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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가게 처마 따라 둥지…‘제비마을’에선 흥부 안 부럽다

중앙일보 2019.06.19 00:32 종합 20면 지면보기
충남 예산군에 황새마을에 이어 제비마을이 등장했다. 신양면 일대에는 제비가 몰려들어 50여개 건물 곳곳에 둥지를 틀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예산군에 황새마을에 이어 제비마을이 등장했다. 신양면 일대에는 제비가 몰려들어 50여개 건물 곳곳에 둥지를 틀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2일 오후 충남 예산군 신양면 신양리의 한 수퍼마켓. 이 가게 처마에는 제비집이 15개나 있었다. 어미 제비는 쉴새 없이 먹이를 날라다 둥지에 있는 새끼 제비의 입에 넣어줬다. 수퍼마켓 주인 정종덕(73)씨는 “25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데 매년 한두마리씩 제비가 찾아오더니 최근 몇 년 전부터 개체 수가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산군 신양면 면 소재지인 이곳은 ‘제비마을’로 불린다. 수퍼마켓은 물론 음식점·다방·철물점·문방구·농약방·주택·편의점 등 건물 곳곳에는 제비집이 자리 잡고 있다. 제비집이 있는 건물은 50여개 정도다. 많게는 점포 한 개에 10여개까지 있다. 소방서와 파출소 등 공공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 대부분에 제비집이 있다. 한 상가 건물에는 제비 부부가 방범용 폐쇄회로 TV(CCTV)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마을에 제비가 무더기로 둥지를 튼 것은 7~8년 전부터다. 마을 주변이 오염되지 않아 곤충 등 먹이가 풍부하고 주민들이 제비를 쫓지 않고 ‘식구처럼’ 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민 최옥분(83)씨는 “제비 새끼가 둥지에서 떨어지면 다시 넣어주고 제비집은 절대 부수지 않는다”며 “많은 제비와 공존하는 우리 마을이 명당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에서 예산에 관광하러 온 이종래(43)씨는 “제비가 이렇게 많은 동네는 처음 본다”고 했다.
 
충남 예산군에 황새마을에 이어 제비마을이 등장했다. 신양면 일대에는 제비가 몰려들어 50여개 건물 곳곳에 둥지를 틀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예산군에 황새마을에 이어 제비마을이 등장했다. 신양면 일대에는 제비가 몰려들어 50여개 건물 곳곳에 둥지를 틀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마을에서 10㎞ 정도 떨어진 곳에 조성한 황새공원도 제비 서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황새 서식환경 조성을 위해 2011년부터 예산군 광시면 대리 일대 농민들은 친환경 농업을 하기 시작했다. 이 일대 친환경 농법을 쓰는 농지 면적은 140만㎡ 규모까지 확대됐다. 예산군 관계자는 “황새 서식환경 조성이 제비 등 조류가 먹이활동하기에 좋은 여건을 만들었다”며 “이 바람에 제비까지 몰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비는 1960~70년대 많았다가 농약 사용량 증가, 하천개발, 초가집 개량 등의 영향으로 점차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농약사용이 줄면서 개체 수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름 철새인 제비는 겨울에 동남아 지역에 머물다 봄에 한국에 와서 생활한다.
 
조삼래 공주대 명예교수는 “제비는 집단생활을 하는 데다 귀소(歸巢) 본능이 있어 머물렀던 곳을 다시 찾는 경향이 있다”며 “제비가 많다는 것은 주변에 먹잇감이 풍부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예산군은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의 복원을 위해 2009년 6월 광시면 대리에 예산황새공원을 조성했다. 2014년 6월 황새 60마리가 이곳에 둥지를 마련한 데 이어 2015년 봄 14마리의 황새가 태어났다. 2015년 9월 첫 자연 방사(8마리)를 시작으로 매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지금은 황새 100여 마리를 사육중이다. 이 바람에 이 일대는 황새마을로 불린다. 황새공원에서는 황새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황새와 뱁새의 차이도 배운다. 황새는 112㎝, 뱁새는 13㎝로 10배나 차이가 난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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