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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지만 꾀가 나죠? 이때 필요한 ‘선의의 올가미’

중앙일보 2019.06.19 09:00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25)
걷지 않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 악화이다. [사진 pixabay]

걷지 않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 악화이다. [사진 pixabay]

인류는 직립보행을 통해 ‘손’이라는 도구를 얻었고 손의 사용은 두뇌의 발달을 가져와 만류의 영장이라는 타이틀을 인류에게 선사했다. 두뇌의 발달로 인한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간의 편리와 안락을 가져왔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탈 것의 발달이다.
 
탈 것은 ‘더 안전하게, 더 빨리, 더 편하게’라는 슬로건 아래 비약적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탈 것의 발달은 인류를 만류 영장으로 만든 직립보행, 즉 걷기를 등한시하게 했다. 이는 인간을 나약한 존재로 만들며 여러 가지 위해를 가하고 있다.
 
심각한 환경파괴, 건강 악화,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 등이 걷기를 꺼리고 탈 것을 선호한 결과물이다. 이중 가장 큰 문제는 건강의 악화다. 환경파괴로 인한 건강상의 2차 피해도 피해지만 탈 것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로 오는 현대병의 증가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해 요인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실제로 의사들은 걷기를 등한시하는 남성은 당뇨병이, 여성은 유방암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다. 치료 이후라도 완치와 재발 방지를 위해 많이 걸으라는 주문을 하는 걸 보면 걷기가 사람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당뇨병을 완치한 선배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지독하게 걸었다고 한다. [사진 pixabay]

당뇨병을 완치한 선배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지독하게 걸었다고 한다. [사진 pixabay]

 
심한 당뇨 증상으로 주치의로부터 경고를 받아온 선배 한 분이 어느 날 내게 자신의 당뇨병 완치를 자랑해 왔다. 완치 이유를 물었더니 지독하게 걸었다고 한다. 서울근교에 살던 선배는 집에서 필요한 생필품이 떨어지면 이를 사기 위해 왕복 20km 이상 걸리는 서울도 마다치 않고 걸었다는 얘기였다. 걷기가 건강에 유익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셈이다. 어떤 면에서는 걷기가 만병통치약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걷기가 건강에, 환경보호에, 교통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왜 걷기를 꺼리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이란 모름지기 편하면 더 편하기를, 부유하면 더 부유해지기를 원하기 때문 아닐까. 걷기가 좋다고 이제는 걸어야지 하다가도 다시 탈 것을 이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댄다. 오늘은 바쁘니까, 짐이 많아서, 멀리 가야 하니까….
 
갖은 핑계가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이 얄궂은 걷기 훼방꾼을 지그시 누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바로 탈 것을 이용해서 얻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을 주는 대상을 찾는 것이다.
 
내가 걸음으로 얻는 보상은 정확한 목적의식을 갖고 목표를 세워 그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얻는 성취감이다. 걷는 만큼 마일리지를 쌓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탁한다든지 하는 방법이다. 효과가 좋다. 그런데 여기서 전제되어야 할 점은 좋아서, 즐기면서 얻는 성취감이라야 오래 지속하고, 걷기의 횟수나 거리가 더욱 확대된다는 것이다.
 
걷기를 즐기고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올가미(?)를 자신에게 스스로 씌워야 한다. 그 올가미를 타자에 대한 공헌을 통해 내 존재감을 살리며 상대적인 만족감을 드높이는 방법은 어떤가? 예를 들면 걷기를 통해 봉사하는 방법이다.
 
걷기를 즐기려면 정확한 목적 의식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진 pixabay]

걷기를 즐기려면 정확한 목적 의식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진 pixabay]

 
푸르메 재단에는 걷기를 통해 봉사하는 ‘한걸음의 사랑’이라는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은 매월 한번 회원들이 모여 올레길이니 둘레길이니 자락길이니 하는 전국의 길을 걸으면서 걷기 1m당 1원씩 장애아동의 치료·재활기금으로 기부하는 걷기모임이다. 한걸음의 사랑은 걸어서 여행도 즐기고, 건강도 챙기면서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목표를 설정해 이를 달성함으로써 걷기의 성취감을 얻는 내가 만든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러한 목표를 세우고 걷다 보면 귀찮아서, 힘들어서 걷지 말까 하는 얄궂은 생각도 쉽게 떨쳐버리고 열심히 걷기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물론 한 달의 한번 걷기모임은 자신의 걷기 생활화를 위한 계기 마련의 이유도 된다. 이번 모임의 취지는 평소 자기 혼자 걸으면서 걸은 거리에 따른 성금을 적립해 별도로 푸르메 재단에 기부하자는 데 있기도 하다.
 
걷기로 기부행진 이어오는 가수 션
 
가수 션은 걷기와 마라톤, 철인3종 경기를 통해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일간스포츠]

가수 션은 걷기와 마라톤, 철인3종 경기를 통해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일간스포츠]

 
가수 션의 경우를 보자. 푸르메 재단 홍보대사이기도 한 션은 걷기와 마라톤, 철인3종경기를 통해 기부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 자신이 직접 성금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걷기와 달리기를 통해 모금한 성금을 불우이웃 및 장애아동의 치료와 재활기금으로 기부한다.
 
그도 어떤 때는 걷는 행사나 달리는 일이 귀찮고 힘들어 핑계를 대고 빠지고 싶을 때가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그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선의의 올가미를 스스로 씌웠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걷기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어느 때는 온갖 핑계를 대서라도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도 걷기를 계속하고 타인에게 장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에서 밝혔듯이 인류는 걷기를 통해 인류발전을 이룩해 왔지만, 현대 들어 걷기를 회피함으로써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걷기가 답인데도 걷기가 그렇게 즐길만한 행위가 아니라는데, 딜레마가 있다. 그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스스로 걸어야 하는 명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내 오래전 경험처럼 걸음으로써 기금을 적립해 그것을 좋은 일에 써야겠다고 만드는 마시멜로 박스는 어떤가? 적금을 넣겠다고 하고 그를 금방 깨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차곡차곡 쌓여 가는 성금을 보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날이 건강해지는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느껴 보자.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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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종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필진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 봉사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만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대가 줄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봉사는 나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찾아,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다. 내 존재를 확인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봉사다. “봉사하라, 봉사하라! 오래 가려면 함께 하자”고 외치는 필자의 봉사 경험을 통해 봉사가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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