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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우디의 모험, 여전히 멋지고 뭉클하네

중앙일보 2019.06.20 00:02 종합 23면 지면보기
왼쪽부터 ‘토이 스토리4’의 버즈, 우디, 보핍. 이들은 포키를 구출하기 위해 은밀히 작전에 나선다. 뒤쪽에 보이는 솜인형 더키와 버니는 4편에 새로 등장한 캐릭터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왼쪽부터 ‘토이 스토리4’의 버즈, 우디, 보핍. 이들은 포키를 구출하기 위해 은밀히 작전에 나선다. 뒤쪽에 보이는 솜인형 더키와 버니는 4편에 새로 등장한 캐릭터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우보이 우디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여섯 살짜리 꼬마 앤디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한창 사랑을 받다가 최신 우주비행사 인형 버즈에게 밀려나기도 했고(1995년 ‘토이 스토리’), 희귀템을 노리는 장난감 수집광에 납치당해 팔려갈 뻔하기도 했다(1999년 ‘토이 스토리2’).
 
세월의 흐름과 함께 큰 설움도 겪었다. 어느새 대학에 가게 된 앤디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우디와 장난감 친구들은 뜻하지 않게 어린이집에 기증돼 숱한 꼬마들의 험한 손길에 시달리기도 했다(2010년 ‘토이 스토리3’). 이런 위기마다 우디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오랜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엄청난 모험을 벌였다.
 
그런 우디가 또다시 모험에 나서야 할까. 과연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더구나 3편의 결말이 충분히 감동적인 이별을 보여줬는데 굳이 사족을 달아야 할까. 20일 개봉하는 ‘토이 스토리 4’를 보기 전에 흔히 떠오르는 생각이다. 결과는 이런 우려를 보기 좋게 넘어선다. 새롭고, 유쾌하고, 가슴 뭉클한 모험은 창의적인 이야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솜씨답다.
 
플라스틱 포크로 만들어진 포키.

플라스틱 포크로 만들어진 포키.

4편의 우디는 3편의 마지막에 만난 어린 소녀 보니의 장난감이다. 이제는 사랑을 독차지하기는커녕 보니의 장난감 놀이에 선택을 받지 못하고 벽장 속에 남아있을 때가 많은 신세다. 그런데도 보니 걱정은 으뜸이다. 다른 장난감들의 만류에도 우디는 노파심을 발휘해 보니의 유치원 입학소집일에 몰래 따라간다. 아니나 다를까, 낯선 환경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보니는 우디의 도움 덕에 쓰레기통에서 나온 플라스틱 포크로 인형을 만들고, 자신감을 얻는다.
 
이렇게 탄생한 ‘포키’는 보니가 잘 때도 끼고 자는 최애 장난감이 된다. 최신 장난감이 아니라, 버려진 물건을 재료로 서툴게 직접 만든 장난감을 등장시킨 발상부터 신선하다. 장난감이란 정체성이 없는 포키가 자꾸 쓰레기통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도, 뒤늦게 육아를 맡은 아빠처럼 우디가 포키를 달래고 어르는 모습도 재미있다.
 
포키의 등장은 시작일 뿐. 이번 4편에서 단연 활약이 두드러지는 캐릭터는 보핍이다. 분홍 드레스 차림으로 양 떼를 모는 도자기 인형 보핍은 굳이 따지면 조연급이었고, 지난번 3편에는 아예 안 나왔다. 이번에는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스컹크 자동차를 몰고, 앞장서서 우디를 이끌며 리더십을 발휘한다. 주체적인 여성의 매력이 한껏 드러난다.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기쁨 주는 것이 장난감의 존재 이유이자 최고의 행복이라고 여기는 우디와 달리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는 파격적인 장난감이기도 하다.
 
여러 새로운 캐릭터의 활약과 함께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와 액션에 공포와 스릴러까지 오간다. 우디가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만난 개비개비는 분위기를 삽시간에 공포물로 바꿔놓는 악역 아닌 악역. 허튼소리와 막무가내 상상이 특기인 솜인형 콤비 더키와 버니, 캐나다 출신의 오토바이 곡예 스타이자 허세 넘치는 카붐도 확실한 인상을 남긴다. 카붐의 목소리는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맡았다. 버니는 공포영화 ‘겟아웃’ ‘어스’의 감독으로 유명한 조던 필의 목소리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우디. 가족여행길에 캠핑카에서 탈출한 포키를 데려오기 위해 시작된 우디의 모험은 그 자신의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토이 스토리’는 픽사의 역사를 만든 작품이다. 1995년에 나온 이 첫 장편의 큰 흥행성공과 함께 픽사의 화려한 시대가 막을 올렸다. 전체를 컴퓨터로 만든 세계 최초의 장편이란 점에서 애니메이션 역사의 새로운 시대를 연 작품이기도 하다.  
 
널리 알려진 대로, 픽사의 시작은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감독 조지 루카스의 제작사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부문. 이를 사들여 1986년 픽사라는 이름의 독립적인 회사로 만든 사람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였다. 루카스필름 시절부터 함께한 존 라세터는 ‘토이 스토리’ 1·2편의 감독이자 출범 때부터 픽사의 창의력을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픽사의 모든 작품 첫머리에 등장하는 전등 ‘룩소’ 역시 그가 연출한 단편 ‘룩소 주니어’를 통해 탄생했다.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한 뒤 디즈니까지 함께 책임졌던 그는 지난해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이번 작품에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이름을 올렸다. 4편의 감독 조시 쿨리는 2003년 인턴으로 픽사에 입사, ‘인사이드 아웃’의 각본에 이어 장편 연출은 처음인 신예다. 3편의 감독 리 언크리치는 지난해에는 저승 판타지 ‘코코’로 큰 성공을 거뒀다.
 
‘토이 스토리4’는 이별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앞서 2편은 1편 이후 4년 만에, 3편은 이후 11년 만에, 이번 4편은 다시 9년 만에 나왔다. 언제 또 속편이 나오게 될지 모르지만, 어쩌면 안 나와도 좋을 것 같다. 이번의 결말은 적어도 우디의 24년 여정에 대한 마무리로서 충분히 멋지기 때문이다. 전편들에 이어 우디의 목소리는 톰 행크스, 버즈의 목소리는 팀 알렌이 연기했다. 우리말 더빙판은 각각 김승준, 박일의 목소리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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