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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타다, 공유경제 딱 들어맞지 않지만 넓게 보면 같은 부류

중앙일보 2019.06.20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 전국 개인택시 조합원들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타다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 전국 개인택시 조합원들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타다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공유경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타다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승차 공유’라고 주장하는 반면, 택시업계는 “앱(애플리케이션) 하나 만들어서 불법 행위를 공유 혁신이라고 한다. 명백한 사기”라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유경제는 어떻게 정의되고, 타다는 여기에 해당하는지 팩트 체크해봤다.
 

원래 사업자 아닌 개인 차량 써야
ICT플랫폼 중개라는 점은 부합
우버·카풀 막히자 나온 틈새상품
합법 논쟁보다 산업 새 흐름 봐야

◆‘개인의 유휴자산 활용’ 협의의 공유경제는 아님(X)=학계 일각에서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개인의 유휴 자산을 활용한 경제활동이나 추가 소득’으로 엄밀하게 해석한다. 이 좁은 잣대로 따지면 타다는 공유경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개인이 쓰지 않고 있는 자산을 타인과 함께 쓰는 게 아니라 사업자가 대규모 자본으로 차량을 사 영업하기 때문이다. 타다는 대당 가격이 약 3000만원인 카니발 승합차 1000대를 사 영업한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테크앤로 부문장(변호사)은 “좁은 개념으로 따지면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내 차를 타인에게 빌려주거나, 출퇴근길 카풀만이 공유경제 개념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타다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이동 서비스의 ‘즉시성’에 주목한다. 이동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언제든 이뤄져야 하는데 개인이 가진 ‘노는 차’를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이 수요를 신속히 충당할 수가 없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우버엑스나 카카오 카풀 같은 ‘엄밀하게 따져도’ 공유경제 모델인 사업들이 퇴출당하면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전업 공급자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한번 생산된 제품 협업 소비’ 공유경제 요소 있음(△)=공유경제 개념은 2008년 하버드대 로스쿨의 로런스 레식이 구체화했다.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으로 정의했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레식은 공유경제를 ‘상업경제(Commercial Economy)’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며 “상업경제는 과잉 생산, 과잉 소비로 인한 자원의 낭비, 환경 오염 같은 부작용이 있는데 공유경제가 이를 해결할 것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개념에 입각하면 타다에는 공유경제 요소가 일부 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산 차량이지만, 소수의 자동차로 많은 사람의 이동 수요를 맞추기 때문이다. 다만 협업 소비가 개인 간에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가 수수료를 받고 연결해 준다는 점에서는 레식이 말한 공유경제 개념과 온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타다를 공급 측면과 소비자 측면으로 나눠 보는 시각도 있다. IT 전문가인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공급 측면에서는 회사가 소유한 차량을 빌려주는 렌터카 개념과 다르지 않으므로 공유경제가 맞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용자 입장에서는 대여와 반납을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하고, 이용 시간만큼만 돈을 내며, 복잡한 계약 절차 없이 앱으로 간단히 호출한다는 점에서 개인이 소유한 유휴자원을 활용했을 때와 효과가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공유 경제의 장점을 그대로 누리는 모델이라는 의미다.
 
◆‘ICT 기술 통한 수요 공급 연결’ 공유경제 맞음(O)=정보통신기술(ICT)로 인한 ‘플랫폼 경제’의 등장에 주목하는 학자들은 공유경제의 개념을 보다 넓게 사용한다. 최현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유경제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정립 방안’ 보고서에서 공유경제를 ‘유휴자산을 보유한 공급자와 이 자산을 이용한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자의 거래를 ICT 플랫폼이 중개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최 연구위원은 “좁은 의미로만 공유경제를 판단하면 에어비앤비, 위워크, 개인 간 대출 등 커지고 있는 공유경제 시장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숙박공유인 에어비앤비가 승차공유보다 논란이 덜한 건 에어비앤비에는 기존 숙박업자들이 올리는 상품이 많기 때문”이라며 “승차공유는 플랫폼을 활용한 이익이 기존업계에 돌아가지 않아 논란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타다가 공유경제가 맞느냐는 논란에 머물 게 아니라 산업 동향의 큰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구태언 변호사는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의 유휴 자산을 파악하기가 용이해졌고 이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연결해주기도 쉬워졌다는 점에서 공유경제는 물꼬가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승차공유는 향후 자율주행 기술과 만나면 급속도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서 이미 거리를 누비는 자율주행 택시가 기술적으로 더 완벽해졌을 때도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의 우버 그랩은 승차공유 생태계를 활용해 음식배달(그랩 푸드)과 물류배달(그랩 익스프레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우버나 카풀을 모두 막은 뒤에 틈새시장에서 등장한 서비스를 놓고 공유경제가 맞느냐고 따지는 건 소모적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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