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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조작’ 포르쉐도 벌금 7억…"한국 소비자가 봉이냐"

중앙일보 2019.06.19 16:42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포르쉐코리아가 1심에서 벌금 7억 8050만원을 선고받았다. 조작에 가담한 임직원들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배출가스 조작 또는 인증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건 페라리를 수입하는 FMK,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한국닛산에 이어 5번째다.  
 
한 포르쉐 매장과 차량. 사진 속 매장과 차량 모델은 판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뉴스1]

한 포르쉐 매장과 차량. 사진 속 매장과 차량 모델은 판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뉴스1]

 
재판부 "이익 극대화만 집중해" 질타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판사는 19일 사문서 위조ㆍ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포르쉐코리아에 대해 7억805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반 행위 횟수당 50만원으로 정해서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시험성적서를 직접 조작한 인증 담당 직원 김모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다른 직원 박모씨는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김씨에 대해 재판부는 “배출가스는 대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누구보다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임에도 (문서를) 위ㆍ변조하고 법령을 위반해 차량을 수입한 것은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으로 김씨에게 직접 이익이 돌아간 것은 아닌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김씨 지시를 따라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점이 참작됐다.

 
포르쉐코리아에 대해선 “이 사건 범행이득이 포르쉐코리아에 집중됐고 그 규모가 작지 않다”며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집중했을 뿐 법령 준수와 관련 직원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포르쉐코리아가 시험성적서 위ㆍ변조를 자진신고하고 과징금 전액을 납부한 점,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배출가스 조작 줄줄이 터지는데…처벌 솜방망이?
포르쉐코리아는 2014~2015년 국립환경과학원에 위ㆍ변조한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제출한 뒤 차량 2000여대를 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조작된 차량에선 천식과 기관지염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질산화가스’가 제대로 된 인증 없이 실제 운행 때 다량 배출됐다. 배출가스 조작 모델인 ‘카이엔 디젤’은 현재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앞서 비슷한 방식으로 배출가스를 조작하거나 변경 인증을 받지 않은 페라리 수입업체 FMK,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한국닛산도 모두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가장 먼저 적발된 아우디ㆍ폭스바겐의 경우 재판부가 해외로 도피한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과 나머지 관련자들의 재판을 분리해 진행중이다. 최근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까지 적발되면서 배출가스 조작 관련 혐의를 받는 브랜드는 총 8개로 늘었다.
 
유명·고급 수입차 업체에서 배출가스 조작 등 문제가 줄줄이 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기가스 조작은 예전부터 여러 번 나왔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벌금을 제대로 부과하지 않아 소위 ‘적당히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며 “미국은 자동차 메이커가 자사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걸 직접 밝히는 구조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되어 있어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구조인 반면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직접 결함을 밝혀야 하는 등 소비자가 '봉'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시험성적 조작 사태 때 미국은 147억달러(17조원가량)의 벌금과 손해배상금을 물렸다. 반면 국내에서 유죄가 선고된 BMW코리아는 145억원, 한국닛산이 1500만원을 각각 선고받는 데 그쳤다. 인증 절차를 위반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겐 벌금 27억원이 선고됐다.
 
박사라ㆍ백희연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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