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관세를 부과하는 품목이 기계, 부품, 화학 등 원료와 중간재 위주이기 때문이다.
 
관세는 상품을 수입하는 업자가 지불한다. 수입된 상품이 공급망을 따라 제조 또는 유통업체로 이동하는 단계에서 기업이 관세 인상분을 떠안을 경우 소비자 가격엔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관세 인상을 고려해 아예 중국 공장에서 출고가를 낮춰서 상품을 공급할 수도 있다. 달러당 위안화 가치 하락이 관세 인상분을 상쇄할 수도 있다.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6.68위안(지난해 7월 2일)에서 6.90 위안(올해 6월 19일)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고율 관세를 매긴 7개 품목의 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4월 사이에 1.6% 올랐다. 중국은 소비자 물가 상승이 거의 없다. 중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산 상품은 대두, 금, 폐지, 액화천연가스(LNG), 면화 등으로 산업재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국 수입업자들이 관세 인상분을 흡수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중국의 미국 투자 80% 감소 
중국을 최대 고객으로 둔 미국 오리건주의 헤이즐넛 농장. [EPA=연합뉴스]

중국을 최대 고객으로 둔 미국 오리건주의 헤이즐넛 농장. [EPA=연합뉴스]

 
미·중 경제 교류가 얼어붙으면서 양국 간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줄었다. FDI는 기존에 활발했던 쪽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대중국 FDI보다 중국의 대미 FDI 규모가 훨씬 컸다. 따라서 양국이 경제 냉전에 들어가면서 FDI가 줄어 손해를 보는 쪽은 미국이다. 
 
미국에서 중국의 투자는 확 떨어졌지만, 중국에서 미국의 투자는 약간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미국에서 중국의 FDI는 80%가 줄어 50억 달러에 그쳤다. 2016년 460억 달러, 2017년 290억 달러에서 쪼그라들었다. 첨단 기술 등을 보유한 미국의 혁신 기업에 중국이 투자하는 것을 막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중국 투자자들이 대거 떠났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대중국 FDI는 2017년 140억 달러에서 지난해 130억 달러로 7% 감소하는 데 그쳤다. 미국 투자자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左), 시진핑(右).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左), 시진핑(右).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년 동안 주요 경제 지표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무역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하느냐, 얼마나 오래 가느냐, 합의할 경우 그 내용과 방식에 따라 승패는 또다시 갈릴 것이다. 
 
우선, 미국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상품 3000억 달러 규모가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 무기를 쓸 경우 미국도 피해를 보게 된다. 모든 중국산 상품으로 관세를 확대하면 애플 아이폰 등 최후로 미뤄놓은 소비재가 대거 포함된다.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 불만이 쌓이면 미국 경제와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커진다.
 
‘관세’ 무기를 모두 소진한 중국은 ‘비관세’ 무기를 가동할 채비를 하고 있다.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하거나 첨단 기술제품 제조에 필수인 희토류 등 자원의 미국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 관광객이나 유학생의 미국 방문에 제약을 가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신장비기업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제재하고, 시진핑 정부는 중국 기업에 납품을 거부하는 외국 기업을 골라내겠다고 위협하듯 인허가 지연, 위생 점검 등을 통한 기업 업무 방해도 보복 수단이 될 수 있다. 양국은 일대일 맞대응(tit-for-tat)을 주고받으면서 긴장감을 높일 태세다.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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