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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카드' 北 속내 뭘까…노동신문 보도 보면 보인다

중앙일보 2019.06.18 17:04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4차 정상회담서 중요 공감대에 도달했다고 10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4차 정상회담서 중요 공감대에 도달했다고 10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북한을 국빈 방문키로 함에 따라 북·중·러 '3각 밀월'을 통한 대미 견제구도가 짜이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회담이 ‘노 딜(No deal)’로 끝난 이후 북한과 러시아, 러시아와 중국이 정상회담을 하고 전략적 협력과 한반도 문제에 개입키로 하면서다. 특히 한동안 북한 비핵화 협상 문제에 관전자 입장에 있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지지하면서 비핵화 협상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중국 신화통신은 17일 시 주석의 방북 소식을 전하면서 “양측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이 새로운 발전을 거둘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전해 비핵화 문제가 의제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와 올해 네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던 데서 한 걸음 가 '개입'하겠다는 취지다.
 
미국과 직거래를 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회' 배경을 놓고는 전통적 우방이자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동원해 새로운 길'을 암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많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4월 25일)에 이어 시 주석과 연이은 정상회담으로 공동전선을 펴면서도, 북미 협상에서 이탈해도 중국, 러시아에 의지할 수 있다는 암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이후 “연말까지 미국과 대화해볼 용의가 있다”며 시한을 정한 뒤(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미국이 셈법을 바꿔 나오라” 며 통첩성 주장을 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답변만 내놨다. 직거래가 여의치 않자 과거에 북한이 자주 구사해온 북·중·러 밀착 구도로 미국에 대응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4월 26일 홈페이지에 전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4월 26일 홈페이지에 전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의 이런 속내는 18일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노동신문은 이날 시 주석의 북한 국가(국빈) 방문 소식을 머리기사로 전하며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방북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관련해선 ‘우리나라 도서기증식 로씨야(러시아)에서 진행’ 제목의 보도에서 “우리나라(북한) 도서기증식이 6일 정의의 로씨야당 연해변강지부위원회에서 진행됐다”며 “절세위인들의 불후의 고전적로작들, 사회주의조선의 참모습을 소개하는 도서들이 전달됐다”고 전했다. 무려 12일 전 있었던 도서 기증식 행사를 굳이 중국과 정상회담을 보도하며 곁들여 북·중·러 3각 구도를 부각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마친 뒤 잠시 산책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마친 뒤 잠시 산책하고 있다.AP=연합뉴스

신문은 반면 미국과 일본과 관련해선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어서 대조를 보였다. ‘일본에서 만연한 미군 범죄’‘미국과의 협상 배격’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베네수엘라 문제’ 등이다. 특히 ‘일본 내 미군 범죄’ 관련 정세론 해설은 “1972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주일미군 범죄 건수는 5800건 이상에 달하며 571건은 중범죄”라며 미군 범죄를 상세히 전했다. 이어 “미군 범죄 만연은 군사 대국화 야망을 위해 국민을 제물로 바치는 일본당국의 태도에도 있다”며 일본도 겨냥했다. 
 
‘미국과의 협상 배격’ 보도에선 “이란 이슬람교 혁명지도자 써예드 알리 카메네이가 이란 핵합의 틀거리에서 미국과 진행한 이전 협상들에서 쓰디쓴 경험을 얻었다”며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언명했다”도 했다. 
 
신문은 이날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긴장 완화 흐름을 해치는 도발 소동’ 정세론 해설에서 “남조선호전광들이 서울에서 미군 특수작전 사령관과 마주 앉아 연합방위태세 강화방안 등을 모의했다”며 “여전히 우리와의 대결을 추구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하루 동안 노동신문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를 만든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左), 김정은(右). (얼굴)

도널드 트럼프(左), 김정은(右). (얼굴)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은 본인이 연말로 비핵화 협상 시한을 정한 뒤 스스로 압박을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북·미 협상이 마땅치 않자 러시아, 중국을 끌어들여 판을 키워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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